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못한 게 아닌데, NC가 저리 치고 나올 줄이야..." 5강 탈락 위기의 강철매직, 6년 전 악연을 떠올리다 [스춘 현장]

5위 탈환 위한 필승조건은 승리, 운명을 건 최종전이 열린다

2025-10-03     배지헌 기자
운명의 경기를 앞둔 이강철 감독(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수원]

한 시즌 농사의 결과가 걸린 운명의 경기가 펼쳐진다. KT 위즈는 10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한화 이글스와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이날 경기 전까지 KT는 71승 4무 68패로 5위 NC 다이노스(70승 6무 67패)와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진 6위다. KT가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이 경기에서 반드시 이긴 뒤, 같은 시간 열리는 경기에서 NC가 지거나 무승부에 그쳐야만 5강 플레이오프 막차에 오를 수 있다.

KT에게 다행인 건, 상대 한화가 이미 정규시즌 2위가 확정돼 포스트시즌 준비에 돌입한 팀이란 점이다. 한화는 이날 선발투수로 2023시즌 이후 1군 등판이 없는 우완 박준영을 기용했다. 문제는 경쟁팀 NC 역시 상대 SSG 랜더스가 3위로 확정된 터라 베스트 멤버와 맞붙을 가능성은 낮다는 점. 만약 KT와 NC가 모두 이기는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KT는 그대로 6위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KT로서는 일단 이 경기를 이겨놓고 NC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경기에서 KT는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한다. 허경민(3루수)-김민혁(좌익수)-안현민(우익수)-강백호(지명타자)-황재균(1루수)-장성우(포수)-앤드류 스티븐슨(중견수)-김상수(2루수)-장준원(유격수)으로 이어지는 타순에 선발로는 좌완 오원석이 등판한다. 초반 상황에 따라 외국인 투수 패트릭 머피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투수를 쏟아붓는 총력전 운영이 예상된다.

날씨도 변수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오전부터 수원 지역에 비가 계속 내리면서 예정 시간인 5시 개최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NC 경기가 열리는 창원 등 남부지방에는 하루종일 폭우가 예보돼 있어 경기 개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 KT는 내야에 대형 방수포를 펼쳐놓고 기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수포가 덮인 수원구장(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감독은 해탈한 듯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시즌 후반을 돌아봤다. 9월 25일까지만 해도 NC에 3경기차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NC가 막판 8연승으로 치고 올라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 감독은 "우리가 못해서 이 상황에 온 것은 아니다. 방심한 것도 아니고, 마지막까지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 5할 승률을 유지하며 버텼다"고 말했다. 이어 "9월에 8승 7패를 했고 5할 승률보다 플러스 하나를 하지 않았나. 그런데 (NC가) 저렇게 치고 나오니..."라며 말을 아꼈다.

사실 이 감독이 NC에게 5위 자리를 뺏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임 첫 시즌인 2019년에도 NC에 2경기차 뒤진 6위로 시즌을 마감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이 감독은 "당시에 우리가 승률 0.500을 기록하고도 NC에게 밀려서 떨어진 적이 있다. 그해 NC 상대로 꽤 약했다(6승 10패). 시즌 막판에 찬스가 한 번 있었는데, 맞대결에서 밀리면서 올라가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뭔가 악연이 있는 것 같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6년 전 악몽이 다시 되풀이될 것인가.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야구는 끝까지 모르는 법이다. 1일에도 한화 이글스가 5대 2로 앞선 가운데 9회말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겨놓고 있었지만, 마무리 김서현이 2점 홈런 두 방을 맞으면서 우승 기회를 놓치는 사건이 있었다. 

만약 KT가 한화 상대로 이 경기를 잡고, NC가 SSG에 5회까지 뒤진 상황에서 강우 콜드게임이 된다거나 하는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SSG 백업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NC를 꺾는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중요한 건 주어진 상황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마지막 경기에 임하는 KT의 마음가짐이 그것이다.

비가 내리는 수원의 하늘 아래, KT는 6년 전 악연을 끊고 가을야구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운명의 마지막 9이닝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