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원의 냉정한 판단 “NC는 생존하려고 연고지 이전 검토하는 것” [박동희 칼럼]
“NC 연고지 이전 논란? 창원 연고지 적절성 논란이 맞는 표현” “사고 피해자보다 시장의 선거법 판결에 더 집중했던 창원시” “NC 지원할 돈으로 파크골프장 짓자”던 일부 시의회 의원들 “프로팀은 지자체 대신 시민의 여가생활 책임지는 고마운 파트너”
[스포츠춘추]
“창원을 떠날 수 있다.”
5월 30일 기자회견에서 NC 다이노스 이진만 대표가 연고지 이전과 관련해 발언한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그러나 공식 석상에서 ‘연고지 이전’을 언급하기까지 NC가 인내한 시간은 14년이었다.
NC의 ‘연고지 이전 검토’ 선언 이후, 창원시는 뒤늦게 NC 달래기에 나섰다. ‘NC소프트 본사사의 창원 이전’을 요구하기까지 했던 창원시의회도 창원시를 따라 NC 붙잡기에 동참했다. 그러나 현재 창원시는 홍남표 전 창원시장의 당선무효로, 시의 수장이 공석이다. NC로선 협상의 파트너가 불확실한 상황.
이런 가운데 NC와 창원시 사이에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지역 정치인이 있다. 한은정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원이다. 2020년 지자체 이름을 단 최초의 여자야구팀 ‘창원미녀야구단(창미야)’ 창단에 힘을 보탰던 한 의원은 ‘프로야구팀은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지지 못하는 국민과 지역민의 여가생활을 책임져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인식하는 이다. 그를 창원NC파크 카페에서 만났다.
"NC 연고지 이전 논란? 창원 연고지 적절성 논란이 맞는 표현"
의원께서 올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 잘 봤습니다. ‘프로야구단은 연고지를 떠날 자유가 있다. 그러나 도시가 진정 구단을 붙잡을 의지가 있다면, 그 떠날 자유는 사용되지 않는다. 창원시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진심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언젠가 비어버릴 야구장을 외면할 것인가’라는 내용이 눈에 띄었는데요.
창원에서 시 관계자나 정치인들 취재하시면서 “거두절미하고, 미안하게 됐습니다”하는 이야기 자주 들으셨을 거예요.
자주 들었습니다. 의원께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건가요.
(고갤 가로저으며) 전혀요. 저는 창원시, 창원시의회, 창원시설관리공단은 절대 창원시민들과 야구팬 그리고 NC 구단에 ‘거두절미’라는 단어를 써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네?
거두절미(去頭截尾)는 머리(頭)와 꼬리(尾), 그러니까 ‘앞뒤 사설’ 다 빼고 '본론'만 말하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분들이 말하는 본론이란 뭘까요? ‘어찌 됐든 NC가 창원을 떠나겠다고 하니 우리로선 유감이다’ 이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본론만큼이나 깊게 다뤄야 할 건 다름아닌 ‘앞뒤 사설’이에요.
앞뒤 사설이라.
이번 논란의 ‘앞 사설’이 뭐겠어요. 창원시가 프로야구단 유치하려고 NC에 던졌던 수많은 장밋빛 약속 아니겠어요. 그럼 또 ‘뒤 사설’은 뭐겠어요. 결국 그 수많은 장밋빛 약속 가운데 지켜진 게 거의 없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지요.
창원시가 프로야구단 유치 땐 온갖 선심과 약속을 쏟아내고, 정작 NC를 유치하고 나선 ‘확’ 태도를 바꿨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누적된 실망감에 NC가 ‘계속 창원에 남아야 하나’ 고민을 시작한 것도 맞고요. 그렇다면 당연히 시의 행정가나 저 같은 정치인은 본론도 본론이지만, ‘앞뒤 사설’부터 따지고 분석해야 합니다. 그래서 ‘거두절미’라는 사자성어는 이번 ‘창원 연고지 적절성 논란’에 어울리지도, 써서도 안 되는 말이라 생각하는 거예요.
