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 던지기 잘못, 죄송하다" 사과한 송성문, "네 덕분에 내 이미지 좋아졌다" 유쾌하게 받아준 임지열 [스춘 현장]
포스팅 앞둔 캡틴, 삼진 뒤 분노 표출 반성... 설종진 감독도 따뜻한 조언
[스포츠춘추=고척]
"잘못했다. 당연히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 후회도 되고 반성도 많이 했다."
키움 히어로즈 캡틴 송성문이 배트 던지기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송성문은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틀전 홈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당시 송성문은 키움이 1대 2로 끌려가던 5회말 2사 1, 2루 찬스에서 삼성 좌완 배찬승의 높은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분노했다. 배트를 바닥에 내리친 뒤 1루쪽 더그아웃 근처로 던졌고, 웨이팅 서클에서 대기 중이던 선배 임지열이 방망이에 맞을 뻔했다.
송성문은 당시 상황에 대해 "제가 잘못했죠. 당연히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며 "그런 아쉬움은 누구나 다 있는 건데 ,팬분들이 보고 어린 친구들이 보는 상황에서 제가 주장으로서는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후회도 되고 반성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당시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송성문은 "그 직전 경기도 삼성전이었는데 내 앞에서 계속 좌완투수로 교체하는데 계속 당하기만 했다"며 "한번은 깨부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계속 당하다 보니 제 자신한테 실망도 많이 했고 답답한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결과론적으로 보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면서 "팬분들께서 실망한 것도 당연히 제가 한 행동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된다. 앞으로 그런 행동을 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죄송하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당시 '피해자'가 될 뻔한 임지열은 이 사건을 갖고 송성문을 놀렸다고 한다. 송성문은 "지열이 형이 엄청 놀린다"며 "그냥 맞을걸 그랬다면서, '너 덕분에 내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놀리더라"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송성문은 "배트가 지열이 형 근처로 간 줄은 몰랐다. 그걸 알고 나서 미안하기도 했고 팀원들 보기도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다"며 "당사자가 그래도 워낙 저랑 친하고 저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형이다. 그렇게 장난스럽게 말해줘서 개인적으로 반성 많이 했다"고 말했다.
설종진 감독도 당시 상황에 대해 다시 언급했다. 설 감독은 전날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송성문이 배트를 던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배트를 내리치는 장면까지만 확인한 상태로 답변해 '그럴 수도 있다'는 취지의, 상황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설 감독은 나중에 당시 장면을 영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설 감독은 "삼진 먹고 바닥에 친 것까지만 보고 뒤돌아선 순간에 그런 일이 있었더라. 나중에 영상을 봤는데, 배트를 던진 건 과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성문과 잠깐 면담을 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팀을 위해서, 팬들을 위해서도 좀 과한 모습이었다고 조언했다. 그랬더니 본인도 후회한다고 얘기를 하더라. 던지고 나서 조금 후회했는데 바로 감독님이나 선수들한테 미안하다는 말은 못하고 죄송하다고 오늘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설 감독은 "앞으로 대선수가 되려면 그런 자제력도 필요하다. 분노 표출하는 것도 조금 자제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앞으로 본인의 커리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오점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키움의 정규시즌 최종전이자 올시즌 고척 홈 마지막 경기인 이날 경기는 어쩌면 송성문이 KBO리그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다. 송성문은 올 시즌 뒤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을 예고한 바 있다.
설 감독은 "마지막이 있으면 또 시작이 있으니까. 오늘 마무리 잘 하기 바란다"며 "오늘 마지막 경기 멋있는 경기 펼쳐주겠다고 선수가 얘기했으니까 아마 오늘 좋은 경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 내년 정식 임기를 시작하는 감독 입장에선 팀의 간판타자가 미국으로 가는 게 내키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설 감독은 "같이 하는 것도 괜찮고 야구인 선배로서 본인이 큰 무대로 꿈을 꾸러 간다는데 뭐 반대할 수도 없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날 홈 최종전을 맞아 키움은 박주홍(좌)-임지열(1)-송성문(3)-이주형(중)-주성원(우)-김건희(포)-어준서(유)-여동욱(지)-염승원(2)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로는 라울 알칸타라가 등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