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3년간 몇 번의 '고춧가루'를 뿌렸을까 [스춘 WHY]
최대 피해자는 LG 트윈스
[스포츠춘추]
‘고춧가루.’
시즌 막판, 하위권에 머물며 이미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된 팀이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팀에게 예상치 못한 일격을 가했을 때 붙는 수식어다. 그리고 최근 3년간 이 수식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팀은 단연 키움 히어로즈다.
키움은 지난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미 지난달 27일 한화전 패배로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키움은 전력으로 경기에 임했고 5위 삼성과 2.5경기 차로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던 NC에게 치명적인 패배를 안겼다. 가을야구에 사활을 걸고 있던 NC로선, 탈락이 확정된 팀에게 발목을 잡히며 희망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렇다면 키움은 지난 3년 동안 몇 번이나 ‘고춧가루’를 뿌렸을까. 시즌별로 살펴보면 그 실체가 더 선명해진다.
먼저 2023시즌, 키움은 9월 23일자로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이후 시즌 종료까지 총 9경기를 치렀고, 4승 5패를 기록했다. 4승의 상대는 SSG 랜더스,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였다. 키움이 뿌린 4번의 고춧가루는 순위표를 흔들기엔 충분한 숫자였다.
2024시즌은 다소 아쉬웠다. 9월 16일 두산전 패배로 가장 먼저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됐고, 이후 치른 9경기에서 1승 8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유일한 승리는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거둔 것이었다. 팀 분위기나 전력, 동기부여 모두 부족했던 시기였고, 고춧가루보단 소금 한 줌 수준에 그친 시즌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키움은 지난달 27일 한화전 패배로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됐지만, 이후 분위기를 바꿨다. 11일 기준, 탈락 확정 후 치른 9경기에서 5승 4패를 기록하며 '고춧가루 부대'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리그 선두 LG를 상대로만 3승을 거뒀고, 삼성과 NC에도 각각 1승씩을 추가했다. 이미 탈락한 팀이 순위 경쟁 중인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연달아 승리를 거두는 모습은 ‘키움표 고춧가루’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님을 보여준다.
현재 키움의 정규시즌 잔여 경기는 12경기다. 상대는 한화 3경기, KT 1경기, 삼성 2경기, 롯데 1경기, KIA 1경기, 그리고 두산과 3경기가 남아 있다. LG와는 이미 16차례 맞대결을 마쳤기 때문에 더 이상 고춧가루를 뿌릴 일은 없다. 하지만 만약 키움이 남은 경기에서 한화, 삼성, 두산을 상대로 모두 승리하게 된다면, 이들 세 팀은 LG와 함께 최근 3년간 가장 많이 고춧가루 맛을 본 팀이 된다.
실제로 11일 기준, 지난 3년간 키움에게 가장 많이 패한 팀은 LG 트윈스로 총 4번이나 고춧가루를 맞았다. 가을야구를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수차례 키움에게 발목을 잡힌 셈이다. 리그 1위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키움만 만나면 고전했던 LG 입장에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대목이다.
키움이 3년 내내 리그 최하위인 10위를 벗어나지 못한 반면, LG는 같은 기간 각각 1위, 3위, 그리고 올 시즌 단독 1위를 질주하며 꾸준히 강팀의 면모를 보여줬다. 흥미로운 건, 키움이 LG만 만나면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키움은 2023시즌부터 2025시즌까지 LG와 총 48차례 맞붙어 21승 1무 26패를 기록했다. ‘강강약약’의 전형이랄까. LG를 상대로 한 키움의 고춧가루는 '苦(쓸 고)춧가루'가 아니라 '高(높을 고)춧가루'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