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폰세다! 루키 정우주 3.1이닝 역투+노시환 맹타, 한화 우승 희망 불꽃 아직 안 꺼졌다 [스춘 리뷰]

루키 정우주 3.1이닝 무실점 호투, 타선 12안타 폭발... 안방서 LG 1위 확정 저지

2025-09-29     배지헌 기자
한화 루키 정우주(사진=한화)

 

[스포츠춘추]

한화 이글스의 '플랜 B'가 제대로 통했다. 괴물 에이스 코디 폰세 대신 선발등판한 루키 정우주가 리그 1위 LG 트윈스 타선을 상대로 기대 이상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전에서 한화는 7대 3으로 승리했다.

82승 56패 3무가 된 한화는 85승 54패 3무인 1위 LG와 격차를 2.5경기로 좁혔다. 여전히 우승 경쟁에선 LG가 압도적으로 유리하지만, 일단 안방에서 LG의 우승 세레머니를 보는 굴욕만은 피했다.

이날 한화는 모든 면에서 불리한 조건이었다. 28일 경기가 우천순연된 가운데 애초 선발투수 코디 폰세가 많은 공을 던졌고, 한화는 부득이하게 신인 정우주를 선발 마운드에 세워야 했다. LG전에 유독 약했던 19세 루키, 패배하면 2위가 확정되는 상황. 안방에서 선두 LG의 우승을 지켜봐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정우주가 해냈다. 3.1이닝을 1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최고 155km/h 속구를 앞세워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 프로 데뷔 두 번째 선발 등판치고는 기대 이상의 호투였다. 첫 선발등판인 15일 키움전에서 2.1이닝 2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흔들렸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정우주는 올 시즌 49경기에서 3승 무패 3홀드 평균자책 3.10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LG를 상대로는 승패 없이 평균자책 7.36으로 부진했다. 상대 팀별로 따져봐도 LG전 평균자책이 가장 높았다. 그런 정우주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가장 약했던 팀을 상대로 강렬한 투구를 선보였다.

1회초 홍창기와 신민재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운 정우주는 오스틴 딘에게 내야안타를 내주고 김현수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지만, 문성주를 내야 땅볼로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후엔 더욱 안정적이었다. 2회초와 3회초를 모두 삼자범퇴로 끝냈고, 4회초에는 첫 타자 오스틴을 범타 처리한 뒤 투구 수 53개를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오프너 역할을 잘 소화한 정우주가 내려간 뒤 한화는 조동욱-김종수-김범수-박상원-황준서-한승혁-마무리 김서현까지 7명의 불펜 투수를 투입하는 물량공세로 LG 타선을 봉쇄했다.

한화 루키 정우주의 피칭(사진=한화)

한화 타선도 올 시즌 내내 약했던 LG 선발 임찬규를 상대로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올 시즌 한화전 4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 0.62로 호투했던 임찬규는 이날 5이닝 8피안타 1볼넷 3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6패째를 당했다.

한화는 2회말 2사 1루에서 황영묵의 선제 적시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최재훈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2대 0으로 앞서갔다. 3회말엔 2사 2루에서 노시환의 좌익수 앞 적시타로 3대 0으로 달아났다. 최초 판정은 홈 아웃이었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LG 포수 박동원의 글러브에서 공이 빠진 사이 문현빈의 발이 홈을 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LG는 5회 오지환의 솔로포로 뒤늦게 추격에 시동을 걸었으나 한화가 다시 달아났다. 한화는 6회 채은성의 1타점 적시타와 이원석의 밀어내기 볼넷, 손아섭의 2타점 적시타를 묶어 4점을 보탰다. LG도 7회 2사 후 구본혁의 안타와 오지환의 2루타, 박동원의 적시타로 2점을 냈으나 거기까지였다.

한화 타선에서는 4번 타자 노시환이 3타수 3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고, 베테랑 손아섭은 결정적인 2타점 적시타를 쳤다. 황영묵과 최재훈도 각각 2안타 1타점씩을 기록하며 12안타 7득점 공세에 힘을 보탰다.

이날 패배로 LG는 정규시즌 1위 확정 매직넘버를 지우는 데 실패했다. LG의 매직넘버는 여전히 '1'이다. 다만 LG는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또는 10월 1일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1승만 더하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한화의 역전 우승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한화가 남은 3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LG가 잔여 2경기에서 모두 패할 경우에만 두 팀은 승률 동률로 1위 결정전을 벌인다. 실현되려면 '기적'이 필요한 시나리오지만, 일단 정우주의 호투로 희망의 불씨가 꺼지는 건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