'오보'로 드러난 르브론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칼럼 기고 논란...왜 자꾸 '친중' 프레임에 엮일까 [스춘 NBA]

미국 보수 매체들 "공산주의 정권 대변인" 맹비난, 그룹 인터뷰 내용 편집한 것으로 밝혀져

2025-09-10     배지헌 기자
르브론 제임스(사진=르브론 제임스 SNS)

 

[스포츠춘추]

중국을 방문 중인 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고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국 내 극우 인사들을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자 사실관계를 밝힌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AP통신의 오보였다. AP는 제임스가 인민일보에 직접 기고문을 썼다고 보도했고, 이 소식이 퍼지자 미국 보수 매체와 극우 유튜브에서 "NBA 스타가 공산주의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비판적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 국영 매체에 글을 기고한다는 것은 곧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메시지에 동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르브론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르브론 측 관계자들은 "제임스가 인민일보에 글을 보낸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지난주 상하이와 청두 방문 기간 기자들과 그룹 인터뷰를 여러 차례 진행했고, 인민일보가 이때 나온 발언들을 편집해 기사로 만든 것이란 설명이다. 

인민일보 기사 하단에는 르브론을 '필자'로 표기하긴 했지만, 동시에 인민일보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편집했다는 점도 명시돼 있었다. 즉, 르브론이 직접 쓴 칼럼이 아니라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기사였다는 얘기다. 인민일보의 편집 방식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인민일보에 실린 제임스의 발언들은 대체로 무난한 내용이었다. 그는 "농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우리를 연결하는 다리"라고 말했다. 또 2012년 중국 순방 당시 만났던 중국 여자농구 선수 뉴즈웨이를 이번에 다시 만났다며 "농구를 사랑하는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을 보며, 나도 이곳 농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발언조차 정치적 논란의 소재가 된 것은 르브론과 중국을 둘러싼 복잡한 과거사 때문이다.

중국을 방문한 르브론(사진=CNN 방송화면)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둘러싼 NBA와 중국 정부 간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휴스턴 로케츠 단장 대릴 모리가 트위터에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고, 이에 중국 정부가 크게 반발했다. 중국은 NBA를 '반중 세력'으로 규정하며 경기 중계를 전면 중단했다. 아담 실버 NBA 커미셔너는 2022년 이 사태로 "수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당시 상하이에서 프리시즌 경기를 치르던 제임스와 LA 레이커스는 며칠간 호텔에 갇혀 지내야 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제임스는 모리의 발언을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것"이라며 "상황에 대해 교육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발언으로 제임스는 미국 내에서 '중국 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제임스가 출연한 영화 '스페이스 잼: 뉴 레거시'는 결국 중국 본토에서 개봉되지 못했다.

이런 과거사 때문에 제임스의 중국 관련 발언은 늘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된다. 미국에서는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유명인을 '팬더 허거(친중파)'라고 부르며 비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예고하면서 이런 시선이 더욱 강해졌다. 

제임스는 나이키 계약 선수로서 15번째 중국 방문 중이었다. 이번 방문은 2019년 10월 이후 6년 만의 중국 행이었다.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르브론은 "집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와서 이런 환영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NBA는 현재 중국에서의 브랜드 재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음 달 10일과 12일 마카오에서 피닉스 선즈와 브루클린 네츠가 프리시즌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는 모리 사태 이후 중국에서 열리는 첫 NBA 경기다. 이런 가운데 터진 르브론 '친중' 논란이 NBA의 중국 시장 복귀 전략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닐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