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부자 오승환의 소신 "개인상 트로피보다 우승 메달이 소중...고생한 선수단 다같이 받는 상이니까" [스춘 현장]
오승환, 고척돔에서 키움과 시즌 마지막 은퇴 투어..."받은 선물들 잘 모셔두겠다"
[스포츠춘추=고척]
“제가 선물과 트로피를 잘 전시해 놓는 편은 아닌데…이번 (은퇴투어를) 계기로 잘 진열해 놓아야겠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은 ‘끝판대장’이라 불렸던 레전드다.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기록한 대표 마무리 투수로서 커리어 내내 수많은 타이틀과 트로피를 차지했다. 하나둘씩 늘어나는 트로피와 기념품을 전부 정성스럽게 모셔놓진 않았지만, 현역 생활 마지막을 앞두고 은퇴투어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상대팀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받으면서, 앞으로는 좀 더 진열에 신경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받은 트로피와 액자도 오승환이 곱게 진열해야 할 선물 중 하나다. 이날 고척에선 오승환의 은퇴투어 마지막 행사가 진행됐다. 키움 구단은 오승환의 트레이드 마크인 ‘돌직구’를 형상화한 트로피에 더해 고척돔에서 달성한 ‘아시아 단일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경기 사진이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오승환도 사인 글러브 증정으로 키움에 답례했다. 전달한 글러브에는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을 드리겠습니다. 끝판대장 오승환 드림’이라는 낭만적인 문구를 새겼다.
지난 8월 6일 은퇴를 발표한 오승환은 다음날인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원정에서 첫 은퇴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후 8월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시작으로 3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1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1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20일 잠실 LG 트윈스전, 21일 수원 KT 위즈전, 26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을 거쳐 고척에 당도했다.
오후 2시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본행사에서 오승환은 고척돔을 찾은 키움과 삼성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은퇴가 내일모레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키움 히어로즈 팬분들과 인사를 할 수 있음에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한 뒤 “몇 경기 남지 않았는데, 키움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감사하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진 은퇴 투어 기념물 전달식에서 키움 구단은 오승환에게 트로피를 선물했다. 구단은 트로피에 대해 “오승환 선수의 등번호 21번이 새겨진 돌(화강암)로 만든 야구공과 고척스카이돔 마운드 흙을 함께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의 트레이드마크인 ‘돌직구’를 형상화한 것이다. 또 “트로피 받침대에는 오승환 선수의 별명인 ‘Final Boss’를 활용한 이미지와 은퇴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트로피와 함께 액자도 전달됐다. 액자에 담긴 사진은 2024년 4월 26일 오승환이 고척돔에서 달성한 ‘아시아 단일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달성’ 경기다. 키움 구단은 “오승환 선수가 고척스카이돔에서 이뤄낸 역사적인 순간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고척돔에서 좋은 기억이 많은데,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아시아 통산 세이브 기록을 이곳에서 세웠다. 좋은 추억을 안겨준 야구장이다. 뜻깊은 선물을 준비해 주신 키움 구단에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첫해부터 후반기 전업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오승환은 어느 순간 ‘트로피 수집가’가 됐다. 신인상(2005), KBO 세이브 1위(2006~2008, 2011~2012), 한국시리즈 MVP(2011), NPB 세이브 1위(2015),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 MVP(2014) 등 리그를 가리지 않고 수상 경력을 빼곡히 채워갔다.
그런 오승환은 수많은 트로피를 어떻게 보관하고 있을까. 그는 “미국이나 일본, 한국에서 받은 트로피가 많은데, 원래는 내가 정성스럽게 모셔놓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올 시즌 9개 구장에서 은퇴 투어를 진행하며 받은 의미 있는 선물들이 쌓여가고 있다. 오승환은 “이제는 잘 놓아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9개 구단에서) 잘 준비해 주셨으니까 정리할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여태껏 받았던 트로피들과 은퇴 투어 선물들에 대한 재정비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개인 기록이 담긴 트로피보다는 팀 우승 메달과 반지가 더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이런 말하면 재수없다고 할지 몰라도 사실 비슷한 트로피들이 많다. 결국엔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을 때 받은 메달이나 반지가 정말 소중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트로피는 개인 기록을 세웠을 때 주는 트로피가 많지 않나. 그런데 한국시리즈 메달은 선수단이 1년 내내 고생해서 다같이 받는 상이라서 특별한 것 같다”고 팀을 강조했다.
이날로 오승환의 은퇴 투어는 막을 내렸다. 마지막 은퇴 투어를 마무리한 오승환은 “한 달 정도 전에는 시간이 빨리 가지 않았다. 은퇴가 내일모레로 다가오니 팬들과 인사하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승환의 은퇴식은 오는 30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에서 열린다. ‘끝판대장’이 프로 생활 마지막 발걸음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