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뎅이' 칼 랄리 54홈런 쾅! 역대 스위치히터 최다홈런 타이...다음은 켄 그리피 구단 기록 도전! [스춘 MLB]
포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도 경신, 시애틀 9연승으로 AL 서부 단독 선두
[스포츠춘추]
시애틀 매리너스의 '왕궁뎅이' 거포 포수 칼 랄리가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랄리는 14일(현지시간)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1회 초 시즌 54호 홈런을 터뜨리며 뉴욕 양키스 레전드 미키 맨틀이 보유한 스위치히터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선두타자 랜디 아로사레나가 안타로 출루한 뒤 등장한 랄리는 에인절스 선발 카일 헨드릭스의 첫 번째 공을 좌중간 409피트(약 125m) 거리로 시원하게 날려 보냈다. 좌타석에서 나온 이번 홈런으로 맨틀이 1961년 양키스에서 세운 54홈런 기록에 나란히 섰다. 관중들은 친숙해진 "M-V-P" 구호를 외치며 베이스를 도는 랄리를 환호했고, 더그아웃에서 나온 그에게 커튼콜까지 보냈다.
랄리는 이번 홈런으로 포수 관련 기록도 연달아 갈아치웠다. 이미 주 포지션이 포수인 선수 기준으로 살바도르 페레스의 종전 기록 48홈런을 훌쩍 뛰어넘은 데 이어, 이날 홈런으로는 포수로 출전한 경기에서 친 홈런 부문에서도 새 역사를 썼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하비 로페스가 2003년 세운 42홈런을 1개 앞선 43홈런째를 기록한 것이다.
MLB 공식 홈페이지는 "이제 랄리는 다음 홈런이 역사적인 순간이 되는 지점에 와 있다"며 "55호를 치면 스위치히터 최고 기록 보유자가 되고, 56호를 치면 켄 그리피 주니어의 시애틀 프랜차이즈 기록과 동률을 이룬다"고 전했다. 그리피 주니어는 1997년과 1998년 각각 56홈런을 기록했다. 57호를 터뜨리면 구단 신기록, 60홈런에 도달할 경우 아메리칸리그 역사상 네 번째 선수가 된다.
현재 28세인 랄리는 이번 시즌 좌타석에서 34홈런, 우타석에서 20홈런을 기록했다. 스위치히터로는 드물게 양 타석에서 고른 장타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코디 스테이븐하겐 기자에 따르면 "스위치히터는 점점 희귀해지고 있는 추세"로, "1998년 12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고 있으며, 올해는 80명만이 스위치히터로 등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랄리의 스위치히팅 능력은 아버지 토드 랄리의 작품이다. 대학 코치 출신인 토드는 어린 시절부터 아들에게 양손 타격을 가르쳤다. 디 애슬레틱은 토드의 증언을 인용해 "큰 빨간 배트를 든 아들에게 큰 공을 천천히 던져주고, 한쪽에서 치게 한 뒤 돌려세워 반대편에서도 치게 했다"고 소개했다. 랄리는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나를 스위치히터로 만들어준 것에 매일 감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시애틀은 11대 2 대승을 거두며 9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선발 조지 커비가 7이닝 3피안타 2실점 14탈삼진의 역투를 펼쳤고, 호르헤 폴랑코를 포함해 6명의 선수가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공격진도 폭발했다. 폴랑코는 첫 세 타석에서 모두 2루타를 기록하며 7경기 연속 2루타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1986년 짐 프레슬리가 세운 시애틀 프랜차이즈 기록과 동률이다.
시애틀은 이날 승리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같은 날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게 패하면서 시애틀이 1경기 차 우위를 점하게 됐다. 2001년 시즌 이후 가장 늦은 시점에서 1위에 오른 시애틀로서는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