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기 정말 훌륭한 투수, 신인왕 누가 받아도 충분히 수긍"…깨어난 괴물 안현민의 진심 [스춘 인터뷰]

슬럼프 털고 연이틀 홈런포… "무조건 우리 자리는 남아 있다" 자신감

2025-09-22     배지헌 기자
KT 위즈의 괴물 타자 안현민(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수원]

"그래도 야구선수라면 이제 타격 페이스가 올라올 때도 됐죠."

KT 위즈에 혜성처럼 나타난 거포 안현민은 홈런으로 21일 수원 홈 삼성전 승리를 이끈 뒤 취재진과 만나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전날 한화전에 이어 이틀 연속 홈런을 날린 안현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8월 부진을 뒤로하고 'MVP 후보'의 모습을 서서히 되찾아가고 있다.

이날 안현민은 삼성 최원태의 초구 투심을 잡아당겨 좌월 2점 홈런을 날렸다. 2대 0으로 앞선 5회말 무사 1루에서 나온 쐐기포였다. 실투도 아닌 몸쪽 바짝 붙은 공을 기술적으로 걷어올려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놀라움을 선사했다. 

안현민은 "그 코스는 제가 타격감이 좋을 때 가장 선호하는 코스"라며 "지금 컨디션이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나가겠다는 마음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KT는 이 홈런을 앞세워 6대 3 승리를 거두고 4위 삼성과의 간격을 0.5경기로 좁혔다.

2점 홈런을 날린 안현민(사진=KT)

7월까지만 해도 안현민의 페이스는 무시무시했다. 그달 타율 0.441에 5홈런 14타점을 기록하며 월간 MVP까지 받았다. 전반기 타율 0.356에 16홈런을 기록했고 8월 초 규정타석에 진입한 뒤엔 타격 3개 부문 1위를 달리며 신인왕을 넘어 리그 MVP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하지만 8월 들어 고비가 찾아왔다. 그달 내내 홈런을 하나도 날리지 못했다. 월간 타율은 0.234에 그쳤고, OPS도 0.667로 부진했다. 이강철 감독은 올해가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인 안현민에게 체력적 한계가 찾아왔다고 진단했다.

8월 중순 키움전에선 양쪽 종아리 근육에 경련을 일으키며 그라운드에 쓰러지기도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신체적 피로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이후 KT는 안현민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거나 경기 후반 대타로 교체하면서 관리했다. 그러면서도 경기에는 꾸준히 내보내며 스스로 극복하기를 기다렸다.

부진 터널을 지난 안현민은 9월 들어 확연히 달라졌다. 21일까지 4개의 홈런을 작렬시키며 OPS 1.058을 기록 중이다. 특히 20일 리그 최강 투수 코디 폰세를 상대로 1회 3점포를 날린 장면은 마치 과거 박병호가 리그 에이스들을 침몰시키던 장면을 연상케 했다. 이 홈런과 함께 폰세의 데뷔 17연승 행진도 끝났다.

안현민은 슬럼프 극복 비결로 심리적 접근을 꼽았다. "한동안 결과가 안 나오니까 무리하게 결과를 내려는 생각이 앞섰다. 스윙을 돌린다는 느낌보다 단순히 배트에 맞춘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면서부터 타격이 안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라리 심리적으로 접근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기술적인 부분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니 침체가 길어졌던 것 같다"며 "이번 슬럼프를 겪으면서 그런 부분의 문제점을 확실히 깨달았다. 다음에는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2022년 입단해 올해가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인 안현민은 "개막을 2군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성적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1군에 올라가서 대타로 몇 번 출전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좋은 기회를 주셨고, 그 기회를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1군 무대에서 매일 경기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는 안현민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감정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계속 자극을 받아야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 경기마다 그런 자극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현민이 폰세 상대로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KT위즈)

현재 타율 0.326에 22홈런 77타점, OPS 1.013을 기록 중인 안현민은 LG 좌완 선발 송승기와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송승기는 시즌 11승 5패 평균자책 3.38을 기록하며 안현민의 가장 강력한 맞수로 여겨진다.

한때 타율 1위 타격왕도 넘봤지만 부진한 사이 두산 양의지가 치고 올라가 타율 0.340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만약 양의지 선배와 타율 차이가 1푼 내외였다면 타격왕에도 욕심을 냈을 거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서 신인왕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안현민은 "신인왕이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송승기 선수가 워낙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이어 송승기에 대해서는 "정말 훌륭한 투수다. 특히 체인지업은 제가 올해 상대한 변화구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인정했다.

살아난 안현민의 활약에 힘입어 KT는 가을야구 진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안현민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4연패를 당했을 때도 최대한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가져가려고 노력했고, 지금 2연승을 하면서 더욱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현민은 "가을야구에 못 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무조건 우리 자리는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우리가 잘해서든 다른 팀이 부진해서든 어떤 식으로든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가장 중요한 8, 9월에 제가 힘을 못 내서 팀에 정말 죄송한 마음이 크다"는 안현민은 "이제 정말 몇 경기 남지 않았으니까 집중해서 임하면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활약을 다짐했다. 괴물 신인의 각성과 함께 KT의 가을 진출 꿈도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