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확정 아니었어? 4점차 못 지킨 LG 충격의 역전패→2위 한화와 3.5G차...뒷목이 서늘하네 [스춘 리뷰]
4점차 앞서가다 충격의 역전패...끝난 줄 알았던 1위 경쟁, 다시 흥미진진해졌다
[스포츠춘추]
정규시즌 막판 1위 경쟁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LG 트윈스가 11일 잠실구장에서 KT 위즈에 4대 6으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며 2위 한화 이글스와의 격차가 3.5경기차까지 좁혀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5경기차 이상을 유지하며 여유로운 선두를 달렸던 LG의 뒷목이 점차 서늘해지고 있다. 진작에 끝난 줄 알았던 1위 경쟁이 다시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했다.
이날 잠실 경기는 초반만 해도 LG의 완승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2회말 오지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LG는 3회말 문성주, 오스틴 딘, 문보경, 김현수의 연속 안타로 2점을 추가했다. 4회말에는 무사 2, 3루 상황에서 신민재가 희생플라이를 날려 4대 0까지 벌렸다. 6회까지 무득점에 그친 KT를 상대로 LG가 완전히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7회초부터 KT의 거센 반격이 시작됐다. 안현민의 2루타와 장성우의 출루로 무사 1, 3루를 만든 KT는 황재균의 적시타로 첫 득점을 올렸다. 강백호도 적시타를 터뜨렸고, 강현우의 희생번트 때 황재균이 야수선택으로 홈을 밟으며 3대 4까지 추격했다. 2사 1, 2루에서는 허경민이 동점 적시타를 터뜨려 4대 4 균형을 맞췄다.
승부는 8회초에 결정났다. 유준규가 김진성과 11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고, 황재균이 8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쳐 안타를 기록했다. 이어 1사 1, 2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선 권동진이 우측 파울 라인 안쪽으로 떨어지는 역전 2타점 3루타를 터뜨리며 KT가 6대 4로 역전에 성공했다. KT는 8회 패트릭 머피, 9회 2사에서 마무리 박영현을 투입해 승리를 굳혔다.
LG는 이날 안타 12개와 4사구 3개로 숱한 기회를 만들었지만 결정타가 나오지 않았다. 잔루만 11개에 달할 정도로 득점 찬스에서 집중력이 아쉬웠다. 반면 KT는 6회까지 무득점에 그쳤지만 7-8회 LG 마운드를 집중 공략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염경엽 감독의 6년 전 아픈 기억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인 2019년, SK는 24경기를 남겨두고 2위 두산 베어스에 7.5경기차 앞선 압도적 1위를 달렸지만 시즌 막판 두산의 맹추격에 결국 1위 자리를 내줬다. 88승 1무 55패로 승차와 승률이 같은 상황에서 상대전적 열세(7승 9패)로 2위가 됐고, 이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3연패로 탈락했다.
당시의 교훈을 기억하는 염 감독은 "조그마한 방심과 여유가 팀을 잠식한다"며 다시는 그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2019년의 '참사' 이후 시즌 막판 운영을 위한 세부 매뉴얼도 만들었다. 과거의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시즌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염 감독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아픈 기억을 본인이 먼저 '셀프 소환'하면서까지 경각심과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LG 13경기, 한화 14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3.5경기차 역전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LG가 남은 경기에서 반타작에 그친다고 쳐도 한화가 11승을 해야 뒤집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올 시즌 두 팀은 이미 여러 차례 순위 역전을 경험했다. LG는 시즌 초반 한화에 6경기차 이상 크게 앞서다 선두를 내준 적이 있고, 한화 역시 후반기를 앞두고 5.5경기차로 앞서다 LG에 역전을 허용했다. 3.5경기차는 결코 뒤집기 불가능한 거리가 아니다.
특히 두 팀이 26일부터 28일까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시즌 마지막 직접 대결을 벌인다는 점이 큰 변수다. 만약 그 전까지 승차가 2경기차 내외로 더 좁혀진다면 마지막 3연전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고 벌이는 진짜 결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로서는 결코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지만, 한화의 최근 분위기를 생각하면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