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1군에서 써도 될 어깨" 김건희 배출한 원주고가 또 포수 유망주를 내놨다...NC 2R 지명 이희성 [스춘 인터뷰]
포수 수비에 진심인 이희성, 2라운드 깜짝 지명... 김형준 후계자 육성 시동
[스포츠춘추]
"투수가 내 리드대로 잘 던지면, 마치 내가 직접 공을 던진 것 같은 희열을 느껴요."
NC 다이노스 신인 포수 이희성(원주고)은 흥미로운 야구관을 가진 선수다. 자신이 4타수 무안타를 쳐도 그날 투수가 잘 던졌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그는, 타격보다 투수 리드와 수비에 '진심'인 포수다. 19세 포수의 이런 이타적 자세는 NC가 예상을 깨고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이희성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희성은 2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함께 지명된 신인들, 부모님과 함께 야구장을 방문했다. 이날 NC는 신인 선수들을 초청해 팬들에게 첫 인사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난 이희성은 "이호준 감독님과 코치님들을 만나서 인사드리고, 선배님들께도 인사드렸다. 팬 사인회도 하고, 입장 게이트에서 야구공 나눠드리는 행사에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장점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에 이희성은 의외의 답을 내놨다. "방망이는 못 친다는 소리를 워낙 많이 들었다"며 씨익 웃어 보였다. "1군에서 경기에 출전하고 프로 생활을 오래 하려면 아무래도 먼저 수비가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해서, 타격 훈련은 좀 내려두고 수비 훈련을 많이 했다."
2학년 시즌인 지난해 이희성은 17경기 타율 0.208(48타수 10안타) 2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3학년인 올해는 16경기 타율 0.386(44타수 17안타) 8타점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이달 초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7경기 타율 0.214(14타수 3안타) 2타점에 그쳤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대회를 지켜본 몇몇 구단 스카우트들은 "수비는 괜찮은데 타격이 약하다"며 "지명 순위가 애초 예상보다 뒤로 내려갈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이희성 본인은 타격 성적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야구하면서 방망이는 애초에 내려두고 일단 수비가 먼저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방망이가 안 맞는다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것 같다"며 "원래 잡생각이 많은 편인데, 대표팀에 가서는 왠지 모르게 스트레스 안 받고 수비에만 집중했다. 어차피 타격은 다른 친구들이 잘 쳐줄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수비만 했다"고 말했다.
이희성이 타격보다 포수 수비에 집중한 것처럼, NC도 그의 수비력에 주목했다. 17일 열린 드래프트에서 NC는 투수를 지명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1라운드에서 내야수 신재인을 지명한 데 이어, 2라운드에서도 포수인 이희성을 선택했다. NC에 이미 김형준이라는 국가대표급 포수가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로도 볼 수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NC는 이희성의 미래를 봤다. 임선남 NC 단장은 "이희성은 지금 1군에 써도 될 정도로 강한 어깨를 보유했다"며 "김형준이 주전 포수가 되고 국가대표가 되는 데 6년이 걸렸다. 포수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희성도 시간을 들여 키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호준 감독 역시 "영상을 보니 어깨는 김형준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더라"며 이희성의 수비력을 칭찬했다.
김형준 스카우트 팀장은 "강한 어깨와 우수한 송구 능력을 바탕으로 2루 도루 저지에 탁월하고, 스페셜급의 송구 능력과 고교 최고 수준의 팝 타임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격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성향으로 모든 투구에 힘 있는 스윙을 구사하며, 향후 장타력을 겸비한 공격형 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원"이라며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희성은 포수 포지션에 애착이 강한 선수다. 처음 포수를 시작한 것도 스스로 자청해서였다. "원래는 내야와 외야수를 했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때 동기였던 포수가 야구를 그만뒀다. 바로 '제가 포수를 하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그 친구가 하는 게 다 멋있어 보였고, 일단 포수 장비를 차는 게 제일 멋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포수를 시작한 이희성은 오랜 경험 덕분에 다른 고교 포수들과 차별화된 능력을 갖췄다. 이희성을 포수로 육성한 김덕윤 원주고 감독은 "이희성은 성숙한 투수 리드를 보여준다. 경기를 넓게 읽는 시야로 투수와의 호흡을 잘 맞추며, 상대 타자의 약점과 경기 흐름을 빠르게 파악해 투구를 배합하고 리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안정감 있게 경기를 이끌며, 포수로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포구와 블로킹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다"며 "이희성의 강점은 단순히 신체적 능력에만 있는 게 아니다. 동료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도 뛰어나다. 경기장에서 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희성은 2023년 신인 김건희(키움 1라운드 6순위 지명) 이후 3년 만에 원주고가 배출한 프로야구 선수다. 김건희와 포지션도 같은 포수다. 이희성의 원주고 진학에는 김건희의 영향이 컸다. "건희 형이 프로 지명받는 영상을 보고 나도 원주고에 가야겠다고 결심해서 입학하게 됐다"며 "건희 형처럼 나도 원주에서 많은 걸 배워서 빨리 프로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로 건희 형 다음으로 프로에 지명받은 선수가 됐다"고 했다.
원주고가 꾸준히 포수 유망주를 배출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보통 고교나 대학에는 포수 전담 코치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원주고는 배터리 전문 코치가 있다. 장충고-경희대를 거쳐 NC 다이노스에서 선수로 활동했던 정성민 코치가 배터리를 담당한다. 이희성은 "우리 학교 정성민 배터리 코치님도 잘 가르쳐 주시고, 레슨장 코치님도 잘 가르쳐주셔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타격 얘기할 땐 겸손하던 이희성은 포수 수비로 화제가 넘어가자 눈빛이 달라졌다. "포수 수비는 다 자신있지만, 송구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투수와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투수의 스타일과 성향이 1번이다"며 "타자들의 성향을 보고, 그 투수의 그날 가장 좋은 공을 많이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만의 리드 철학을 설명했다.
NC 지명 이후 롤모델도 생겼다. 이희성은 "원래는 딱히 롤모델은 없었다. 이제 김형준 선배님에게 많이 배우고 물어보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에서 가장 배터리를 이루고 싶은 선배로는 구창모를 꼽았다. "구창모 선배님의 볼을 잡아보고 싶다.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좌완투수이고, NC하면 구창모 선배님 아닌가. 구창모 선배님 공이 가장 잡아보고 싶은 공이다."
이희성은 수비력을 무기로 1군에서 오래 살아남는 선수가 목표다. "1군에 오래 있는 게 목표다. 잘하는 날도 못하는 날도 있겠지만, 팬들의 머리속에 오래오래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수비가 먼저라는 신념으로 무장한, 누구보다 포수에 진심인 이희성의 합류로 NC 안방이 더욱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