대부분 ‘NC 연고지 이전 논란’이란 말을 씁니다. 그런데 의원께선 ‘창원 연고지 적절성 논란’이란 말을 쓰시는데요. 이유가 있습니까.
NC가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도록 ‘앞뒤 사설’을 제공한 건 누가 뭐래도 애초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창원시, 무관심하기만 했던 창원시의회입니다. 구조물 낙하로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의 경우엔 창원시설관리공단도 또 다른 ‘사설’을 제공한 책임 주체고요.
네.
이번 논란의 책임을 져야 하는 쪽, 다시 말해 귀책사유가 있는 쪽이 논란을 제공한 당사자로 지목되는 게 마땅하다고 봐요. 무엇보다 야구계에서 ‘창원이 프로야구단 연고지로 적절하지 않으니, NC는 다른 지역을 연고지로 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우리 창원이 NC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으려면 우리 스스로 프로야구단 연고지로 적절한지, 적절하지 않으면 무엇을 강화해야 하는지 깊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야구장 사망사고 발생 후 시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던 창원시. 야구팬들의 진실규명 목소리리에 눈 뜬 시의회
창원NC파크엔 자주 오십니까.
한 시즌에 5, 6경기 정도는 직접 가서 봐요. 예전 홈구장이 마산야구장일 땐 유소년 야구선수였던 아들 덕분에 더 자주 갔죠.
창원NC파크의 매력,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창원NC파크는 노을이지는 저녁때가 정말 예뻐요. 가을야구할 때 관중이 꽉 찬 창원NC파크 보시면 아마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도 없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래서 우리 NC는 가을야구와 가장 잘 어울리는 팀입니다(웃음).
가을야구와 가장 잘 어울리는 팀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칫 내년 NC의 가을야구를 보려면 창원이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NC가 창원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야구팬으로선 정말 화나고, 창원시민으로선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었어요. 창원시의원으로선 입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죄송하고 또 죄송할 따름이고요.
야구팬, 창원시민, 창원시의원으로서 느끼는 감정의 깊이가 다른 듯합니다.
NC가 ‘창원을 떠날 수 있다’라는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지, 야구팬이라면 다 아실 거예요. 실제로 많은 야구팬이 창원시가 NC를 홀대했다고 느끼고 계시죠. 창원시민 입장에선 지역의상징이나 다름없는 스포츠팀이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있다고 하니 무척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고요. 한편으로 저는 창원시의원입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데 큰 책임이 있습니다. 창원시민, 야구팬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시의원으로서 NC 성장 과정을 꾸준히 지켜보셨을 듯합니다.
2014년 창원시의원 초선 때 창원NC파크 건립이 확정됐어요. 진해 야구장 건립을 주장하던 시의원이 시장에게 달걀을 던져 구속될 만큼 진통이 많았죠. 재선 때인 2018년엔 허성무 당시 창원시장님과 NC 황순현 대표님이 ‘NC 퓨처스팀 창원 이전’ 업무협약을 했는데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봤어요. 물론 창원NC파크 개장 경기도 직접 현장에서 봤고요.
자주 가던 야구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 듣고 놀라셨겠습니다.
당연히 놀라고, 슬펐어요.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을 생각하니 더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사실 그보다 더 놀라고 슬펐던 건 사고 발생 후,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의 초기 대응이었어요.
초기 대응이 어땠습니까.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사과는 뒤로 한 채, NC 구단을 상대로 책임 공방에만 매달렸어요. 창원시설공단은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창원시는 뒷짐만 지고 있었죠.
창원시의회 역시 즉각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응을 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5월 14일 시의회 정문에서 이른바 '다이노스 컴백홈' 7행시 입장문을 발표해 여론의 격렬한 반발과 비난을 샀습니다.
