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km 던지는데 배팅볼처럼 쳐낸다...팔꿈치 불편→10일 만에 등판→8실점 무너진 감보아, 가을야구 올라가도 문제다 [스춘 이슈분석]
등판일자 계속 변경 끝에 최하위팀 상대 최악 투구...3.1이닝 8실점 평균자책 3.32까지 치솟아
[스포츠춘추]
롯데 자이언츠 알렉 감보아가 10일 만의 등판에서 또다시 무너졌다. 팔꿈치 불편 증상으로 등판 일정이 계속 바뀐 끝에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등판했지만, 결과는 리그 데뷔 이후 최악의 피칭으로 끝났다. 구속은 최고 154km까지 나왔지만 키움 타자들은 배팅볼처럼 쳐냈다.
감보아는 20일 사직야구장에서 진행 중인 키움전에 선발등판했지만, 3.1이닝 동안 9피안타 1볼넷 8실점(7자책)으로 크게 무너졌다. 에이스가 조기 강판당한 롯데는 2대 13로 크게 뒤진 가운데 6회가 진행 중이다.
1회부터 불길했다. 선두타자 박주홍에게 2루타를 허용한 감보아는 폭투로 3루까지 내어준 뒤, 송성문에게 좌월 2점 홈런을 맞으며 첫 이닝부터 2점을 실점했다. 롯데 타선이 1회말 바로 2점을 만회해 2대2 동점을 만들었지만, 감보아의 투구 내용은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2회와 3회는 간신히 버텼다. 2회엔 안타 2개를 허용했지만 송지후의 병살타로 무실점 처리했고, 3회엔 2루타 하나만 내주며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4회, 결국 겨우겨우 막아놨던 둑이 무너졌다.
감보아는 4회 선두 주성원에게 2루타를 내준 뒤 1사 후 여동욱에게 볼넷까지 허용하며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어준서의 2루타로 2대3이 됐고, 송지후의 2타점 적시타로 2대5까지 벌어졌다. 박주홍의 땅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1루수의 악송구가 겹치면서 모든 주자가 세이프가 됐다. 송성문의 우전안타로 2대6까지 벌어지자 김태형 감독은 결국 감보아를 강판시켰다.
하지만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후속투수 박진이 폭투로 주자를 2, 3루로 보낸 뒤 임지열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감보아가 남긴 주자들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김건희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면서 키움은 4회에만 7점을 뽑아냈다. 4회가 끝났을 때 점수는 2대9까지 벌어져 있었다.
이날 감보아의 등판은 9월 10일 한화전 참패 이후 10일 만이었다. 팔꿈치 불편을 호소하며 16일 삼성전 등판이 취소됐고, 17일은 우천 취소, 19일 NC전도 나균안으로 교체되면서 계속 등판이 미뤄진 상황이었다. 오랜만에 마운드에 오른 감보아는 최고 154km를 기록했고 대부분의 속구가 150km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키움 타자들은 감보아의 공을 마치 배팅 연습하듯 쉽게 쳐냈다.
롯데의 외국인 투수진 붕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빈스 벨라스케즈는 이미 평균자책 10.58로 전력 외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마운드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던 감보아마저 9월 들어 급격히 무너지면서 원투펀치가 사실상 와해됐다.
감보아는 이날 전까지 이미 99.2이닝을 소화하며 개인 커리어 한 시즌 최다 이닝을 넘어선 상태였다. 2022년 AA에서 88.1이닝이 커리어 하이였던 투수가 처음으로 100이닝에 도달한 것이다. 과부하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후반기 들어 부진이 거듭됐고 팔꿈치 불편까지 호소했다. 이날 최악의 피칭으로 그 우려가 현실화됐다.
감보아는 9월 들어 이날 포함 4경기 23.2이닝 27실점(21자책)으로 월간 평균자책 7.99를 기록 중이다. 시즌 평균자책도 2.80에서 3.32로 치솟았다. 6월 월간 MVP를 차지했던 그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의 참담한 부진이다.
8년 만의 가을야구를 놓고 KT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롯데에게 감보아의 몰락은 치명타다. 잔여 8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믿을 만한 선발 투수가 사실상 나균안뿐인 현실이 드러났다. 설령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더라도 이 외국인 투수들로는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태형 감독의 근심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