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클락 위반'이 만든 한화 폰세의 첫 3점 홈런 허용...KT 안현민 "스스로 이해가 안 됐다" [스춘 MVP]

한화 폰세, 시즌 첫 패전 기록

2025-09-20     황혜정 기자
KT위즈 안현민이 20일 폰세 상대 4타점을 뽑아내며 수훈 선수가 됐다.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스포츠춘추=수원]

"스스로 이해가 안 갔다."

KT 위즈 내야수 안현민(22)은 9월 2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 후, 1회 타석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경기 초반, 그는 피치클락 위반 판정을 받았다. 타석에 제시간에 서지 못했다는 이유로 스트라이크 하나를 그대로 헌납한 것이다. 경기의 긴장감 속에서 뜻밖의 판정에 당황했지만, 그는 곧 마음을 다잡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았다고 한다. “이 다음 공은 무조건 친다.”

그 다짐은 바로 다음 공에서 드라마로 이어졌다. 1회말 무사 1, 2루 상황. 상대는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손꼽히는 한화의 에이스 코디 폰세. 안현민은 폰세의 2구째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힘껏 잡아당겼고, 타구는 시원하게 좌측 담장을 넘겼다. KBO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17승 무패의 투수를 상대로 만들어낸 선제 3점 홈런이자, 안현민의 시즌 21호 홈런이다.

이 홈런은 의미가 남달랐다. 폰세는 올 시즌 27경기에서 169.2이닝을 던지며 단 8개의 홈런만 내줬고, 그중 7개는 솔로 홈런, 1개는 2점 홈런이었다. 이날 안현민에게 허용한 홈런은 폰세가 KBO 데뷔 이후 처음 내준 3점 홈런이었다. 그것도 경기 시작과 동시에, 흐름이 완전히 넘어간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사실 폰세는 이날 경기 초반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선두타자 허경민에게는 풀카운트 끝에 좌전 안타를, 이어 앤드류 스티븐슨에게도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안현민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날아올랐다.

KT 안현민의 20일 타격 장면. (사진=KT위즈)
안현민이 폰세 상대로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KT위즈)

경기 결과도 그 흐름을 따라갔다. KT는 안현민의 홈런과 이후 적시타를 앞세워 4-2로 한화를 꺾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리그 2위 팀을 상대로 거둔 의미 있는 승리였다. 경기 후 안현민은 “적극적으로 치자는 생각을 갖고 들어갔는데, 1회 폰세의 밸런스가 잘 안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홈런 장면에 대해선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피치클락 위반은 나도 너무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폰세가 다음 공을 무조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던질 것 같았고, 그래서 무조건 치자고 마음먹었다. 다행히 잘 맞았다”고 돌아봤다.

체력적으로는 다소 지친 상태지만, 타격 컨디션은 올라오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현민은 “8월에는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9월부터는 다시 적극적으로 치다 보니 타격감이 많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7월에 타율 0.441, 5홈런으로 월간 MVP까지 수상했지만, 8월에는 타율 0.234에 홈런 없이 부진했다. 그러나 9월 20일 현재, 타율은 2할 초반대지만 3홈런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

신인왕 경쟁 중인 안현민에게는 개인 기록만큼이나 팀의 성적도 중요하다. 그는 “지금은 매 경기가 와일드카드전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우리 팀 선수들 모두가 ‘오늘 경기만 이기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황당했던 피치클락 위반 판정.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불을 지폈고, 강력한 투수를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홈런으로 이어졌다. 안현민의 한 방은 KT의 흐름을 바꾸고, 팀에 다시 불을 붙였다. 가을야구를 향한 마지막 싸움에서, 그의 방망이는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