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 '홈런스틸'·노시환 '남우주연상'→LG의 '우승 확정' 순간까지...2025 KBO 명장면은? [스춘 결산①]

번외 장면은, 10월 1일 이율예(SSG) 끝내기 홈런

2025-10-05     박승민 기자

2025년 KBO리그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뜨거웠던 시즌이었습니다. 스포츠춘추는 단순한 기록 나열에서 벗어나, 팬들의 검색어와 감정, 현장의 순간들을 중심으로 시즌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유니폼 판매율, 월별 키워드, 감독들의 말말말까지. 숫자 너머의 진짜 이야기를 찾기 위한 스포츠춘추만의 결산입니다. 익숙한 장면에 신선한 시선을 더한 이번 시리즈를 통해, 2025년 야구의 진짜 얼굴을 함께 만나보시죠. <편집자주>

[스포츠춘추]

2025 KBO 리그가 역대 최다 관중몰이라는 흥행에 성공한 만큼, 그에 걸맞는 명장면들이 수없이 많이 나왔다. 감동적인 장면부터, 팬들에 웃음을 줬던 장면, 팀 순위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던 장면과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플레이까지. 올 시즌 각 구단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스포츠춘추가 추적해봤다. 

LG 박해민은 4월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채은성의 홈런타구를 낚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사진=TVING 중계화면 캡처)

LG 트윈스의 정규시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으로는 박해민의 '홈런스틸'을 꼽았다. 4월 30일 대전에서 열린 LG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2회 초 주자 없는 상황에서 채은성이 때려낸 타구가 중견수 뒤 담장을 넘어가는 찰나에 박해민이 펜스를 타고 올라가 타구를 낚아냈다. 

한화는 홈런성 타구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최초 판정이 번복되지 않았고, 채은성은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만들고도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야 했다.

이후 한화 이진영과 이도윤이 연속안타로 선취점을 따냈는데, 박해민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실점이 늘어났을 상황이었다. 박해민은 이후 8월 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김재환의 홈런성 타구를 낚아내며 한화 팬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유발하기도 했다.

한화 노시환은 9월 26일 대전 LG전에서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팀에 동점 득점을 안겼다. (사진=TVING 중계화면 캡처)

한화 이글스는 노시환의 '남우주연상'급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9월 26일 대전에서 열린 LG와의 경기, 7회 말 노시환은 안타로 진루한 뒤 후속타로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진 타석에서 하주석의 번트 타구가 투수 치리노스 앞으로 흘러갔고, 그가 재빠르게 3루로 공을 던지며 노시환에 대한 3루와 홈 사이 태그업 플레이가 진행됐다.

결국 노시환은 공을 가진 포수 박동원과의 충돌이 임박하자 자포자기하는 듯 걸음을 늦추다 재빠르게 홈으로 쇄도헀다. 이 과정에서 포수 박동원이 노시환을 글러브로 태그했고, 최초 판정이 아웃으로 선언됐다.

하지만 한화 측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결과 태그 당시 박동원의 글러브가 아닌 오른손에 공이 들려 있었고, 결과적으로 노시환이 홈 송구보다 빠르게 홈에 들어오며 판정이 번복됐다. 이는 이날 경기 0대 1로 끌려가던 한화의 동점 득점이 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7회 말에만 석 점을 더 추가하며 경기를 가져오는 결정적 장면이 됐다.

최초로 KBO 리그 통산 500호 홈런을 달성한 최정이 홈런 직후 팀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SSG)

SSG 랜더스는 최정의 리그 최초 통산 500호 홈런이 나왔던 장면이 꼽혔다. 5월 13일 인천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0대 2 뒤져있던 6회 말, 2사 1루에서 동점을 만드는 투런 홈런을 기록했다. 

