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도입에 대처하는 이정후 동료 '프레이밍 최고수'의 자세는? "역이용해서 타자 속이는 방법도..." [스춘 MLB]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포수의 챌린지 성공률 56%로 최고...제도는 활용하기 나름

2025-09-26     배지헌 기자
패트릭 베일리(사진=MLB.com 방송화면)

 

[스포츠춘추]

"리그 전체 포수들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다." 이정후의 팀 동료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프레이밍 전문가로 통하는 패트릭 베일리가 2026시즌 자동볼판정시스템(ABS) 도입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베일리의 우려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는 올시즌 포수 프레이밍 런 +25를 기록하며 2위와 거의 두 배 차이로 메이저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율 0.222라는 빈약한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프레이밍 능력 덕분이다. 스탯캐스트 수비런밸류에서도 +31을 기록해 전 포지션을 통틀어 최고의 수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베일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생각했던 것만큼 야구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며 "정말 큰 오심만 제거할 것"이라고 재평가했다. 완전 자동화가 아닌 경기당 2회 '챌린지' 시스템이기 때문에 프레이밍의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베일리는 스포츠 전문지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생각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프레이밍의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주심의 콜을 받아내야 하고 스트라이크를 스트라이크로 유지해야 한다. 결국 스트라이크존을 잘 아는 것이 여전히 정말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베일리가 새로운 시스템을 역이용할 전략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 타자를 속여 챌린지 기회를 낭비하게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프레이밍'을 할 것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스트라이크를 볼처럼 보이게 잡아 타자가 성급하게 챌린지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최고 수준의 프레이밍 기술자답게 새로운 환경에서도 우위를 점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베일리다.

베일리의 이런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메이저리그가 발표한 스프링 트레이닝 288경기 실험 결과를 보면, 포수들이 가장 높은 챌린지 성공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체 챌린지 성공률은 52.2%였지만 포수는 56%로 1위를 차지했다. 타자는 50%, 투수는 41%에 그쳤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이런 결과를 이미 예상했다고 밝혔다. 현역 시절 포수였던 보치 감독은 "투수들은 모든 게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하고, 타자들은 모든 게 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포수들의 높은 성공률을 내다봤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 ABS를 경험해본 선수들의 증언도 나왔다. 트리플 A에서 3년간 시스템을 경험한 샌프란시스코의 투수 트리스탄 벡은 "2번의 챌린지 기회는 결코 많은 게 아니다"라며 "마이너리그에서는 팀들이 거의 매일 챌린지 기회를 모두 써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 첫 투구부터 챌린지가 나오는 것도 여러 번 봤다"고 덧붙였다.

패트릭 베일리(사진=MLB.com 방송화면)

포수 출신 감독들은 ABS 도입 이후에도 포수의 중요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A.J. 힌치 감독은 "포수의 프레이밍과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스트라이크존 컨트롤의 핵심 요소로 남을 것"이라며 "이제 타자, 투수, 포수 모두에게 옳고 그름을 가릴 기회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자이언츠의 밥 멜빈 감독은 베일리에 대한 신뢰를 거듭 확인했다. "베일리는 최고다. 그는 투수들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어떻게 해야 스트라이크를 얻을 수 있는지 안다"고 극찬했다. 트리스탄 벡 역시 "베일리의 재능을 우리 모두 안다. 그는 내가 본 중에 최고이고, 그 능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멜빈 감독은 챌린지 권한 배분에 대해서도 현실적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떤 선수들에게는 '오늘 실패하면 내일은 기회가 없다'고 못을 박아야 할 것"이라며 "반면 정말 (챌린지를) 잘 활용할 선수들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내년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누가 뛰어나고 부족한지 가려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스티븐 보그트 감독은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유쾌한 고백을 했다. 그는 "나는 포구 능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ABS 도입을 환영했을 것"이란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좋든 싫든 상관없이 ABS는 도입된다. 앞으로 6개월 안에 모든 것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ABS 도입은 프레이밍 전문가들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완전 자동화가 아니기 때문에 프레이밍 기술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제는 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략적 사고까지 겸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베일리처럼 최고 수준의 기술자들은 오히려 새로운 시스템을 활용해 더 큰 우위를 점할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야구는 같은 조건에서 더 많은 이점을 찾아내야 승리하는 게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