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겼나? 야구 인구 12년간 40% 증발, 일본야구 위기감 고조...왕정치까지 나섰다 [스춘 이슈분석]
"공원에서 야구하는 아이들이 사라졌다" 위기의식...야구계 전체가 나섰다
[스포츠춘추]
오타니 쇼헤이가 연일 신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LA 다저스 에이스로 활약 중이고, 이마나가 쇼타는 시카고 컵스 로테이션의 핵심이 됐다. 일본 야구가 세계를 호령하는 시대다. 그런데 정작 일본 본토에선 야구를 하는 청소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화려한 성과 뒤에 숨은 씁쓸한 현실이다.
더 재팬타임스가 18일(한국시간) 보도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일본의 야구 인구가 2010년 160만명에서 2022년 101만명으로 12년 사이 60만명이나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일본프로야구기구(NPB)와 일본야구연맹이 공동 조사한 결과다. 거의 40%가 사라진 셈이다. 이 정도면 '급감'이 아니라 '소멸' 수준이다.
일본 야구계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7월 NPB 12개 구단 구단주들이 모여 2군리그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동서로 나뉜 14개 팀을 3개 지역 그룹으로 재편성하되, 하나의 통합 순위표로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나카무라 가쓰히코 NPB 사무총장은 "프로야구단이 없는 지역에서도 적극적으로 경기를 열겠다"며 "전체 일정의 30% 이상을 그룹 간 대결로 짜서 야구 확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도 허물기 시작했다. NPB와 일본고교야구연맹이 손잡고 미취학 아동 대상 야구 보급 사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NPB 커미셔너와 다카라 가오루 고교야구연맹 회장이 공동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위기의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카라 회장의 말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 어렸을 때는 공원에 모여서 자연스럽게 야구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른들이 다칠까봐, 뭔가 부술까봐 걱정해서 그런 게 거의 불가능하다. 요즘 아이들은 야구를 접할 기회 자체가 없다."
일본 야구계의 전설들도 나섰다. 통산 868홈런의 오 사다하루(왕정치)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6월 일반재단법인 규신카이를 설립했다. "더 많은 아이들이 야구의 재미를 알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표다. 왕정치 회장은 특히 새로운 국민적 스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가시마 시게오 같은 인물이 다시 나와야 한다. 다음 세대도 그런 카리스마와 만나 진정한 야구의 감동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고, 학원가가 확산되면서 동네에서 야구하는 아이들을 보기 어려워졌다. 프로야구 인기는 여전하지만, 정작 야구를 직접 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초등학교와 리틀야구 인구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계속 야구 저변을 넓히고 야구 인구를 유지하지 않으면 지금의 인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일본이 온 야구계를 동원해 대응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프로야구도 현재의 인기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 당장은 2년 연속 관중 1000만명을 넘나들며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10년 후에도 이런 인기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일본야구의 위기의식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화려한 스타와 구름 관중에 가려진 그림자를 직시하고 미리 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