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라이온즈..." 선수 본인도 당황한 1R 얼리픽, 김태룡 단장의 설명은 "2R 가면 못잡아, 장타자 미리 육성" [스춘 드래프트]

1라운드 예상 밖 마산용마고 외야수 지명... "2라운드 가면 잡기 어렵다" 빠른 결정

2025-09-18     배지헌 기자
두산 베어스에 지명된 마산용마고 외야수 김주오.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스포츠춘추=잠실]

17일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1라운드 7순위 두산 베어스 차례에서 나왔다.

김태룡 단장의 입에서 마산용마고 외야수 김주오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탄성과 함께 웅성웅성 소란이 일어났고, 행사 진행자들조차 예상 밖의 이름에 잠깐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1라운드 예상 후보 명단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이름이 갑작스럽게 호명되자, 진행자는 혹시 잘못 들었나 싶어 '김주오'를 한 번 더 또박또박 확인하듯 반복했다. 

선수 본인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대에 올랐다. 김주오는 "1라운드는 전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고, 아버지도 "1번에 뽑힐 줄은 생각도 못했다"면서 "아무 생각 없이 오다 보니 멘트도 생각이 안 난다"고 말할 정도였다. 심지어 김주오는 팀에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주문에 팀명을 "두산 라이온즈"라고 잘못 말해서 좌중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행사 후 만난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김주오는 좋은 외야수이고 거포 기대주이지만 우리 팀 리스트 1라운드 후보에는 없었다. 거포형 야수가 필요했던 두산이 나름대로의 평가 기준과 확신을 갖고 지명권을 사용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두산 베어스에 지명된 마산용마고 외야수 김주오.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모두를 놀라게 한 김주오 깜짝 픽의 배경은 무엇일까. 김태룡 단장은 "1라운드 후보로 생각했던 야수들이 있었는데 앞에서 빠져나가면서 김주오를 선택했다. 2라운드에 가면 잡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빠르게 지명권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전체 3순위 한화 이글스가 유신고 외야수로 올해 외야 최대어 오재원을 지명한 데 따른 선택으로 풀이된다.

김주오는 181cm, 94kg의 탄탄한 체격조건을 갖춘 외야 거포다. '타이슨'이란 별명처럼 좋은 체구에 근육질 몸을 자랑한다. 올해 32경기에서 타율 0.360(100타수 36안타)에 6홈런 31타점 12도루를 기록했다. 최근 유독 장거리 타자를 많이 배출한 마산용마고 선수답게 힘 있는 스윙에서 나오는 홈런 파워가 돋보인다. 주력도 수준급이고 전 경기를 중견수를 소화할 정도로 넓은 수비범위도 갖췄다.

김 단장은 "파워가 정말 좋다. 고교 타자임에도 대단한 파워를 갖췄다"면서 "우리 팀이 앞으로 힘 있는 베테랑 타자들이 빠져나갈 시기가 다가온다. 장거리 타자를 미리 키워둬야 하기 때문에 빠르게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에서도 중견수 수비가 가능하다면, 베테랑 정수빈의 뒤를 잇는 두산 센터 역할도 기대된다.

2라운드에서 지명한 마산고 좌완투수 최주형도 다소 얼리 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 177cm에 몸무게 78kg으로 호리호리한 체형의 최주형은 올해 14경기 4승 3패 평균자책 4.82를 기록했다. 크게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좌완투수다. 청소년대표팀에서 활약한 최요한(NC 지명)이나 박준성(LG 지명), 김화중(롯데 지명) 등 좌완투수들도 있었지만 두산은 최주형을 먼저 선택했다.

김 단장은 "우리 팀에 이병헌 외에는 뚜렷한 중간 왼손투수가 없다. 올해 노장 고효준을 영입한 것도 그래서였다"면서 "최주형은 스카우트팀에서 평가가 상당히 좋았다. 팔 스윙도 빠르고, 경기 운영 능력도 좋다고 한다. 몸만 잘 만들면 1군 불펜에서 빠르게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3라운드에서 지명한 서준오(한양대)는 올해 드래프트에서 유일한 얼리드래프트 지명 선수다. 한양대를 2년만 다니고 바로 프로 무대를 밟게 됐다.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구사하고 제구력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키가 다소 작지만 부드럽고 예쁜 투구폼으로 많은 공을 던져도 과부하가 적게 오는 스타일의 투수다. 올해 대학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좋은 투구를 했고 중간계투로서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두산 베어스에 지명된 마산용마고 외야수 김주오.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4라운드에서는 전 미국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 출신 외야수 신우열을 지명해 또 하나의 장거리 타자를 보강했다. 신우열은 배재고 시절 4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타격 재능을 보여줬지만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2023년 MLB 드래프트 16라운드에서 지명됐고,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2년간 뛰었다.

올해 싱글A 49경기에서 3홈런을 기록한 신우열은 KBO 트라이아웃에 참가해서 두산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당시 트라이아웃 배팅에서는 좋은 타구를 날리지 못했지만 신체조건이나 스윙으로 볼 때 파워가 뛰어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외야수 중에 이 정도 파워를 보여주는 선수는 드물다"는 평이 나올 정도였다.

김 단장은 "장타력을 보고 지명했다. 여기에 경기력 외적인 부분에서의 평가가 상당히 좋더라. 파이팅이 넘치고, 팀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수라는 평가였다"며 "우리 팀 분위기가 예전보다 가라앉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을 좋게 봤다"고 말했다.

5라운드에서 좌완 이주호를 지명한 것도 예상 외의 수확이다. 이주호(경기항공고)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많은 팀에서 3, 4라운드 후보로 거론됐지만 뒤로 밀려 두산 차례로 내려왔다. 그 외 두산은 6라운드에서 동의과학대 외야수 엄지민을, 7라운드 상동고 투수 임종훈을, 8라운드 제물포고 내야수 임현철을, 9라운드 한양대 내야수 심건보를, 10라운드 대구상원고 내야수 남태웅을, 11라운드 대전제일고 투수 정성헌을 각각 지명했다.

두산 구단은 지명 후 "야수의 경우 포지션에 상관없이 야수로서의 역량을 기준으로 평가했고 투수도 경기운영 능력과 성장 가능성 등을 두루 판단했다"면서 "4라운드까지는 계획하고 준비한 대로 들어맞은 느낌이었다"고 이날 지명 결과를 설명했다. 끝으로 "중간부터 하위 라운드 선수들도 모두 자신만의 강점을 마음껏 펼친다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