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건강 아니라 성적 때문에 잘렸다" 심장 수술로 자리 비웠던 MLB 최고령 감독, LA 에인절스와 결별 [스춘 MLB]
심장수술로 시즌 대부분 결장, 구단 냉정한 판단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령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LA 에인절스는 73세 론 워싱턴 감독의 내년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올시즌 심장 문제로 상당 기간 감독직을 비웠던 워싱턴은 12월이면 완전히 건강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구단은 결별을 택했다. 건강이나 나이 때문이 아니라 성적 때문이라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1일(한국시간)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워싱턴 감독은 "페리 미나시안 단장이 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게 건강 문제가 아니라 팀 성적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구단주 아르테 모레노와 대화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에인절스는 올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빈약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이 6월 심장 4중 우회수술을 받기 전까지 36승38패를 기록했다. 2024시즌 프랜차이즈 최악인 63승99패를 기록했던 팀 분위기를 확실히 반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워싱턴은 "경쟁자이자 책임자로서 전력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때론 형편없는 재료로 그럴듯한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 수술대에 오른 뒤 임시 감독 레이 몽고메리가 팀을 이끌었고, 에인절스는 최종적으로 72승90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구단은 몽고메리 역시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에인절스의 감독 교체는 이제 연례행사가 됐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이 19년 장기집권을 마치고 2018년 떠난 뒤 브래드 아스머스, 조 매든, 필 네빈, 워싱턴, 몽고메리가 차례로 감독직을 거쳤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코칭스태프 역시 대거 교체됐다.
반면 미나시안 단장은 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가 구단을 책임진 기간 에인절스는 358승434패를 기록했다. 최고 성적이 77승85패에 불과하다. 미나시안은 2024년 8월 2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고, 내년 시즌까지 계약이 남아있다. 구단 내부에서는 단장이 내년에도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나시안은 최근 코치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새 감독이 자신의 코칭스태프를 직접 구성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팀 소식통이 전했다.
에인절스는 2015년 이후 단 한 번도 승률 5할을 넘기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2014년이 마지막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긴 포스트시즌 가뭄이 11시즌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단장은 그대로인 채 감독만 계속 교체된다. 감독이 문제가 아니라는 게 분명해 보이는데도 말이다.
워싱턴은 다른 팀에서 감독직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나이 때문에 구단들이 주저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다른 팀에 코칭스태프로 합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어떤 팀이 관심을 보일지, 어떤 역할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은 2023년 11월 에인절스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과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꿈이 실현되진 않았지만, 워싱턴은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건강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우리 팀은 내 성격을 닮아가고 있었다. 분명히 그걸 보여주고 있었다"고 한탄했다.
이어 워싱턴 감독은 "이 바닥에선 이런 일이 일어난다"며 "모든 게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LA 에인절스는 이번 주 내로 현지 미디어 대상 시즌 결산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후임 감독 관련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