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세 보고 독학한 체인지업+폴 스킨스 닮은 투구폼, KT 1R 박지훈 "낮은 팔각도? 오히려 내 매력" [스춘 드래프트]
야수 절실했던 KT가 확신 갖고 선택한 박지훈...독특한 팔각도와 슬라이더가 매력
[스포츠춘추=잠실]
"낮은 팔각도는 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폴 스킨스를 닮은 독특한 투구폼의 주인공 박지훈(전주고)은 당당했다.
스리쿼터에 가까운 박지훈의 릴리스 포인트를 두고 구단마다 평가가 엇갈렸지만, KT 위즈는 오히려 이를 장점으로 봤다. 17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KT는 1라운드 6순위로 박지훈을 지명했다. 창단 이후 13년 연속 1라운드에서 투수를 선택해온 전통이 올해도 이어졌다.
박지훈의 투구폼은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주목받는 스타일과 닮아있다. 행사가 끝난 후 만난 그는 "제 롤모델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에이스 폴 스킨스 선수인데, 스킨스 선수도 팔 각도가 낮아서 저랑 좀 닮은 점이 많다"며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수상자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스킨스는 낮은 팔각도에서 나오는 100마일대 강속구와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농락하며 신인왕에 오른 바 있다. 폴 스킨스나 제이콥 미시오로스키 등 최근 메이저리그에 등장한 '옆으로' 던지는 투수들처럼 독특한 팔 각도와 여기서 발생하는 공의 회전은 현대야구에서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다. 팔각도가 높아야 좋다는 것은 기존 야구계의 고정관념일 뿐이다.
박지훈의 낮은 팔각도는 최근 야구분석업계에서 주목받는 '예상치 못한 무브먼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이다. 타자들은 릴리스 포인트를 보고 자동적으로 그 위치에서 특정한 무브먼트를 기대하는데, 박지훈의 독특한 릴리스 포인트는 타자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공의 움직임을 연출할 수 있다. 또 그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낮은 팔각도에서 나올 때 옆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강해져 같은 방향 타자들(우투수 vs 우타자)에게 더욱 까다로운 구종이 된다.
"제 팔 각도가 딱 저한테 잘 맞는 것 같고, 힘을 제일 잘 쓸 수 있는 팔 각도인 것 같다"며 박지훈은 자신만의 투구폼에 확신을 보였다.
박지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신종 변화구 '킥 체인지' 때문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 구종을 고교 투수가 구사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제 폼이 좀 특이해서 일반적인 체인지업을 던지면 안 되는 팔 각도다. 킥 체인지라고 제 팔 각도에서 딱 맞는 체인지업을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킥 체인지는 중지로 공을 '차는' 듯한 동작으로 예상치 못한 회전축 변화를 만들어내는 구종이다. 전통적인 체인지업이 손가락에서 구르거나 미끄러져 나가는 것과 달리, 킥 체인지는 회전축을 바꾸는 '킥' 동작이 핵심이다. 특히 박지훈처럼 회외(팔을 바깥쪽으로 돌리는) 동작에 강점이 있는 투수에게 적합한 구종으로 평가받는다.
박지훈이 킥 체인지를 익힌 과정도 흥미롭다. 한화 이글스의 슈퍼 에이스 코디 폰세의 영상을 보고 그립을 따라하면서 '독학'으로 배웠다고. "그냥 딱 그립만 잡고 던졌는데, 정말 생각한 대로 휘더라. 나랑 잘 맞는 공이라고 느꼈다. 주말리그 후반기 끝나고 연습하기 시작했고, 봉황대기 때부터 조금씩 실전에서 던졌다."
박지훈 특유의 강속구와 슬라이더 조합은 우타자에게는 몸 뒤에서 공이 날아오는 듯한 공포를 선사한다. 반면 공이 잘 보이는 좌타자 상대로는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투구폼이다. 이에 관해 박지훈은 "좌타자 승부할 때는 체인지업도 던지고, 카운트 잡는 용도의 슬라이더를 던져서 상대한다"고 밝혔다. 카운트와 상대타자에 따라 두 종류의 슬라이더를 구사한다는 설명이다.
야수 지명이 절실했던 KT였지만, 야수들을 제쳐두고라도 뽑을 만큼 박지훈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나도현 KT 단장은 "메커니즘이 너무 예쁘지 않냐. 그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팔 각도가 높은 투수들과 다른 피치 디자인을 통해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며 독특한 투구폼을 오히려 장점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지훈도 KT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KT는 내가 가고 싶었던 팀이다. 우리 집이 천안인데 수원야구장이 프로 구장 중에선 제일 가까워서, 위즈파크에서 자주 야구를 직관했다." 박지훈은 "전주고로 전학가기 전 강릉고에서 함께한 육청명, 이용현 선배가 KT에 있다. 아는 형들이 KT에 있어서 좋다"고 밀했다.
박지훈은 "빠른 시일 내에 1군 무대에 올라가서 팀에 즐거움을 주는 선수가 되겠다"며 "열심히 해서 KT가 내년에 우승할 수 있게 보탬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롤모델 폴 스킨스처럼 독특한 투구폼으로 KBO리그를 평정하는 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