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홈런보다 타점이 좋아" 50홈런 대기록 앞둔 타자 맞아? 삼성 디아즈의 '팀 퍼스트' 정신 [스춘 현장]
시즌 153타점 KBO 신기록, 득점권 타율 0.345..."타점은 팀 승리로 이어지기 때문"
[스포츠춘추=고척]
'50홈런'을 목전에 두고도, 타점이 더 중요하다 말하는 타자가 있다.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2타점을 추가한 삼성 라이온즈 르윈 디아즈의 말이다.
디아즈는 이날 4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삼성의 4대 2 승리를 이끌었다. 5회와 7회에 1타점씩을 올렸는데, 두 안타 모두 팀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첫 타점은 1대 1 동점 상황에서 팀에 리드를 가져왔고, 두번째는 3대 2로 앞서는 상황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2타점을 추가한 디아즈는 시즌 153타점째를 올렸다. 디아즈는 지난 2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타점을 올려 2015년 박병호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타점 기록 146타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5일 키움전에서는 4타점을 폭발시키며 지체 없이 새 역사를 썼다. 26일에도 1타점을 보태며 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자가 나가면 쓸어 담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디아즈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0.345에 달한다. 시즌 타율 0.311보다 3푼가량 높다. 클러치 상황에서 집중력이 더욱 빛을 발한다는 뜻이다.
타점만큼 디아즈를 돋보이게 하는 기록은 홈런이다. 지난 25일 경기 8회 쏘아 올린 3점 홈런이 시즌 49호였는데, 2015년 야마이코 나바로가 세운 외국인 타자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 48개를 넘어섰다.
디아즈가 1개의 홈런만 더 추가하면 50홈런 고지에 오른다. KBO리그 43년 역사상 50개가 넘는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5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2003년 이승엽이 56홈런으로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를 기록했고, 1999년 이승엽이 54개, 2015년 박병호와 2003년 심정수가 53개, 2014년 박병호가 52개의 아치를 그렸다.
거대하고 의미 있는 기록인 만큼, 디아즈가 50홈런에 욕심을 낼 법도 하다. 디아즈도 그 의미를 모르지는 않는다. "시즌이 끝나고 봤을 때, 49홈런과 50홈런은 분명히 다를 거다. 49개는 '와!'인데 50개는 '인상적'일 것"이라 말했다. 불과 1개 차이지만 가져다주는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박진만 감독도 28일 경기를 앞두고 이 점을 우려했다. "50홈런을 빨리 쳤으면 좋겠다. 의식하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빨리 쳐내고 클러치에 집중하길 바란다"며 디아즈가 부담감을 떨치길 바랐다.
하지만 디아즈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홈런보다는 타점에 더 큰 의미를 뒀다. "49홈런이라 하면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150타점이라 하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디아즈는 타점이 팀 승리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타점 하나하나가 팀 승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타점이 더 좋다. 홈런도 좋지만, 홈런보다는 타점을 더 좋아한다."
디아즈의 이타적인 태도는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은 올 시즌 팀 득점권 타율 0.288로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2위 LG 트윈스의 0.281보다 7리 높다. 주축 타자의 클러치 마인드가 팀 전체로 퍼져나간 셈이다.
삼성은 디아즈의 활약에 힘입어 28일 고척 키움전 승리로 3위 SSG 랜더스와의 격차를 1.5경기로 줄였다. 1승만 더 거두면 자력으로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한다. '홈런보다 타점'이라 말한 디아즈의 승부사 마인드가 삼성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