최정은 지난 시즌 KBO 리그 통산 최다 홈런이었던 이승엽의 467호를 경신했고, 다음 시즌에 곧바로 리그 최초 500호 홈런을 때려냈다. 이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온 SSG는 이날 경기에서 6대 3으로 승리했고, 주중 시리즈 첫 경기를 가져오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9월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오승환의 은퇴식이 열렸다. (사진=삼성) 

삼성 라이온즈는 '끝판대장' 오승환의 은퇴식이 명장면 중 하나였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오승환은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라는 훌륭한 족적을 남기고 9월 30일 은퇴식에서 21년 간의 프로생활을 마무리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가 종료된 후 성대한 은퇴식이 열렸으며, 은퇴와 동시에 삼성의 투수 첫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특히 이날 경기 특별 엔트리에 포함됐던 오승환은 삼성이 5대 0으로 앞섰던 9회 초 마운드에 올랐고, 전 동료 KIA 최형우와 맞대결을 펼치며 삼성 팬들을 추억에 잠기게 했다.

4일 경기에서 승리하며 5위를 확정한 이후 세리머니하는 포수 김형준과 투수 임지민. (사진=NC)

NC는 시즌 최종전 가을 야구 진출을 확정했던 순간을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지난 3일 KT 위즈가 한화를 상대로 6대 6 무승부를 거두며, 4일 경기에서 SSG를 상대로 패배하면 가을 무대 탈락이 확정되는 NC였다.

하지만 경기 초반부터 선취점을 가져오더니 2회 김휘집의 3점 홈런과 함께 승기를 굳혀 나갔다. 결국 SSG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5이닝 동안 7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굳혔고, 이날 경기 7대 1로 승리하며 2023년 이후 2년 만에 가을 무대에 복귀하게 되는 NC 다이노스다.

KT 배정대는 5월 30일 수원 KIA전에서 김태군의 안타성 타구를 낚아냈다. 김태군은 배정대의 호수비에 헬멧을 들어올려 경의를 표했다. (사진=TVING 중계화면 캡처)

KT 위즈에서는 5월 30일 수원 KIA전에서 나온 배정대의 슈퍼캐치를 꼽았다. KT가 2대 0으로 앞서가고 있던 5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IA 김태군이 좌중간을 가를 듯한 타구를 때려냈는데, 중견수 배정대가 재빠르게 타구를 향해 날아올라 김태군의 장타를 훔쳤다. 

배정대의 호수비로 KIA는 득점권 찬스를 잃었고, 결국 분위기를 가져온 KT가 5회 말 한 점을 추가해 경기를 3대 1로 가져왔다. 김태군은 본인의 타구가 배정대의 호수비에 잡히자, 중견수 방향으로 헬멧을 들어올리며 그의 놀라운 플레이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롯데 유강남은 8월 23일 창원 NC전에서 천재환의 번트를 뜬공으로 처리하며 삼중살을 유도했다. (사진=TVING 중계화면 캡처)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8월 23일 창원 NC전에서 나온 삼중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8회 말 롯데가 4대 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고, 추가 득점을 만들어 승기를 굳히려던 NC는 천재환에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하지만 천재환의 번트가 포수 앞으로 떴고, 유강남이 몸을 날려 잡아내며 타자 주자를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미 2루와 3루에 도착해 있던 두 명의 주자가 미처 귀루하지 못했고, 유강남이 2루수 한태양에게 송구하며 2루 주자는 포스아웃, 1루 주자는 2루에서 태그아웃 되며 삼중살이 만들어졌다. 

이로써 올 시즌 첫 번째 삼중살이 완성됐는데, 포수 유강남의 집념과 투지가 엿보이는 플레이였다. 롯데는 이날 경기 결국 승리를 가져오지 못하며 연패 숫자를 12까지 늘렸지만, 다음 날 곧바로 타선이 17득점으로 폭발하며 기나긴 12연패를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KIA 김선빈은 9월 12일 광주 두산전에서 이영하를 상대로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다. (사진=KIA)

KIA 타이거즈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지난 9월 12일 두산 베어스 상대 홈경기에서 나온 김선빈의 생애 첫 끝내기 안타로 선정했다. 이날 경기 두산의 4대 3 리드를 지키기 위해 등판한 김택연은, 오선우와 한준수를 모두 뜬공 처리하며 순조롭게 2아웃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타 최형우에 안타, 윤도현에 볼넷을 내주며 2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결국 김택연은 박찬호에 적시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내줬고, 이영하로 교체됐다.

