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고개 숙인 KOVO, 컵대회 파행 사태 공식 사과..."깊은 책임 통감, 관계자 후속 조치할 것" [스춘 이슈]

남자부 전면 취소 후 조건부 재개... "관계자 후속 조치·제도적 보완책 마련"

2025-09-15     배지헌 기자
파행으로 가는 KOVO 여수컵대회(사진=KOVO)

 

[스포츠춘추]

한국배구연맹(KOVO)이 드디어 고개를 숙였다.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를 둘러싼 전례 없는 파행 운영에 대해서다.

15일 발표된 사과문에서 KOVO는 "이번 컵대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배구를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과 관계기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컵대회는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13일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첫 경기를 겨우 마쳤을 뿐, 그 뒤는 난장판이었다. 오후 4시 열릴 예정이던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의 2경기는 하루 뒤 오전 11시로 훌쩍 밀렸다. 남자부 전면 취소 가능성이 거론됐다. 2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은 장내 아나운서의 뜬금없는 중단 안내를 듣고 허탈하게 돌아서야 했다. 

사태의 원인은 KOVO의 뼈아픈 무지와 안일함이다. 국제대회 기간에는 국내리그를 포함해 어떤 다른 대회도 개최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배구연맹(FIVB)의 원칙이다. FIVB가 공개한 2025년 캘린더에는 9월 12일부터 28일까지 세계선수권대회가 버젓이 명시되어 있었다. 1년 반 전 일이다.

그런데도 KOVO는 세계선수권과 시기적으로 겹치는 컵대회를 밀어붙였다. 세계선수권대회 기간에 컵대회를 열면서 외국인 선수 출전 승인까지 요구했다. 각 구단의 외국인 감독들과 팀 관계자들이 지난 6월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수차례 경고했지만, KOVO는 "문제없다, 괜찮다"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파행으로 가는 KOVO 여수컵대회 대한항공-우리카드 경기 장면(사진=KOVO)

KOVO는 사과문에서 뒤늦게 사태 경위를 털어놨다. "연맹은 컵대회 개최 전날인 9월 12일 FIVB로부터 개최 불가를 통보받았고, FIVB와 대회 개최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조율했지만 13일 24시까지 개최에 대한 최종 승인 답변을 받지 못해 남자부 전면 취소를 결정하였다"고 했다.

이 결정은 몇 시간 만에 또 뒤집혔다. "이후 14일 새벽 4시경 FIVB로부터 조건부 개최 승인을 받아 대회를 재개하였다"는 설명이다. 연맹은 "이 모든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하여 커다란 불편과 실망을 끼쳐드린 배구 팬분들과 여수시 관계자들, 방송사 및 스폰서, 구단 관계자들, 해외 초청팀에 혼선을 빚게 한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개 숙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KOVO는 후속 조치도 약속했다. "연맹은 이러한 일이 벌어진 원인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관련된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며 "또한 FIVB와 더욱 원활한 소통 채널을 만들면서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업무를 진행해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구계와 팬들의 시선은 차갑다. 이제는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재발 방지 대책과 후속 조치, 책임자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FIVB와 소통만 외칠 게 아니라 4년째 닫혀있는 SNS 계정 댓글을 열어 팬들의 회초리도 맞아야 한다. 진정성 있는 변화 없이는 배구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