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은퇴로 'KBO 최고령'된 고효준..."저 은퇴 안 해요" [스춘 인터뷰①]

고효준, 올 시즌 두산서 9홀드 기록

2025-10-01     황혜정 기자
고효준이 현역 연장 의지를 불태웠다.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스포츠춘추=잠실]

가을의 문턱, 9월 30일 잠실구장.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씨였지만, 한 선수의 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누구보다 뜨겁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을 던진 이는 두산 베어스의 좌완 투수 고효준(42)이었다. 나이를 향한 편견, "이제 한물갔다"는 말들을 부정이라도 하듯, 그는 두 배의 힘으로 땀방울을 흘렸다.

“저 은퇴 안 해요.”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훈련을 마친 고효준은 단호했다. 흔들림 없는 목소리 속에는 여전히 선수로서 살아 숨 쉬고 싶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KBO리그 최고령 베테랑이 아니라, 여전히 무대를 갈망하는 한 투수의 눈빛이었다.

지난해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그는 시즌 개막 전까지 팀을 찾지 못하며 누구보다 긴 겨울을 보냈다. 그러나 4월, 두산이 내민 손을 잡으며 다시금 마운드 위로 돌아왔다. 계약 조건은 총액 1억 원.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에게는 다시 숨 쉴 수 있는 기회였다.

5월 1일 KT전에서 올 시즌 첫 등판. 이후 기복도 있었고, 2군행도 있었다. 45경기에서 2승 1패 9홀드, 평균자책 6.86. 성적표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매 순간 땀으로 써 내려간 기록이었다. 하지만 8월, 무뎌진 공과 연속 실점은 결국 다시 그를 2군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9월 27일, 한 달 만에 다시 콜업됐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고효준이 내년까지 뛸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사실상 두산에서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한 말로 콜업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9월 30일 두산의 정규시즌 최종전이던 잠실 LG전에서 끝내 그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은 8월 27일 삼성전 1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6.86, 2승 1패 9홀드. 그게 전부였다.

고효준은 올 시즌 45경기 등판해 혼신의 힘을 다한 투구를 펼쳤다. (사진=두산 베어스)

2002년 롯데에서 시작해 SK, KIA, LG, SSG, 그리고 두산까지. 방출만 네 번, 그러나 그때마다 돌아온 고효준은 돌아왔다. 많은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결코 벗지 않은 건 ‘선수로 남고 싶다’는 집념이었다.

그는 올 시즌을 돌아보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시작이 정상적이지 못해 더 아쉽다. 그래도 비시즌 내내 몸을 잘 만들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경기를 너무 각박하게 풀어가려 했던 게 후회된다. 조금만 더 유연했다면 달라졌을 텐데, 그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고효준은 매일 같이 '이기자'는 마음으로 야구공을 집어든다.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그의 모자 속에는 늘 같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승리'를 뜻하는 한자 '勝(이길 승)'. 이 글자는 20년 가까이 변치 않은 루틴과 함께한다. “매 경기 ‘이길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외치며 마운드에 오른다"고 말한 고효준은 "마운드에 서면 오직 이긴다는 생각뿐”이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1983년 2월 8일생 고효준은 지난 9월 30일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이 은퇴하며 올 시즌 KBO리그 최고령 선수가 됐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증명해온 투수다. 여전히 던질 힘이 남아 있고, 여전히 땀을 흘릴 각오가 되어 있다. 프로 24년차. 그 길고 험한 시간의 끝자락에서조차 고효준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아직 끝낼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고효준은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사진=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