이영하를 상대로 타석에 들어선 김선빈은 1구 스트라이크, 2구 파울로 0-2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하지만 3구째 스트라이크존 높은 위치에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받아쳐 2-유간을 뚫어냈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KIA의 끝내기 승리로 경기가 종료됐다. 김선빈은 프로 데뷔 18년 만에 첫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게 됐으며, KIA의 가을 무대 진출을 향한 꺼져가던 불씨를 살리는 소중한 끝내기 승리의 주역이 됐다.

두산 안재석은 8월 15일 잠실에서 KIA를 상대로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기록했다. (사진=두산)

안재석의 연장 승부 끝에 나온 끝내기 홈런을 두산 베어스의 인상적 장면으로 선정했다. 7월 7일 군에서 전역한 안재석은 8월 12일 1군에 복귀했고, 같은 달 15일 잠실 KIA전에서 복귀 이후 첫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첫 타석 4대 2로 뒤진 상황에서 추격하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기록한 안재석은, 5대 5로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던 11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섰다. 

투수 김건국을 상대로 2-1 카운트를 얻어낸 안재석은 4구 연속 커트를 해내는 집념과 함께 승부를 이어갔고, 8구째 타격한 공이 우측 담장을 넘어가며 두산의 6대 5 끝내기 승리로 이어졌다.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 이날 경기 이후 안재석은 매 경기 활약과 함께 승승장구했고, 남은 시즌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타율 0.319, OPS 0.911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키움 송성문은 8월 15일 시즌 20호 홈런으로 생애 첫 20-20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사진=키움)

키움 히어로즈는 송성문의 커리어 첫 20홈런-20도루 달성 장면이 인상적 장면으로 선정됐다. 송성문은 8월 15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과 KT의 경기에서, 5회 말 고영표를 상대로 시즌 20호 홈런을 기록하며 이번 시즌 리그 첫 20-20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 시즌 홈런 19개에 그치며 아쉽게 20-20 달성에 실패한 송성문인데,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앞두고 기록을 완성시켰다. 

SSG 이율예는 10월 1일 인천에서 한화를 상대로 끝내기 2점 홈런을 때렸다. (사진=SSG)

번외로 10월 1일 인천에서 나왔던 SSG 이율예의 한화 상대 끝내기 홈런을 꼽았다. 이 장면은 경기 전 이미 3위 순위를 확정한 SSG보다는, 이날 경기 정규 시즌 최종전에서 패배하며 자력 우승을 확정짓지 못한 LG 팬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1일 잠실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패배한 LG는 한화가 남은 두 경기를 전승하면 타이브레이커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1일 LG의 경기가 종료된 시점까지만 해도, 같은 날 문학에서 진행중이던 한화와 SSG의 경기는 한화의 5대 2 리드로 분위기가 기울어 있었다. 하지만 9회 등판한 한화 마무리 김서현을 상대로 1사 이후 현원회가 2점 홈런을 때리며 경기를 한 점 차로 좁혔고, 이어진 2사 1루에서 이율예마저 좌측 담장을 넘기며 SSG가 끝내기 승리를 가져갔다.

LG 트윈스는 10월 1일 2025년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사진=LG)

이날 경기 패배하며 한화의 정규시즌 1위 가능성이 사라졌고, 잠실에서 NC를 상대로 패배한 LG는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되며 그라운드로 복귀하는 웃픈(?) 사태가 벌어졌다. 팬들 사이에서는 "지난 2023년에도 버스에서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됐는데, 올해도 그렇냐"며 기쁨과 동시에 허탈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장면들에 더해, 본 기사에 담지 못한 명장면들이 수도 없이 많다. 때로는 감동을 주고, 때로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만들었던 선수들의 플레이는 올 시즌 프로야구를 시청한 팬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다가올 포스트시즌과 2026시즌에도, 팬들에게 인상적인 장면과 함께 더 큰 울림을 선사할 수 있을지 지켜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