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일일이 원소속팀에 전화했는데...구단 직원이 독학으로 만든 '마법 앱'→영입 선수 모자·유니폼 사이즈 원클릭 검색 [스춘 MLB]

모자 사이즈부터 신발 브랜드까지 모든 정보가 앱 안에..."원 소속 구단에 전화 안 해도 돼"

2025-09-20     배지헌 기자
과거에는 선수를 트레이드하면 모자 사이즈, 유니폼 핏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사진은 영화 '머니볼'의 한 장면.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트레이드가 성사되면 새 소속팀 장비담당자들에게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 새로 온 선수의 모자 사이즈는 몇인지, 유니폼은 어떤 핏을 선호하는지, 어떤 신발 브랜드와 계약했는지 알아내야 한다. 예전에는 상대팀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했지만, 이제는 앱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된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19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네소타 트윈스의 클럽하우스 직원 팀 버크가 2018년 개발한 앱이 메이저리그 장비 관리를 혁신하고 있다. 이 앱에는 선수들의 모자 사이즈, 허리둘레, 신발 브랜드 계약 등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지난달 3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팀 마이자를 영입했을 때였다. 필리스 장비담당 필 셰리던은 원정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버크의 앱을 통해 마이자의 사이즈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었다.

뉴욕 양키스의 원정팀 클럽하우스 매니저 루 쿠쿠자는 "정말 놀랍다"며 "코칭스태프부터 마이너리거까지 야구계 모든 사람을 검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프시즌에 10명을 영입해도 5~6개 구단에 일일이 전화할 필요가 없다. 신발 회사, 글러브 회사, 티셔츠와 반바지 사이즈까지 다 나와 있다."

버크는 2000년부터 트윈스에서 일해온 25년차 직원이다. 매년 스프링캠프에 60~70명의 선수가 몰려오는데, 예전에는 선수 한 명당 사이즈 확인에 최소 10분이 걸렸다. "까다로운 선수들은 바지 핏 때문에 15분씩 걸리기도 했다"고 버크는 말했다.

컴퓨터 업계에서 일한 아버지 덕분에 배경 지식이 있던 버크는 2015년 파이썬 프로그래밍 책을 사서 독학으로 코딩을 익혔다. 1년간 공부한 뒤 2017~2018년 테스트를 거쳐 앱을 완성했다. 처음에는 트윈스만을 위한 도구였지만, 메이저리그 공식 트레이드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쿠쿠자가 14년간 회장을 맡고 있는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 매니저협회의 도움으로 리그와 연결됐다. 2018년 윈터미팅에서 버크가 앱을 소개했을 때 반응은 뜨거웠다. 현재 30개 팀 중 절반 정도가 사용하고 있으며, 쿠쿠자는 최소 20개 팀이 쓰고 있다고 추정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대량의 거래가 이뤄졌다(사진=MLB SNS)

버크가 자신의 앱 덕분에 큰 혼란을 피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7월 3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 당일 클리블랜드 원정 중에 트윈스는 무려 8명을 트레이드로 내보내고 마이너리그에서 8명을 콜업했다.

앱으로 새 선수들의 정보를 확인한 버크는 깜짝 놀랐다. "콜업된 8명이 모두 모자 사이즈 7⅜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원정 때 그 사이즈로 보통 8개를 가져가는데 하루 만에 다 떨어졌다. 급히 추가 주문해서 다음 날 받아야 했다." 앱이 없었다면 사이즈를 확인하려고 이곳저곳 전화를 걸어야 했을 상황이었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클럽하우스 직원 브랜든 빌러는 "헬멧, 신발, 신발회사 계약, 배팅장갑까지 다 들어있다"며 "30개 팀 전부와 더블A, 트리플A도 검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너틱스는 메이저리그 유니폼 공급업체지만 저지와 바지 사이즈만 관리한다. 반면 버크의 앱은 모든 장비 정보를 담고 있다. 다만 한계도 있다. 30개 팀이 모두 참여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정보도 수동으로 입력해야 하고, 시즌 중 선수들의 체중 변화나 계약 변경을 반영하지 못할 때도 있다.

셰리던은 3년 전 겨울미팅에서 버크와 이 앱에 대해 논의한 뒤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말이나 늦은 밤에 트레이드가 성사되면 패너틱스나 상대팀에 전화할 수 없다"며 "앱에서 빠르게 확인하면 출발점을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버크는 매년 스프링 트레이닝 때마다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 앱에 업로드하고 시즌 내내 업데이트한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버크는 "입력 작업이 지루하다"고 농담하면서도 점점 더 많은 팀이 사용하는 걸 보며 뿌듯해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