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소년에게 감동의 '대역전 끝내기' 승리를 선사하다니...이러니 KIA 팬 하지! [스춘 현장]
9회말 2사 후 기적의 동점→끝내기
[광주=스포츠춘추]
1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이날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는 단순한 승부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10세 소년 김예한 군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적의 하루’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무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KIA 선수들이었다. 9회말 2사에서 모두가 패배를 예상한 순간, 예한 군이 가장 좋아하는 ‘최애’ 박찬호(30)가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날렸고, 두 번째로 좋아하는 ‘차애’ 김선빈(36)이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며 5-4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경기는 시작부터 KIA가 불리했다. 선발 애덤 올러가 1회 두산 안재석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맞으며 끌려가기 시작했고, 2회까지 0-3으로 뒤졌다. KIA는 1사 2,3루에서 상대 선발 잭 로그의 폭투로 한 점을 만회한 뒤 김선빈의 내야 안타로 2-3 추격에 성공했으나, 4회 홍성호에게 홈런을 내주며 다시 2-4로 밀렸다.
7회말 대타 한준수의 솔로 홈런으로 3-4까지 좁혔지만, 추가 득점 없이 9회말 마지막 공격만 남은 상황. 두 타자가 차례로 물러나며 2사 주자 없는 절망적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때 기적이 찾아왔다. 대타로 나선 베테랑 최형우가 집요한 승부 끝에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윤도현이 볼넷을 얻어내면서 박찬호의 차례가 왔다. 그는 주저 없이 중전 적시타를 터트리며 3-3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 나온 김선빈이 이영하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기술적으로 밀어내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다. 챔피언스필드는 순식간에 환호로 가득 찼다.
특히 이 장면은 김예한 군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이날 시구자로 나선 그는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이겨내고 있는 환아로, 소원을 들어주는 비영리단체 ‘메이크어위시 코리아’를 통해 구단과 연결됐다. KIA 구단은 예한 군의 '최애'가 박찬호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시구 지도를 부탁했으며, 박찬호는 직접 본인이 실착한 유니폼과 사인볼 등을 선물했다.
예한 군은 “박찬호 선수가 바쁘실 텐데 글러브, 유니폼, 공인구까지 모두 사인해주셨다. 직접 입으셨던 유니폼도 주셔서 너무 기뻤다”며 활짝 웃었다. 박찬호는 또 “우리 캐스터와 선수로 이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나자”며 스포츠 캐스터가 장래희망인 예한 군의 꿈을 응원했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에도 예한 군은 “어? 박찬호 응원가다! 저 빨리 가서 찬호 형 치는 거 봐야 해요”라며 ‘박찬호 바라기’ 면모를 드러냈다. 예한 군은 인터뷰 내내 “KIA는 제게 삶의 이유에요. 선수들이 너무 멋지고 대단해요. 이러니 KIA 팬 하죠!”라며 눈을 반짝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KIA의 짜릿한 대역전 드라마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야구의 진리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병마와 싸우는 어린 팬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안겼다. 무엇보다도 ‘야구가 누군가의 삶에 다시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감동적인 사실을 증명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