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우리 팀 낮게 봤지만..." 원팀 SSG 랜더스는 강했다! 키움 꺾고 2년 만에 준PO 직행 [스춘 현장]
키움 4대 3 꺾고 3위 확정...노경은도 홀드왕 확정, 조병현 데뷔 첫 30세이브
[스포츠춘추=고척]
SSG 랜더스가 자력으로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챙겼다. 2023년 이후 2년 만의 준플레이오프 직행이다. 전문가들의 시즌 전 하위권 예상을 뒤엎고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른 SSG 이숭용 감독은 " "라고 감격을 표현했다.
SSG는 9월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4대 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SSG는 74승 4무 63패, 승률 0.540으로 남은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정규시즌 3위를 확정지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와일드카드 시리즈 승자를 기다리게 된 SSG는 이숭용 감독 부임 2년 차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전날 롯데전 승리로 3위 매직넘버를 1로 줄여놓은 상황. 남은 4경기 중 단 한 경기만 이기면 됐지만, SSG는 시간을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1회초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선두타자 박성한이 안타로 출루하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최정이 연속 안타를 쳐냈다. 순식간에 무사 만루. 4번 타자 한유섬이 2-0 카운트에서 중견수 쪽으로 적시 2루타를 날리며 두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2대 0, SSG가 앞서나갔다.
키움도 가만있지 않았다. 1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송성문이 김건우의 체인지업을 당겨쳐 우월 담장을 넘겼다. 시즌 26호 홈런. 올 시즌 뒤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송성문을 어쩌면 한국에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에서 투지를 불태웠다.
2, 3회를 득점 없이 지나친 SSG는 4회초 다시 타선에 불을 댕겼다. 선두타자 고명준이 초구를 받아쳐 우월 담장을 넘겼다. 솔로 홈런으로 3대 1. 최지훈이 우중간 2루타로 기세를 이어갔고, 김성욱의 희생번트로 잡은 1사 3루에서 정준재가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최지훈이 홈을 밟으며 SSG는 4대 1로 리드를 세 점으로 벌렸다.
하지만 키움도 만만치 않았다. 4회말 주성원의 적시 2루타로 한 점을 뽑아냈고, 5회말엔 SSG 유격수 박성한의 송구 실책으로 또 한 점을 만회했다. 4대 3, 한 점차까지 따라붙은 키움은 홈 팬들 앞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한 점차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SSG는 6회부터 리그 최고의 승리조를 가동했다. 그리고 올 시즌 내내 SSG를 상위권에 올려놓은 원동력인 불펜은 중요한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6회 노경은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7회 김민이 퍼펙트 이닝을 소화했다. 8회 이로운 역시 1이닝을 깨끗하게 처리했다. 9회 마무리 조병현이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4대 3 SSG 승리. 정규시즌 3위를 확정한 순간이었다.
선발 김건우는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리며 시즌 5승째(4패)를 올렸다. 지난 8월 10일 롯데전 5이닝 무실점 승리, 9월 23일 KIA전 5.1이닝 1피안타 무실점 12탈삼진 승리에 이어 이날도 5이닝 3실점(2자책)으로 버티며 팀의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노경은은 시즌 35홀드로 김진성(33홀드)을 제치고 홀드왕을 확정했고, 조병현은 데뷔 첫 30세이브를 달성했다.
타선에서는 한유섬이 2안타 2타점으로 가장 빛났고, 고명준도 달아나는 솔로 홈런으로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반면 키움은 라울 알칸타라가 6이닝 4실점에 그치며 안방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을 아쉽게 마감했다.
경기 후 이숭용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운을 뗐다. 이 감독은 "모든 전문가들이 우리 팀을 낮게 봤지만, 선수들이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했다"며 "준비 과정에서도 끈끈한 모습이 보였고, 이게 역시 원팀 랜더스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선수들에게 먼저 공을 돌렸다.
이어 "감독이 많이 부족한데도 코칭 스태프들이 많이 믿고 따라줬고, 프런트가 뒤에서 저를 믿고 든든하게 서포트해준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 같아서 감독으로서는 되게 기분이 좋다"며 "당연히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저희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고, 팬들한테 정말 감사하다는 말 꼭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 내용에 대해선 "초반 선취점을 잘 뽑았다"며 "포스트시즌에 가면 디테일한 부분들을 좀 더 보강해야 할 것 같아서, 경기를 치르면서 여러 가지로 테스트도 해봤다. 아직 부족한 점을 잘 숙지해서 포스트시즌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비결에 대해 이 감독은 "일단 불펜인 것 같다. 불펜투수들이 잘 버텨줬다"고 칭찬한 뒤 "선발진, 외국인 투수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마지막에는 타격까지 살아났다. 타선이 살아났다는 점이 괜찮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시즌 때 한 것처럼 불펜 활용을 잘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러려면 선취점이 제일 중요하다. 초반 득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루트를 잘 고민해야 한다. 다양하게 연구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미안함과 자책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 감독은 "올해는 마지막에 눈물 흘리지 않겠다. 선수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후회 없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많은 조언도 구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봤다. 부족한 게 뭔지 생각하고 노력해서 이런 결과가 온 것 같다. 그 중심에는 선수들이 있고 코칭스태프, 프런트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SSG는 이제 준플레이오프 무대를 기다린다. 2년 만에 돌아온 포스트시즌에서 이숭용 감독과 선수들이 만들어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