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가 운동 그만하라고 말리는 인천 차은우, 데뷔 첫 30세이브로 특급 마무리 코스 첫발 "오승환 선배님 뛰어넘는 마무리 되고 싶다" [스춘 히어로]

프랜차이즈 5번째 30세이브 투수 탄생...이로운·노경은과 '30-30-30' 트리오 완성

2025-10-01     배지헌 기자
30세이브 마무리 조병현(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고척]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 레전드 오승환의 은퇴식이 열린 9월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는 차기 오승환을 꿈꾸는 젊은 마무리투수가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겼다. SSG 랜더스 조병현이 데뷔 첫 30세이브를 달성하며 특급 마무리로 가는 첫 발을 내디뎠다.

조병현은 이날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팀이 4대 3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주성원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김건희의 타구를 직접 잡아 1-6-3 병살타로 연결하며 스스로 위기를 탈출했다. 마지막 타자 어준서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시즌 30세이브째.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는 승리를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한 조병현은 동료들의 물벼락 세리머니를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이로써 조병현은 SK·SSG 프랜차이즈 역사상 다섯 번째 30세이브 투수가 됐다. 2003년 조웅천(30세이브), 2012년 정우람(30세이브), 2019년 하재훈(36세이브), 2023년 서진용(42세이브)에 이은 기록이다. SSG로 바뀐 뒤로는 서진용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불펜투수로 시작해 시즌 중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한 조병현은 12세이브를 거두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올해는 개막부터 전업 마무리로 활약하며 69경기에 등판해 5승 4패 30세이브, 평균자책 1.60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쌓아 올렸다. 강력한 구위로 시즌 내내 안정적으로 세이브를 쌓아간 조병현은 이로운-노경은 30홀드 듀오와 함께 SSG 불펜의 강력한 승리 공식을 완성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30세이브를 넘긴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 1점대를 유지 중인 선수는 조병현이 유일하다. 만약 조병현이 지금의 성적을 유지하며 시즌을 마무리한다면 2022년 LG 트윈스 고우석(42세이브 평균자책 1.48) 이후 3년 만에 평균자책 1점대와 30세이브를 동시에 기록하는 마무리투수가 탄생한다.

동료들의 축하 세리머니(사진=SSG)

경기 후 조병현은 취재진과 만나 "30세이브를 달성해서 기분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좀 빨리 달성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많이 안 와서 선배님들이나 친구들이 많이 걱정도 해주고 빨리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해줬다. 달성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조병현은 개인 기록보다 동료들과 함께 이룬 성과에 더 의미를 뒀다. "기분은 좋지만, 그냥 똑같은 하나의 세이브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30세이브보다 이로운이나 노경은 선배님과 함께 30-30-30을 완성해서 더욱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조병현은 함께 승리조 불펜을 구성하는 투수들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였다. "내 앞에서 던지는 경은 선배님이나 김민 형, 이로운까지 너무 든든하다. 덕분에 멀티 이닝이 줄어든 것 같다"며 "다른 불펜 투수도 너무 좋아서 9회에만 딱 집중해서 던질 수 있는 부분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든든해서 솔직히 8회에 팔을 안 풀어도 될 정도"라며 웃었다.

조병현은 1점대 평균자책과 0점대 WHIP를 기록 중이다. 비결에 대해 "도망 다니지 않고 승부한 덕분"이라면서 "내 공을 못 믿으면 타자한테 진다는 생각이 있다. 볼넷을 주면 그 다음 타자는 무조건 잡는다는 생각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9월 들어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슬기롭게 위기를 넘기고 30세이브까지 도달했다. 조병현은 "최근에 볼넷이 좀 많았는데 내 공이 안 좋다기보다는 제구가 좀 흔들렸다고 생각했다"며 "타자랑 더 적극적으로 승부하자는 생각이 있었고, 전력분석 팀장님께서도 '네 공 좋으니까 자신 있게 들어가라'고 하셔서 그걸 믿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특급 마무리의 무기는 결국 자신감이었다.

SSG의 필승 트리오(사진=SSG)

같은 날 비슷한 시각 은퇴식을 가진 삼성 오승환에 대해선 각별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일단 기사로는 봤다. 9회에 올라오신다고 들었는데 세이브를 못해서 좀 아쉽긴 하지만, 은퇴식 하신 거 너무 축하드리고 고생하셨다고 얘기하고 싶다."

이어 오승환처럼 오래도록 롱런하는 특급 마무리가 되고 싶은 욕심도 드러냈다. 조병현은 "올해는 내가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앞으로 안 좋을 때도 찾아올 거다. 물론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도 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오승환 선배님을 뛰어넘는 투수가 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조병현의 성실함과 많은 운동량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코치가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몸 관리에 성실한 조병현은 "트레이닝 코치님께서 잘 관리해 주시기도 하고 나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좋아한다. 코치님이 그만하라고 하실 정도로 운동량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게 배려해준 이숭용 감독, 코치진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이제 조병현은 마무리투수로 데뷔 첫 가을야구를 맞이한다. 조병현은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했을 때는 군복무 기간이라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다"면서 "올해 또 했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시즌 세 경기가 남았다. 컨디션 잘 조절해서 가을야구 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 잘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