시의원 전체가 모여 창원NC파크의 조속한 재개장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한 건데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듯싶어요. 지금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3월 29일 사고가 발생했고, 시의회의 7행시 입장문이 발표된 건 5월 14일입니다. 45일 정도나 시간이 흘렀는데요. 그 정도 시간이라면 사고가 어째서 발생했고,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 왜 NC가 창원 복귀에 신중한지 시의원 차원에서 이유를 알아채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시의회에서 시와 시설공단 책임자들을 계속 불러 진상을 살펴보긴 했어요. 사실 그것도 타이밍이 많이 늦었죠.
왜 타이밍이 늦었던 겁니까.
사고 당일부터 뉴스를 보고 시의회도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어요. 다만, 사망사고니까 며칠은 애도하자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사이 시나 시설공단의 보고는 따로 없었습니까.
없었죠. 사고 발생 3일째 되던 날 피해자가 돌아가셨는데 전혀 보고가 없었어요.
창원시의회 회의록을 죄다 찾아보니까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시의회에서 처음 언급한 게 5월 12일 본회의였더군요. 사건 발생 40일이 지나고 나온 언급인데. 그것도 서명일 의원 딱 한 분만 발언하셨더군요.
시의회가 창원NC파크 구조물 낙하 인명사고 진실규명과 함께 ‘창원이 NC와의 약속을 얼마나 오랫동안 지키지 않았는가’라는 본질적 문제에 접근한 건 순전히 야구팬들 덕분이었어요. 야구팬들이 진정성 있는 고인 추모와 함께 진실규명 목소릴 내시면서 시의회에서도 ‘더는 지켜만 봐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죠. 그러다 보니 NC가 얼마나 홀대를 받았는지 깨닫게 됐어요.
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대부분 시의원이 ‘이제라도 NC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연고지 구단 지원에 긍정적인 발언과 대안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NC에 ‘연고지 운운은 도를 넘은 발언’이라느니 ‘NC에 마냥 끌려가선 안 된다’는 강경한 이야기도 꽤 되더군요. 취재 중 만난 시의회 관계자는 “비공개회의 중에 어느 시의원이 ‘차라리 NC 지원할 돈으로 파크골프장 짓는 게 낫다’고 발언해 무척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만약 그런 소리를 했다면 야구단을 ‘을’, 시와 시의회를 ‘갑’으로 봤던 게 아닐까 싶어요. 창원의 중장년분들 가운데 야구팬이 정말 많아요. 특히나 마산 야구아재는 오래 전부터 하나의 브랜드가 돼 유명하잖아요. 그런 역사를 고려할 때 “NC 지원할 돈으로 파크골프장나 짓자”고 말씀한 분이 있다면, “그건 창원 중장년분들의 관심사를 파크골프’라는 테마로 너무 협소하게 생각하셨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흥행 보장 위해 연고지 이전? NC는 생존하기 위해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는 것"
사고 이후 NC 구단이 연고지 이전 카드를 꺼냈습니다.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 정말 놀랐어요. 사실.
네.
프로스포츠에서 구단 연고지 이전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잖아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지역으로 연고지를 옮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NC 입장에서, 그리고 프로스포츠 입장에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창원이 프로야구단 연고지로서 적절한지’를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냉정하고, 객관적인 검토의 결론이 궁금합니다.
‘내가 NC라도 창원을 떠나고 싶겠다’였어요.
그렇습니까?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창원시 인구가 가장 적습니다. 그래도 비수도권 유일의 특례시에요. NC가 1군 무대를 밟았던 2013년 인구가 109만이었어요.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은 99만으로 줄었어요. 창원NC파크 관중석이 1만 8천 석 정도 됩니다. 현재 인구론 창원NC파크 관중석을 경기마다 채우는 건 정말 어려운 도전이에요. 구단 입장에서 ‘인구가 더 많은 수도권이나 광역시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하고 충분히 고민할 수 있다고 봐요.
창원시 몇몇 관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다른 건 다 명분 쌓기고, 결국 NC가 흥행이 보장되는 수도권이나 광역시로 가겠다는 소리’라고.
