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사랑 못 받은듯...오죽하면 연대 갔겠나" 야구 정기전 편파중계 해설자, 선넘은 막말 논란 [스춘 이슈]
정기전 편파해설 중계진 막말 논란
[스포츠춘추]
라이벌 디스전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19일 열린 2025 고려대-연세대 정기전 야구 경기에서 고려대 자체 중계 해설자의 발언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다.
정기전에서 상호 디스와 조롱은 오랜 전통이다. 양 학교는 매년 현수막부터 응원 구호까지 상대방을 겨냥한 온갖 말장난을 선보여왔다. "고대: 한계가 없습니다, 연대: 한 게 없습니다"나 "연대의 실력은 공구 세트, 기껏해야 '못'하고 '망치'지" 같은 표현들이 대표적이다. 특정 지역 혐오를 담은 플래카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기장 안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04년 농구에서 상대 선수 얼굴을 가격한 사고, 2012년 야구에서 상대에게 로우킥을 날린 사건, 2022년 야구 경기 중 벤치 클리어링 등이 대표적이다. 워낙 라이벌 관계가 치열하다 보니, 어느 정도 수준의 발언이나 신경전은 용인되는 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해설자의 발언은 보통의 비난이나 조롱과는 차원이 달랐다. 상황은 고려대가 4대 3으로 앞선 6회초, 연세대 벤치가 마운드 상태에 대해 심판에게 어필하며 경기가 중단된 때 발생했다. 연세대 측은 비에 젖은 마운드 정비를 요구하면서 선수단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였다. 고려대측에서는 경기를 어렵게 할 정도로 비가 많이 오는 상황이 아님에도 시간 끌기를 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연세대 조성현 감독이 정비된 마운드 상태를 확인하러 직접 나오자, 고려대측 중계진이 연세대를 강하게 비난했다. "(조성현 감독은) 의심과 불안이 많은 양반이다. 사람한테 가정 환경이 중요한 게, 부모님들한테 사랑을 못 받은 것 같다. 혹시나 나를 어떻게 하지 않을까, 나한테 사기 치는 건 아닐까. 의심과 불만이 태생적으로...오죽하면 연대를 갔겠나."
이는 단순한 경기 해설이나 학교 간 디스를 넘어 개인의 인격과 가정환경을 모독하는 발언이었다. 지금까지 연고전에서 나왔던 어떤 디스와도 차원이 다른 인신공격이었다. 설사 해설자와 연세대 감독 사이에 개인적 친분이 있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방송에선 하기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논란이 되자 현재 해당 중계방송 영상의 댓글은 막혀있는 상태다. 하지만 문제의 대목이 클립으로 제작돼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편파중계라고 가정환경 운운하는게 맞습니까?" "이런 식으로 연고전의 의의를 흐리는게 안타깝네요" "고대편파중계하면 고대만 올려 말하면 되지 왜 굳이 상대를 내리면서 못한다고 하나. 편파는 해도 상대를 비판하면 안되지" 같은 지적이 쏟아졌다.
라이벌전에서 적당한 디스와 조롱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개인의 가정환경과 출신 학교를 엮어 인격을 모독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편파중계라는 이유로 모든 게 용인될 수는 없다. 정기전이 전통의 라이벌전을 넘어 품격 있는 스포츠 문화로 발전하려면 이런 선넘는 발언에 대한 경계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