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감독 선임됐는데 웃음기 쏙 빼고 인터뷰, 설종진 감독 "영광스러운 자리지만...책임감 앞서" [스춘 현장]

이날 정식 선임 발표된 설종진 감독, "영광스러운 자리" 기쁜 소식에도 신중한 모습 "책임감 느낀다"

2025-09-28     박승민 기자
키움 설종진 감독이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 상대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스포츠춘추 박승민 기자)

[스포츠춘추=고척]

대행 꼬리표를 뗀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앞섰다. 키움 히어로즈 제7대 사령탑에 선임된 설종진 감독이 웃음기를 쏙 뺀 채 취재진과 만나 왕관의 무게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키움은 28일 오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설종진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기간 2년, 연봉 2억원, 계약금 2억원으로 총액 6억원 규모다. 구단은 "창단 첫해인 2008년부터 프런트와 현장을 두루 거치며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는 점과 "현장 지도자 중 히어로즈 정신을 가장 충실히 계승할 인물"이라는 점을 선임 이유로 밝혔다.

이날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 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설 감독은 평소의 유쾌한 모습과는 달리 시종일관 차분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는 "영광스러운 자리"라면서도 "영광보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무거운 마음을 토로했다. 정식 감독 선임 통보에 대해서는 "며칠 전 허승필 단장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설 감독은 후반기를 앞둔 지난 7월 14일부터 1군 감독 대행을 맡아 이날까지 51경기를 지휘했다. 대행 부임과 함께 "후반기 4할 승률"을 공언했고, 실제 20승 1무 30패로 승률 0.400을 기록 중이다. 남은 2경에서 반타작만 하면 목표 달성이 가능한 상황. 그러나 설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욕심이 나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설 감독은 "승률보다는 선수들이 분위기를 쇄신해 준 것에 고맙다"며 "지금까지 잘해왔고, 내년 준비를 하기 위해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식 감독으로서 보여주고 싶은 리더십에 대해서는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이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의미대로 잡기보다는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와 함께 논의하고 훈련 준비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내년 시즌 구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대행 기간 선수단과 함께한 소감, 마무리 훈련 구상, 다음 시즌 코칭스태프 구성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설 감독은 "내일 취임식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아무래도 팀이 하위권에 있었다. 내년 준비도 해야 하고, 남은 두 경기도 잘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한 설 감독은 "우선 두 경기 잘 마무리하고, 이후 내년 준비를 위한 미팅을 가져갈 예정"이라며 "그때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남은 두 경기에 대해서는 "이기는 야구를 할 생각이다. 대충 하지 않겠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설 감독이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명확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열심히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하위 팀 지휘봉을 잡은 새 사령탑의 간절한 바람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었다.

한편, 키움은 이날 삼성을 상대로 박주홍(좌익수)~송성문(3루수)~임지열(1루수)~이주형(중견수)~임병욱(지명타자)~주성원(우익수)~어준서(유격수)~김동헌(포수)~염승원(2루수)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정현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