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부상 급증에 칼 뽑은 MLB, "오프시즌 3개월간 아마추어 스카우팅 활동 금지" [스춘 MLB]
10월~1월 스카우트의 고교생 평가 금지, 대학생 11월부터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드디어 칼을 뽑았다. 아마추어 투수들의 급증하는 부상에 오프시즌 스카우팅 활동을 전면 제한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고등학생은 10월 15일부터 1월 15일까지, 대학생은 11월 15일부터 1월 15일까지 구단 관계자들의 직접 평가와 원격 평가, 코칭, 데이터 수집이 모두 금지된다.
이번 조치는 갑작스럽게 나온 게 아니다. MLB는 지난해 12월 'MLB 투수 부상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했다. "아마추어 야구의 연중무휴 문화와 스카우트와 대학에 어필하기 위해 휴식을 포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마추어 투수 부상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였다.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이 아이들의 몸을 망치고 있다는 뼈아픈 자인이었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MLB는 스카우팅 디렉터, 의료 전문가, 코치 등 현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오프시즌 구단 스카우팅 활동 제한에 대한 폭넓은 지지"가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선수 발굴에만 혈안이었던 스카우트들조차 현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아마추어 야구계의 현실은 가혹하다. 고등학생 투수들은 대학 장학금을 따기 위해, 대학생들은 드래프트 상위 지명을 받기 위해 1년 365일 쉴 틈이 없다. 겨울에도 실내 연습장에서 공을 던지고, 봄이 오면 곧바로 시즌에 돌입한다. 여름에는 각종 토너먼트와 쇼케이스가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투수들의 어깨와 팔꿈치가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특히 성장기 투수들의 경우 뼈와 인대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부하를 받게 되면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MLB 보고서가 "적절한 휴식시간"을 강조한 이유다.
이번 조치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3개월간 스카우트들이 보지 않는다고 해서 선수들이 갑자기 훈련을 중단할 리는 없다. 대학 진학과 프로 입단을 위한 경쟁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아마추어 스포츠의 과도한 상업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스카우트들이 지켜보지 않는 기간 동안은 무리한 어필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던질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선수들과 코치들 입장에서도 "스카우트가 보고 있으니 무리해서라도 던져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MLB가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더 빨리, 더 강하게"만 외쳐왔던 프로야구 최고 기구가 "쉬는 것도 필요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는 미국 스포츠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부 사항을 보면 아쉬운 점도 있다. 올해에 한해 스탠퍼드-칼폴리, 서던-SE루이지애나, 골든웨스트JC-로욜라메리마운트, USC-UC샌디에이고 등 4경기 대학 시범경기는 예외로 인정한다고 했다. 또한 구단 직원들이 선수 가족을 "비야구적 목적"으로 만나는 것이나 친척 경기를 "비전문적 자격"으로 관람하는 것은 여전히 허용된다. 이런 애매한 경계선이 새로운 편법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변화의 신호탄은 쏘아 올려졌다. ESPN이 19일(한국시간) 처음 보도한 이 소식은 미국 야구계뿐 아니라 세계 스포츠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승부와 성과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제 이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지켜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