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소속팀 디트로이트, 대규모 성추행 스캔들 터졌다...고위 임원부터 해설위원까지 가해자만 8명 [스춘 MLB]

연쇄 사임한 고위 임원들...현직 부사장 2명도 의혹

2025-09-10     배지헌 기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구단 로고(사진=MLB.com)

 

[스포츠춘추]

고우석의 소속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성추행 집단으로 전락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10일(한국시간) 특집 기사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산하 기업에서 최소 8명의 남성 직원이 여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 혹은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사장 4명을 포함해 고위 임원 6명이 가해자 명단에 올랐다. 이들은 여직원들에게 추잡한 사진을 보내거나, 계단에서 밀어뜨리거나, 몸을 훑어보며 "스포츠계에서 일하기엔 못생겼다"는 식으로 모욕했다.

가해자 8명 중 6명은 이미 팀에서 쫓겨났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단 6개월 만에 3명의 고위 임원이 연쇄 축출됐다. 한 부사장은 지난주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바로 정직됐다.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조직 전체가 썩을 대로 썩은 상태였다.

가장 악질은 마이클 리에너트 전 부사장이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이 자는 2023년 초 여직원과 다툰 후 그녀를 계단 아래로 밀어뜨렸다. 3명이 이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평소에도 여직원들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며 불쾌감을 조성했다고 한다. 리에너트는 현재 MLS 구단 시카고 파이어 FC로 이직해 뻔뻔하게 일하고 있다.

샘 멘진 전 단장 보좌는 팀에서 13년간 일하며 승승장구했다. 인턴에서 시작해 단장 보좌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알고보니 여직원 여러 명에게 자신의 성기 사진을 스냅챗으로 보내는 변태였다.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한 피해 여성은 "멘진이 그런 짓을 했다고 누가 믿겠느냐"며 "신고 자체가 불가능한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

조시 불록 전 부사장은 플로리다 스프링 캠프에서 남녀 직원들을 언어폭력으로 괴롭혔다. 여성들을 지칭할 때는 저속한 욕설을 일삼았다. 올해 2월 동료들과 술집에 간 자리에서 여직원들 앞에서 성적 농담을 던지다가 제지당하자 여직원을 밀쳤다. 이 자도 3월에 해고됐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타이거스 조직 차원의 병리 현상이라는 점이다.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한 현직 남성 직원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남자들 집단"이라고 표현했다. "여성들이 안전감을 느낄 수 없는 곳"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최소 5명의 여직원이 남성 관리자들로부터 "그 치마 입지 마라", "그 바지는 남자들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것도 전형적인 성희롱 행위다. 여성 직원의 복장을 남성 상사가 통제하려 드는 것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의미이며, 직장에서의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차별적 행동이다.

현재도 구단에 남아 있는 피터 소토 부사장은 여러 명이 듣는 업무용 라디오에서 래퍼 퍼프 대디의 섹스 파티를 언급하거나 여직원을 스트리퍼에 비유했다. 이 자는 여직원들 외모를 품평하며 "스포츠계에서 성공하기엔 충분히 예쁘지 않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언론에서 취재 요청을 하자 바로 정직 조치됐다.

벤 피델만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여직원에게 "멍청이"라고 소리지르고,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한 여직원이 "업무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하자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는커녕 "소외감을 느끼면 안 된다"고 응수했다고도 알려졌다. 올해 4월 한 여직원이 피델만의 성차별과 보복을 사내 신고했는데도 6월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대규모 성추행 사건이 드러난 디트로이트 구단(사진=MLB.com)

타이거스의 후진성은 복리후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단 3곳만이 유급 출산휴가를 주지 않는데, 타이거스가 그 중 하나다. 2024년엔 여직원들이 모여 유급 출산휴가와 여성용품 비치를 건의했지만 묵살됐다. 급기야 언론의 추궁을 받고서야 2026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뒤늦게 발표했다.

한 전직 직원은 "타이거스 구단은 매우 컬트적이고 파벌이 심하다"며 "파벌에 속하면 출세시켜주지만 밖에 있으면 배척당한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직원은 "나이든 사람들을 내보내고 젊은 사람들로 채운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2년 이후 연령차별 관련 소송만 3건이 제기됐다.

심지어 구단 전속 중계방송 해설자들까지 대놓고 성희롱을 일삼았다. 선수 출신 해설자 카메론 메이빈은 여직원에게 "당신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고 성희롱 발언을 했다. 심야에 여직원들에게 "내 문은 당신에게 활짝 열려 있다"는 식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또 다른 선수 출신 전 해설자 크레이그 먼로는 지난해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수사까지 받았다. 먼로는 사건이 알려진 뒤 방송에서 배제됐다. 메이빈의 경우 2023시즌 초에 문제가 불거졌지만 시즌 끝까지 해설자로 나섰고, 시즌 뒤 조용히 계약 해지됐다. 

경기장 안에서는 좋은 소식도 있다. 타이거스는 2014년 이후 첫 지구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현직·전직 직원들은 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과 조직 전체에 대한 감정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토로했다. 경기장에서는 승승장구하지만 사무실에서는 여성들이 성추행에 시달리는 곳.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민낯이다.

디트로이트 구단 산하 기업은 언론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우리는 존중과 안전, 포용의 문화에 전념한다"며 "차별이나 괴롭힘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 구단에서 한 두 명도 아니고 8명의 가해자가 나온 마당에 누가 믿어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