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외야도 생각했는데..." LG 내야수들의 영토 확장, 구본혁 프로 데뷔 첫 좌익수 선발 출전 [스춘 현장]
2019년 이후 줄곧 내야수로만 출전...데뷔 처음으로 좌익수 자리에서 경기 시작
[스포츠춘추=수원]
LG 트윈스의 멀티플레이어 구본혁이 프로 데뷔 6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데뷔 이후 줄곧 지켜온 내야를 벗어나 외야수 글러브를 끼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LG는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T 위즈전에서 구본혁을 좌익수로 선발 기용했다. 신민재(2루수)-문성주(우익수)-오스틴 딘(1루수)-문보경(3루수)-김현수(지명타자)-오지환(유격수)-박동원(포수)-구본혁(좌익수)-박해민(중견수)으로 이어지는 타선이다.
구본혁은 앞서 1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좌익수 출전을 경험했다. 이날에는 타구가 구본혁 쪽으로 날아오지 않아 수비 실력을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 2019년 데뷔 이후 558경기 동안 2루수와 유격수, 3루수 등 내야수로만 출전했던 구본혁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염경엽 감독은 구본혁의 좌익수 기용 배경을 털어놓았다. 염 감독은 “구본혁의 타격감이 나쁘지 않은데 계속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며 현재 팀 상황을 설명했다. 주전 좌익수 김현수가 컨디션 문제로 외야 수비가 어려워 지명타자로만 기용 가능한 상황에서, 다른 내야수를 지명타자로 배치하고 구본혁에게 기회를 줄 틈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구본혁은 7월 타율 .400, 8월 타율 .348로 주어진 타석 기회에서는 뛰어난 타격감을 보여줬지만 팀 선수 구성상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염 감독은 “누구보다 잘 치고 있는데 못 쓴다는 게 팀으로서는 전력적 손실이다. 감이 좋을 때 못 쓰면 아깝지 않나”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구본혁의 외야 훈련은 올해 7월부터 시작됐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는 준비하지 않고, 개막한 뒤 7월부터 시켜봤다”며 “내년 시즌을 생각해도 구본혁은 외야를 함께 하는 게 활용 폭을 넓힐 수 있다. 선수 본인도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고, 팀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실전에서 확인할 기회는 없었지만, 훈련에서 보여준 구본혁의 외야 수비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염 감독은 “원래 플라이볼을 잘 쫓아다닌다”며 팀 주전 유격수 오지환을 함께 예로 들었다. “오지환, 구본혁 같은 선수들은 외야수를 해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감각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외야수 중에는 고교나 대학, 프로 입단 초기에 유격수였다가 나중에 외야로 전향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가운데는 외야 플라이볼 타구를 반사적으로 쫓아가는 감각이 천부적으로 뛰어난 선수도 있지만 타구 판단이 늦는 경우도 많다. 오지환과 구본혁은 이 감각이 잘 발달한 쪽에 해당한다는 것이 염 감독의 판단이다.
염 감독은 “수비를 못하는 선수는 플라이볼이 나오면 잘 쫓아가지 못한다. 오지환, 구본혁은 플라이볼을 쫓아가는 범위가 넓다. 뒤로 가는 타구도 안 보고 쫓아가서 잘 잡지 않나. 안 보고도 쫓아가서 타구 낙하지점을 판단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이런 선수들은 외야를 봐도 수비를 잘할 확률이 높다. 연습 때 확인한 바로는 기존 외야수와 비교해도 중상은 한다”고 평가했다.
염 감독은 더 나아가 유격수 오지환의 포지션 확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염 감독은 “사실은 오지환을 좌익수로 내볼까도 생각했다”며 “오지환이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포지션에 가본 적이 없다. 오지환도 이제 나이를 먹으면 여러 포지션을 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나이 먹고 순발력이 떨어졌을 때 계속 유격수를 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 않나. 그때 외야를 겸하면 야구를 오래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캠프 때는 본인과 상의해서 한번 생각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