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버튼 누르고 '무한 경쟁' 들어가는 두산... "이름값 중요치 않다, 컨디션·태도·헌신 볼 것" [스춘 현장]
조 대행, 다음 시즌 야수진 '무한 경쟁' 예고 "안재석 잘하지만 '제로 베이스' 시작, 김민석은 타격 성적 끌어올려야" "이유찬과 박지훈, 장기적으론 내야수...상황 따라 외야 겸업 가능"
[스포츠춘추=잠실]
조성환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이 다음 시즌 야수진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리셋' 버튼을 누르고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조 대행은 지난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SG랜더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다음 시즌 야수진 구상을 설명했다. 조 대행은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컨디션과 태도, 팀을 위한 헌신 등 여러 모습을 볼 생각이다.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증명하면 그 자격이 본인에게 돌아간다. 자리는 정해져 있는데, 선수는 그보다 많다.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의 커리어와 이름값은 중요하지 않을 전망이다.
군 전역 이후 지난 8월 12일 1군에 합류, 타율 0.333에 OPS 0.940을 기록하며 맹활약 중인 안재석(22)에 대해 조 대행은 "내년 풀타임 유격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하지만 '제로 베이스'로 시작할 생각이다. 베테랑 선수들이 복귀해 라인업에 들어가고 있지만, 모든 선수가 똑같은 선상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내야수 이유찬(26)과 박지훈(25)의 외야 겸업 계획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 유격수로 나섰지만, 최근 외야 출장 빈도가 잦아진 이유찬에 대해서는 "우리 팀 사정이, 우타 외야수가 없다. 상대 선발이 좌완일 때 좌타 상대 전적이 좋은 우타자가 있으면 좋다. 이유찬이 그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찬이 앞으로도 내-외야 멀티 플레이어로 활용될까. 조 대행은 "외야로 나가는 것이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도움은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유찬은 내야에서 빛나는 선수다. 본인이 자기 포지션을 찾아 내야에서 한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다면, 멀티 플레이어로의 활용은 생각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팀 사정상 우타 외야수 역할을 맡고 있지만, 조 대행은 이유찬이 전문 내야수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최근 좋은 타격 성적을 기록 중인 박지훈은 주로 3루수로 나섰지만, 올 시즌 2루수와 1루수, 중견수로도 출장했다. 박지훈의 수비 포지션에 대해 조 대행은 "3루를 제일 잘 한다. 오명진도 3루 수비가 가능하지만, 박지훈이 내야 전 포지션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다. 소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다른 포지션에서 경쟁하기보다는, 가장 잘하는 3루에서 장기를 살려줬으면 한다"며 박지훈이 전문 3루수로 성장하길 바랐다. 박지훈은 9월 타율 0.484에 OPS 1.192를 기록하며, 최근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조 대행은 "내년 구상을 했을 때도 우타 외야수가 필요하다면 박지훈과 이유찬이 외야 겸업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상황에 따라 이유찬과 박지훈이 내-외야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소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올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에 이적했지만, 여전히 잠재력을 만개하지 못하고 있는 김민석(20)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대행은 "김민석은 사실 대타로는 매력이 없다. 선발로 나와야 하는 선수인데, 냉정하게 지금 타격 성적으로 1루수를 맡기에는 무리가 있다. 1루 겸업을 시켜서 포지션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보다는 타격에서 결과를 더 잘 내야 한다"며 포지션 문제에 앞서 타격에 '올인'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올 시즌 92경기에 나서 타율 0.228에 OPS 0.565를 기록하고 있다. 조 대행의 말대로 1루 자리를 맡기에는 성적이 부족하다.
조 대행은 "김민석은 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외야수로 자리 잡아서 선발로 출장해야 매력 있는 선수다. 경기 중간에 대타로 나섰을 때 (결과를 낼) 확률이 조금 떨어진다. 본인도 마음을 먹고 준비해야 한다"며 김민석의 장기적 성장 방향을 설명했다.
27일 기준 두산 1군 엔트리에는 김민석, 제이크 케이브, 정수빈, 김재환, 김인태, 조수행까지 6명의 외야수가 등록돼 있다. 이들은 모두 좌타석에 들어선다. 우타 '전문 외야수'가 없다. 두산은 지난 17일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우투우타 외야수인 마산용마고 김주오(18)를 지명했다. 예상치 못한 '깜짝 픽'이었는데, 이날 조 대행의 인터뷰에서 김주오를 빠르게 지명한 이유가 엿보인다.
두산은 이번 시즌 오명진·박준순·안재석·박지훈 등 젊은 내야 자원들이 1군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내야진 재편'을 선언할 법도 했지만, 조 대행은 베테랑 포함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조 대행의 말대로 '주인공'이 될 선수는 누굴까.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