그런데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검토하니 NC 연고지 이전 검토와 ‘흥행 보장’과는 연관이 크지 않았어요. 오히려 NC는 흥행을 더 보장받으려고 연고지 이전 카드를 꺼낸 게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연고지 이전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생존하기 위해 연고지 이전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창원시나 제가 소속된 창원시의회나 NC에 대해 무관심했던 게 맞아요. NC가 창원을 연고지 삼아 활동한 지 14년이 됐음에도 지금까지 그 흔한 지원 조례 하나 없다면 믿으시겠어요? 시가 연고지 구단을 지원하려면 그 근거가 되는 조례가 있어야 하는데 시나 시의회나 아무 생각이 없던 거예요.
처음 알았군요.
지금 시의회에서 지원 조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10월이면 구체적 안이 올라올 겁니다. NC 구단과 야구팬 그리고 창원시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시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어요.
지원 조례가 만들어지면 뭐가 달라집니까.
세금을 야구단에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명문화됩니다. 지금까지 시가 야구단을 위해 돈을 썼다면 그건 전부 근거 없이 쓴 편법이었어요. 시와 시의회가 NC를 하찮게 여겼다는 수많은 예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NC 지원 예산이 통과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달라집니까.
창원NC파크 외야 관중석 2천 석을 증설하는 데 65억 원 정도 듭니다. 보조 전광판도 새로 만들어지는 데 39억 원 정도 들어요. 구장 2층에 팀 스토어도 증설되고, 철골 주차장도 100억 원가량이 필요합니다. 2군 전용시설 확보에도 70억 원가량 필요합니다. 이 모든 비용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NC의 핵심 요청 가운데 교통편 증편이 있습니다.
KTX 증편은 NC 때문만이 아니라 창원 전체를 위해서도 절실해요. 비즈니스 목적으로 창원 오시는 분들도 끊임없이 증편을 요구하고 있어요. 이재명 대통령 후보 공약에 경남 KTX 증편이 포함됐을 정도니까. 그렇다고 마냥 KTX 증편만을 기다릴 순 없어요. 역에서 구장까지 가는 셔틀 운영을 시작했어요. 창원NC파크 티켓이 있으면 ‘돝섬’이라고 마산 끝에 있는 예쁜 섬에 입장할 때 할인하는 시스템도 도입했어요. 좀 더 빨리 움직이지 못해 NC 구단과 야구팬 그리고 창원시민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경기 없는 날이나 비시즌 기간에 야구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문제일 듯싶습니다. 지금까지 경기 없는 날이나 비시즌 기간에 벌어지는 사업과 관련해선 시가 수익을 전액 챙긴 것으로 아는데요.
NC 요구 사항 가운데 그런 내용이 있어요. 비시즌 때 자유롭게 야구장을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파리올림픽 보니까 올림픽 치르려고 만든 체육관을 겨울에는 아이스링크로, 여름엔 실내 수영장으로 활용하더라고요. NC는 게임사가 모그룹이라, 원체 상상력이 뛰어날 거라고 봐요. NC에 비시즌 기간 야구장 활용을 맡기면 수익 극대화도 극대화지만, 지금껏 세상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 생겨날 거 같아요.
문제는 창원의 경우,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 시장 약속이 매번 뒤집힌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시장 바뀌면서 뒤집힌 사업이 정말 많아요. 그 대표적인 사업이 NC와 초기에 맺었던 약속들이었어요. 시장의약속을 믿고, 사업 시작을 기다렸는데 후임 시장이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하고 모른 척하면서 NC가 낭패 본 게 많아요. 최근 창원시에서 문제가 되는 ‘빅트리’나 ‘맘스프리존’도 같은 예에요. (잠시 생각하다가) 계약 전엔 황금 사과를 약속했는데, 계약 후엔 땡감이 나오는 식이죠.
빅트리는 창원시 행정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또 다른 망작인데요.
