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탈락한 자이언츠, 결국 감독 경질...왕년의 우승 사령탑, 내년 이정후 감독으로 복귀? [스춘 MLB]

7월 연임 확정했지만 석 달 만에 결별, 포스트시즌 실패 책임 물어

2025-09-30     배지헌 기자
밥 멜빈 감독(사진=MLB.com)

 

[스포츠춘추]

김하성-이정후의 감독으로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친숙한 밥 멜빈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자이언츠 구단은 30일(한국시간) 멜빈 감독을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불과 석 달 전 내렸던 2026시즌 연임 결정을 뒤집은 전격적인 조치다.

멜빈 감독은 김하성의 샌디에이고 시절 사령탑이자 올시즌 이정후의 팀을 이끈 베테랑 감독이다. 애리조나, 시애틀, 오클랜드, 샌디에이고를 거쳐 2024시즌 샌프란시스코에 부임했다. 세 차례나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명장이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년간 161승 163패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버스터 포지 야구운영부문 사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신중한 평가 끝에 리더십 교체가 팀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몇 달은 우리 모두에게 실망스럽고 좌절스러웠으며, 우리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자이언츠는 올시즌 81승 81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에 머물렀다. 시즌 막판 최약체 콜로라도를 상대로 4연승을 거두며 간신히 5할 승률을 만들었지만, 정작 중요한 지구 라이벌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7승 19패에 그치는 참담한 성적을 남겼다.

올시즌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를 구단 역대 최고액인 7년 1억8200만 달러(2548억원)에 영입하고, 6월에는 보스턴에서 올스타 강타자 라파엘 데버스를 트레이드로 데려오며 2억5000만 달러(35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포지 사장은 지난 7월 1일 팀이 한창 부진할 때 멜빈 감독의 2026시즌 옵션을 행사하며 신뢰를 표명했었다. 당시 그는 멜빈과 충분히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고 말하며, 성적 부진의 책임은 선수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디 애슬레틱의 자이언츠 담당 앤드류 배걸리 기자는 "분명히 어느 시점에서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이언츠는 2021년 프랜차이즈 최다 승수인 107승을 거두며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이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포지 사장은 "우리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 팬들이, 이 도시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멜빈 감독은 일요일 콜로라도를 상대로 4대 0 승리를 거둔 뒤 2026시즌 재계약에 대한 어떠한 확답도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포지 사장은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목소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기 감독 선임 시한에 대해서는 "제대로 하고 싶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데버스와 아다메스(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선수들은 멜빈 감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오클랜드 시절부터 7년간 멜빈과 함께한 3루수 맷 채프먼은 "멜빈 감독을 사랑했다"며 "그는 매일 같은 모습으로, 선수들에게 항상 솔직하고, 우리 편을 들어줬다. 주어진 선수들로 최선을 다했다"라고 감쌌다.

ESPN은 차기 감독 후보로 브루스 보치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의 이름을 거론했다. 포지 사장의 현역 시절 감독이기도 한 보치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자이언츠를 이끌며 2010년, 2012년, 2014년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텍사스로 옮긴 뒤에도 2023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올해로 텍사스와 3년 계약이 끝나는 보치에 대해 포지 사장은 "그의 상황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61년생인 멜빈 감독은 22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감독을 지내며 통산 1678승 1588패, 8차례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을 남겼다. 1986년부터 1988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포수로 뛰었던 멜빈은 고향 베이에리어로 돌아와 꿈꾸던 팀을 이끄는 소원을 이뤘지만, 2년 만에 아쉬운 이별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