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연출·연기 한화 노시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급' 연기..."제 연기력 좋았다" [스춘 MVP]
한화, LG에 4-1 대역전승 2.5경기 차로 추격
[스포츠춘추=대전]
연신 싱글벙글했다. '연기력'을 무한 발휘해 재치 넘치는 눈속임으로 팀에 소중한 동점 득점을 올리며 결국 팀 역전승을 이끈 것에 대한 기쁨과 행복, 자부심이 가득 느껴졌다. 만루 홈런 친 것보다 이 득점 하나가 기분이 더 좋았단다.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입이 귀에 걸린 만개한 미소였다. 한화 이글스 내야수 노시환(25)의 얘기다.
한화는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LG와 홈경기에서 4-1 역전승했다. 한화는 6회까지 0-1로 끌려가다가, 7회말 1사 후 3루 주자 노시환의 번뜩이는 몸 비틀기로 포수 태그를 피하고 홈을 밟아 소중한 1-1 동점을 올렸다.
이때부터 한화의 기세가 올라갔다. 한화는 이 분위기를 타고 이도윤의 2타점 역전 적시타와 심우준의 번트 안타로 3득점을 더 올려 4-1을 완성했다.
혼돈의 상황으로 돌아가보면, 앞서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전 적시타로 출루한 노시환은 채은성의 좌중간 안타 때 3루까지 밟았다. 이때부터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1사 2,3루에서 후속타자 하주석의 타구가 투수 앞 땅볼로 흘러갔고, 바뀐 투수 LG 김영우가 이를 잡아 3루에서 홈으로 들어오려던 노시환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때 신인인 김영우가 경험 미숙으로 노시환을 몰아가는 선택을 하며 3루수 구본혁에 공을 송구했고, 구본혁이 다시 포수 박동원에 송구했다. 박동원이 노시환을 태그했다. 노시환은 끝까지 홈을 밟았다. 구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노시환이 홈을 밟기 전 박동원의 태그가 인정된 것이다.
그런데 한화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박동원의 태그 당시 글러브 속에 공이 없었다. 박동원의 오른손에 공이 들려있었으나, 태그는 포수 미트를 낀 왼손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시환의 발이 홈을 먼저 찍었기 때문에 판독 결과 세이프로 번복됐다. 노시환이 재치 넘치게 박동원이 공을 든 손으로 태그하는 것을 피하고, 끝까지 달려 홈을 밟았기에 올릴 수 있는 소중한 득점인 것이다.
세이프가 선언되자 이미 분위기는 한화 쪽으로 넘어갔다. 기세를 올린 한화는 대타 이도윤이 우전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3-1 역전에 성공했고, 1사 1,3루에서 심우준의 번트 안타 마저 LG 수비진의 실수로 성공하며 4-1로 점수 차를 벌렸다. 노시환의 회피 기술이 만든 거대한 '스노우볼'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은 "세이프가 선언되자 더그아웃에서 마치 만루홈런 친 것 마냥 난리가 났다"고 회상했다.
운이 좋은 피하기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계획이 있었다고. 노시환은 "다 계획이 있었다. 일부러 저를 죽이라는 척 방심을 유도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원래 제가 연기를 좀 잘한다"며 싱글벙글 웃은 노시환은 "때론 이런 상황을 혼자 상상해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 순간에 본능적으로 '스리피트(3피트) 룰' 위반도 신경 썼다고 한다. '스리피트 룰'은 주자가 태그를 피하기 위해 라인을 벗어나면 아웃되는 규정이다. 노시환은 "스리피트 룰에 위반될까봐 최대한 3루쪽 라인에서 안 벗어나는 선에서 연기하려 했다. 일부러 한 발짝만 내주고 다 계획된 플레이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본인 입으로 동점 득점 상황이 '결정적'이었다고 자평한 노시환은 "아무리 생각해도 저의 그 득점이 결정적이었다. 이걸로 분위기가 한방에 바뀌었다"며 치아 교정기가 다 보이게 활짝 웃었다.
이날 경기는 1만 7000석 전석 매진되며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가을야구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노시환은 "경기가 너무 재밌었다. 내일도 이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한다. 내일도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거듭 '연기'가 이번 동점 득점의 핵심 요소라고 꼽은 노시환은 이날 자신의 플레이를 여러본 돌려보며 행복한 가을밤을 만끽할 것이다. 한편, 그는 이날 안타 2개도 때려냈지만 그 누구도 안타 상황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만큼 동점 득점 순간의 임팩트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