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 사인받자"...라이벌팀 선수들도 줄 섰다, 은퇴 선언한 푸른피의 에이스 사인 요청 급증 [스춘 MLB]
은퇴 앞둔 다저스 에이스에 상대팀 선수들 유니폼 요청 급증
[스포츠춘추]
선수끼리 유니폼을 주고받는 일은 메이저리그에서 특별한 경우에만 일어난다.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기념할 만한 순간일 때 정도다. 하지만 올 시즌 클레이튼 커쇼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상대팀 선수들이 줄을 서서 사인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19일(한국시간) ESPN에 따르면 37세 다저스 좌완 에이스의 18번째 시즌을 맞아 라이벌 팀 선수들의 유니폼 교환 신청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은퇴설이 고조되면서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조 머스그로브는 6월 다저스와의 시리즈에서 부상으로 출전하지도 않으면서 커쇼의 사인 유니폼을 구하는 데 집중했다. 그의 9년 메이저리그 생활에서 유니폼 교환은 예전 동료들과 몇 번뿐이었다. 라이벌 팀 선수와는 처음이었다.
"순수한 존경 때문에 유니폼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머스그로브는 말했다. "커쇼는 선수로서뿐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야구에 큰 영향을 줬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로건 웹은 올 시즌 올스타전에서 커쇼와 처음 한 팀이 됐을 때 주저 없이 유니폼을 건넸다. "평소엔 미안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사인 부탁을 못 한다"는 성격이지만 커쇼만큼은 예외였다.
신시내티 레즈 3년차 앤드루 애벗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커쇼가 데뷔했을 때 9살이었던 그는 7월 올스타전에서 처음 같은 클럽하우스를 썼지만 "시간 뺏고 싶지 않아서" 대화를 자제했다. 하지만 6주 후 신시내티가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했을 때는 달랐다. 원정팀 직원에게 사인용 유니폼을 맡겼다.
커쇼가 받는 존경의 수준은 동료 선수들의 증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디 애슬레틱의 앤디 맥컬로프 기자가 수집한 증언들을 보면 거의 숭배에 가깝다.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은 커쇼를 두고 "역사상 최고의 좌완투수"라고 했다. 매디슨 범가너도 "내가 보기엔 역대 최고의 투수"라고 말했다.
폴 골드슈미트는 아예 "내가 야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고 고백했다. 타자가 투수에 대해 이런 말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골드슈미트는 "투수에 대해 그런 말 하기는 싫지만"이라고 덧붙였다. 20시즌을 던진 잭 그레인키는 "내가 함께 뛴 투수 중 가장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올해 다저스에 입단한 블레이크 스넬은 커쇼의 가장 열성적인 팬이다. 2차례 사이영상을 받은 에이스인 그는 이미 커쇼 유니폼 2벌을 사무실에 걸어뒀지만 "더 구해야겠다"고 디 애슬레틱에 말했다. 다저스 입단 후 커쇼 옆 라커를 요청한 그는 "커쇼는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최고의 승부사다"라고 평가했다.
커쇼 본인은 이런 현상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ESPN에 따르면 유니폼 요청이 "작년보다 약간 늘었지만 미친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때로는 홈 시리즈에서 아무 요청이 없기도 하고, 때로는 쏟아지기도 한다. "마치 서로 말을 맞춘 것 같다"는 게 커쇼의 표현이다.
들어오는 모든 사인 요청에는 기꺼이 응한다. 콜로라도 로키즈 투수 카일 프릴랜드의 유니폼에는 "3X NL 사이영, 2014 NL MVP, 2X 월드시리즈 챔피언!"이라고 적어줬다.
19일(한국시간) 은퇴를 발표한 커쇼는 20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마지막 홈 선발등판을 한다. 그의 사인을 받고 싶어하는 원정팀 선수들에겐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저스 라커룸 앞에 상대 선수들이 줄을 서는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커쇼니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