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맞아? 7위 이끈 감독 쫓아내고 17위팀 잘린 감독 영입, 포스테코글루 영입 미스터리 [스춘 해축]

그리스 인맥 작용했나...누누 성과에도 전격 교체에 구단주 선택 의문

2025-09-11     배지헌 기자
노팅엄에 합류한 포스테코글루(사진=노팅엄 포레스트 공식 SNS)

 

[스포츠춘추]

전 토트넘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가 노팅엄 포레스트의 새 감독으로 전격 취임했다. 토트넘에서 해임된 지 4개월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한 그는 "클럽을 제자리로 되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정작 팬들은 이번 선택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과 디 애슬레틱은 10일(한국시간) 포스테코글루의 감독 취임 배경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리스 태생인 포스테코글루와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 구단주 사이의 특별한 인연이 이번 영입의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는 지난 6월 그리스에서 장기 휴가를 보내던 중 마리나키스 측근들과 접촉했다. 당시 토트넘 감독이었던 그가 해임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네트워킹'에 나선 셈이다.

6월 4일 아테네 인근 볼리아그메니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열린 만찬이 결정적이었다. 이 자리에는 전 AEK 아테네 스포팅 디렉터 파나기오티스 코네와 함께 마리나키스의 핵심 측근인 지아니스 파파도풀로스가 참석했다. 파파도풀로스는 과거 올림피아코스의 라이벌이었던 AEK와 연관이 있었지만, 작년 소유권 변경 이후 마리나키스 진영에 합류한 인물이다.

7월에는 더욱 노골적인 구애 작전이 펼쳐졌다. 그리스 수퍼리그 시즌 개막 행사에서 마리나키스가 포스테코글루를 무대에 세워 치하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마리나키스는 "엔지는 그리스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했다. 자신의 출신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 성공으로 그리스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포스테코글루는 그리스어로 답사를 하며 수퍼리그 회장을 겸임하는 마리나키스로부터 상을 받았다. 그리스 출신 감독 최초로 유럽 대회를 제패한 것을 기념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사실상 구애 작전의 절정이었다.

포스테코글루 영입의 직접적 계기는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와 구단 간의 심각한 갈등이었다. 문제는 이 갈등이 누누의 성과와는 별개의 차원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누누는 포레스트를 강등권에서 7위로 끌어올리며 30년 만에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안겨준 감독이다. 브라이언 클러프의 황금기 이후 21세기 포레스트 최고 성과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선수들과의 관계도 훌륭했다.

하지만 올여름 영입된 에두 가스파르(전 아스널 스포츠 디렉터)와 극심한 대립을 벌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누누는 에두가 주도하는 이적 업무 방식과 영입 속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입스위치에서 3750만 파운드(약 650억원)에 영입한 오마리 허친슨보다는 풀럼의 아다마 트라오레를 선호했고, 유벤투스에서 임대 온 더글라스 루이스에 대해서도 불신하는 태도를 보였다.

8월 22일 이탈리아 기자가 "마리나키스가 누누 해임과 포스테코글루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자 누누는 "연기 나는 곳에 불이 있다. 나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누누 측 관계자들은 "누누는 한 달 전부터 포스테코글루가 자신의 후임으로 내정됐다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포스테코글루가 데려온 코칭스태프(사진=노팅엄 포레스트 SNS)

포스테코글루 영입을 두고 가장 큰 의문은 과연 이것이 업그레이드냐는 점이다. 성과만 놓고 보면 의아한 선택이다.

누누의 포레스트는 수비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한 역습 축구로 지난 시즌 7위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반면 포스테코글루의 토트넘은 공격적 축구를 구사했지만 심한 기복에 시달렸다. 첫 시즌 5위는 나쁘지 않았지만, 둘째 시즌에는 17위까지 추락하는 참혹한 모습을 보였다. 65실점이라는 처참한 수비력은 강등팀 수준이었다.

유로파리그 우승이 있긴 하지만, 포레스트 팬들 입장에서는 리그 17위로 추락한 감독을 데려온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울 법하다. 특히 누누가 일궈낸 성과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가디언은 "포스테코글루는 좋든 나쁘든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절대 굽히지 않는다"며 "좋든 나쁘든 그는 자신의 방식을 고수한다"고 분석했다. 높은 라인과 골키퍼 중심의 빌드업, 강한 전진 압박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지만, 이것이 포레스트에게 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스테코글루는 구단을 통해 "나는 우승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내가 해온 일"이라며 "클럽이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토트넘에서 보여준 극심한 기복을 생각하면 포레스트 팬들의 우려가 이해될 만하다.

포스테코글루는 토트넘 시절 코칭스태프 4명을 포레스트로 데려왔다. 밀레 예디낙, 닉 몽고메리, 세르지우 라이문도가 수석 코치로, 롭 버치가 골키퍼 코치로 합류했다. 포레스트는 14일 아스널과의 원정 경기에서 포스테코글루 체제 첫 경기를 치른다.

과연 그리스 커넥션이 만들어낸 이번 선택이 현명한 판단이었는지는 시간이 증명할 일이다. 다만 분명한 성과를 냈던 감독을 내부 갈등으로 내보내고, 리그에서 참패한 감독을 데려온 마리나키스의 판단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