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정상에서 만났던 '끝판대장' 은퇴...고효준 "마음이 무겁다" [스춘 인터뷰③]
고효준, 오승환 은퇴에 "같은 시대에 야구했다"
[스포츠춘추=잠실]
‘끝판대장’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43)이 21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동시에 KBO 리그 최고참의 자리를 물려받은 이는 두산 베어스 좌완 고효준(42)이다. 지난 9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 트윈스의 경기 직전 스포츠춘추와 만난 고효준은 은퇴를 맞이한 오승환을 떠올리며 무거운 마음을 내비쳤다.
"오늘이 마지막인 선수가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학년이었고, 함께 시대를 살아온 선수였다. 그런데 그 선수가 은퇴한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함께 걸어온 동료를 떠나보내는 깊은 울림이 담겨 있었다.
오승환은 1982년생, 고효준은 1983년생이었지만 고효준의 ‘빠른 생일(2월 8일)’ 탓에 두 사람은 같은 학년이었다. 고효준은 2002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고, 오승환은 단국대를 거쳐 2005년 삼성에 입단했다. "학창시절에 같은 학년으로 야구 선수로 자라왔다. 그래서 그의 은퇴가 더 크게 다가왔다." 고효준은 그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같은 시대를 살아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그들의 전성기가 이어졌다. 2011년, 고효준은 SK 와이번스에서 35경기 105.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 4.26을 기록했다. 팀의 핵심 투수로 활약했다. 같은 해, 오승환은 삼성에서 54경기 47이닝 동안 47세이브, 평균자책 0.63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겼다. ‘끝판대장’이라는 이름은 그때 완성됐다.
그리고 2011년 한국시리즈. 두 선수는 '정상'에서 맞섰다. 고효준은 1경기 선발로 나서 3.2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오승환은 4경기 5.2이닝 3세이브를 기록하며 삼성의 우승을 이끌었다. 같은 무대, 같은 정점에서 서로를 바라보던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이제는 황혼의 무대에 섰다. 오승환은 마지막을 택했다. 그리고 고효준은 여전히 땀을 흘리며 내일을 준비했다.
한때 가장 높은 곳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던 동료를 떠나보내며 고효준은 "오늘이 마지막인 선수가 있다"는 말을 되뇌었다. 그 말은 곧 자신에게도 다가올 운명을 예감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마음은 무겁다" 했지만, 내년에도 마운드에 서기 위해 묵묵히 몸을 만들었다.
그의 뒷모습에는 ‘시대를 함께한 동료를 떠나보냈다’는 쓸쓸함과 ‘아직은 끝낼 수 없다’는 의지가 겹쳐 있었다. 그래서 고효준이 흘린 땀방울은 더 뜨겁고, 더 묵직하게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