빅트리는 그냥 나무가 아니에요. 무려 3천440억 원짜리 시설물이에요. 창원의 랜드마크가 되리라 예상했던 빅트리 보면서 시민들이 그럽니다. ‘그냥 없는 게 낫겠다’고. 진짜 부끄러운 일이죠. 맘스프리존은 민간 사업자가 짓고, 내부 운영은 창원시가 하는 형태에요.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접근성도 문제고, 주차장도 없고. 아기 엄마들이 어떻게 가라고 만든 건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요.
"야구단은 정부와 지자체가 할 수 없는 국민과 시민의 여가생활을 대신 책임져주는 고마운 파트너"
NC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있습니까.
지방소멸 시대에 창원 인구가 100만 이하로 떨어졌어요. 고교나 대학 졸업하면 서울로 직장 구하러 가요. 재능 있고 공부 좀 한다는 청년들도 서울로 뜨게 마련이고요. 우리 창원이 자꾸 비어가는 도시가 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 조금이라도 우리 창원시민에게 활력을 주는 곳이 있다면 바로 NC 다이노스에요. NC 야구단이 오랫동안 창원에 남아 청년들에겐 희망, 저 같은 중년에겐 에너지, 오랫동안 창원을 지켜주셨던 장년에겐 추억을 드렸으면 좋겠어요. 덧붙여.
덧붙여?
일련의 사태에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명백해요. 저를 포함한 정치하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무책임과 무능함을 책임져야 합니다. 저는 지금부터 제 책임을 져볼 생각이에요.
야구단과 시의 신뢰 회복이 절실할 듯합니다.
정확한 지적이에요. 10월에 조례가 생기면 시와 시의회는 NC가 안심하고, 더 나은 구단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하려면 시와 시의회는 프로야구단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야만 해요.
어떤 식으로 바꿔야 합니까.
야구단은 정부와 지자체가 할 수 없는 국민과 시민의 여가생활을 대신 책임져주는 고마운 파트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NC 야구단 지원은 창원 시민을 위한 또 다른 복지입니다.
4월 홍남표 전 창원시장이 공직선거법상 당원 등 매수 금지 조항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형을 받으면서 현재 창원시장이 공석입니다. NC 연고지 이전을 막으려면 시의 수장이 책임지고 직접 협상을 진행해야 할 텐데요. 수장의 공백이 너무 커 보입니다.
정치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다시 정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네?
현안을 책임지고 이끌 시장이 공석인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에선 집권여당이 책임감을 느끼고 나서야 한다고 봐요. 정청래 민주당 대표께 지방소멸 시대의 창원에서 프로야구단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상세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계획이에요.
창원에 대한 애정이 큰 듯싶습니다.
제게 창원은 고향 이상입니다. 최근 동료 의원들과 함께 창원을 알리는 일에 매달리고 있어요. 창원은 바다가 참 멋진 곳이에요. 그 바다에서 카약, 딩기 요트도 타보고, 광암해수욕장에서 해수욕하는 영상도 찍어 SNS에 올리고 있어요.
창원은 대규모 산업단지, 공업단지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그러나 산단, 공단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예전의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이 많습니다.
창원시와 시의회에서 산단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어요. 산단에 쏟은 공의 절반을 시민께 드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산단의 공장만 잘 돌아가면 우리 창원시민도 자동으로 잘살 줄로만 알았죠.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엄마가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고, 아이들이 학교 갔다 와 신나게 놀 수 있고, 청년이 계속 꿈을 키우며 머물러 살 수 있는, 사람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도 큰 관심을 쏟아야 했어요. 그런 도시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창원이 프로야구단의 연고지로서 최적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NC에 할 이야기가 있습니까.
잃고 나서 소중함을 느끼는 존재가 있어요. 소금과 아버지예요. 우리 고장 창원이라면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우리 고장 프로야구팀 NC 다이노스에요. 잃기 전에 소중함을 알아차린 만큼 NC에 대해 더 깊은 애정과 관심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줄 겁니다. 그러니 우리 창원과 함께 계속 배터리를 이뤄줬으면 해요. 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