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보다 위대한 선수' 없다고?...'타격왕' 보유했던 팀은 평균 '4.2위'였다 [스춘 기록실②]
양의지, 포수 최초 2회 타격왕 달성 가장 많은 타격왕 배출한 포지션은 좌익수, 팀은 삼성 타격왕 보유 팀 평균 순위 4.2위
[스포츠춘추]
지난 4일 2025 KBO 리그 정규시즌이 종료되면서, 각종 개인 기록의 타이틀 홀더가 정해졌다. 최다 홈런은 50개로 외국인 선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을 경신한 삼성 라이온즈 르윈 디아즈가 차지했고, 최다 안타는 187개로 지난 시즌에 이어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가 차지했다.
그리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타율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선수에게는 '수위 타자'라는 칭호가 붙여진다. 올 시즌 막바지까지 타격왕 경쟁이 치열했는데, 결국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타율 0.337로 그 자리를 차지했다. 시즌 중반에는 타율 순위권에 양의지가 눈에 띄지 않았으나, 8월 타율 0.407, 9월 타율 0.483으로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경쟁자였던 안현민(KT)과 레이예스가 다소 주춤한 사이에 말이다.
▶ 포수 타격왕도 귀한데, 2번이나?
올 시즌 타격왕을 차지한 양의지는 2019년에도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수위 타자 자리에 올랐다. 이 시즌 타율 0.354를 기록하며, 0.344의 호세 페르난데스를 제쳤다. 포수가 두 번의 타격왕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양의지 이전의 포수 타격왕은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유일했는데, 그는 1984년 타율 0.340으로 1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도 리그 최다를 기록했다. 최초 트리플 크라운(타율, 타점, 홈런 3관왕)을 차지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 가장 많은 타격왕이 탄생했던 포지션은?
포수 타격왕이 역대 3차례 뿐이었다면, 가장 많은 타격왕을 배출한 포지션은 어딜까. 44번의 타격왕 중 10번이 좌익수에서 나왔다. 타율 0.412로 원년 타격왕이자 깨지지 않는 4할 타율의 주인공인 백인천 전 감독의 포지션도 좌익수였으며, 故 장효조 전 감독도 네 번의 타격왕 중 세 번을 좌익수 포지션에서 차지했다. LG 트윈스 김현수도 좌익수로서 2008년과 2018년 두 번 수위타자가 됐다. 이어 1루수 타격왕이 9차례 있었고, 우익수와 지명타자 타격왕이 6차례, 포수와 3루수 타격왕이 3차례 나왔다.
타격왕 탄생이 가장 드물었던 포지션은 유격수와 2루수다. 1994년 이종범 전 코치가 타율 0.393으로 타격왕이 된 이후, 2017년 김선빈이 유격수로 타율 0.370을 기록하며 유격수 타격왕의 계보를 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타이거즈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초의 2루수 타격왕은 2000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타율 0.340을 기록했던 박종호 백송고 감독이다. 이후 2014년 서건창이 넥센 히어로즈 소속으로 타율 0.381과 리그 최초 단일 시즌 200안타 고지를 점령하며 2번째 2루수 타격왕이 됐다.
▶ 가장 많은 타격왕을 배출한 팀은?
올 시즌 타격왕을 배출한 두산은, 양의지 포함 역대 3명의 타격왕을 배출했다. 2003년 타율 0.342의 김동주, 2008년 타율 0.357의 김현수가 그들이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타격왕이 탄생했던 팀은 어디일까. 삼성이 9명의 수위타자를 배출했는데, 1983년부터 1987년까지 5년 연속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중 고(故)장효조 전 감독이 4번, 이만수 이사장이 1번 타격왕을 했다. 이후 삼성 소속으로 양준혁이 3번, 최형우가 1번 타이틀을 차지하며 최다 배출 구단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뒤이어 MBC-LG가 7번의 타격왕, 해태-KIA 타이거즈가 6번의 타격왕을 배출했다.
▶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올 시즌 두산은 타격왕 양의지를 보유하고도 리그 9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 타율 0.360의 타격왕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소속됐던 SSG 랜더스 역시 최종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2017년에는 타율 0.370의 타격왕 김선빈을 보유했던 KIA 타이거즈가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지만, 타격왕을 보유한 팀이 순위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1982년부터 올 시즌까지 타격왕이 소속됐던 팀의 순위를 모두 더한 뒤, KBO 리그가 진행됐던 햇수인 44로 나누면 4.09가 나온다. 타격왕이 존재했던 팀이 평균적으로 4위에 가까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계산에는 오류가 있다. 원년인 1982년부터 1985년까지는 KBO 리그가 6개팀 체제였고, 1986년 빙그레 이글스가 합류하며 7개팀,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들어오며 8개팀 체제가 됐다. 이후 2013년 NC 다이노스, 2015년 KT 위즈가 일원이 됐고, 현재의 10개팀 체제가 완성됐다.
그렇다면 1983년의 6위와 2025년의 6위는 엄연히 다르다. 전자는 리그 최하위이지만, 후자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노리다 가을야구에 아쉽게 탈락한 팀이다. 그렇다면 순위를 해당 시즌의 팀 수로 나눠서, 상대순위를 구할 수 있다. 다만 전체 팀 수에 따라 1위 팀의 상대순위 값이 달라지므로, 두 값에서 1을 뺀다. 상대순위가 0에 가까우면 1위, 1에 가까우면 최하위라 생각하면 된다.
그 결과 타격왕을 보유한 팀의 상대순위는 0.42가 나오는데, 10개 구단 체제 기준 4위에 가까운 값이다. 적어도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를 보유했다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확률이 탈락할 확률보다는 높았던 것이다.
▶ 비운의 타격왕들
타격왕들 보유했던 팀들의 평균 순위가 4위와 5위 사이로 나타났다면, 최하위 팀에서도 타격왕이 배출됐던 적이 있을까. 최초의 기록은 1995년 쌍방울 레이더스 소속으로 타율 0.337을 기록했던 김광림이다. 이 시즌 쌍방울의 팀 타율은 8개팀 중 4위로 준수했지만 팀 평균자책은 4.67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결국 시즌 45승 3무 78패를 기록하며 7위 태평양 돌핀스에 4게임 뒤진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후 2007년 타율 0.338의 KIA 이헌곤, 2012년 타율 0.363의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수위 타자가 되고도 팀이 최하위에 머무르며 '비운의 타격왕' 타이틀을 안았다.
반면 타격왕을 차지함과 동시에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사례도 세 차례 있었다. 최초 기록은 1985년 삼성에서 타율 0.373을 기록했던 故 장효조 전 감독이다. 이후 2004년 현대 유니콘스 클리프 브룸바가 타율 0.343으로 타격왕과 KS 우승 영예를 동시에 안았고, 앞서 언급한 2017년 KIA 김선빈이 세 번째 기록을 차지했다.
▶ 타율은 높지만, 득점 창출력은 글쎄..?
타율은 타자의 안타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한계가 명확한 타율을 대체해 타자의 득점 창출력을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이 발명됐고, 그것들이 이제는 야구 팬들 사이에도 자연스레 활용될 만큼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wRC+(조정 득점 창출력)가 있는데, 100을 기준으로 리그 평균 대비 득점 창출력을 나타낸다.
역대 타격왕 중 가장 낮은 wRC+를 기록한 타자는 2013년 LG 트윈스 소속으로 타율 0.349를 기록했던 이병규 현 LG 2군 감독이다. 이 시즌 수위타자가 되고도 홈런 5개, 순출루율(출루율-타율) 0.036에 그치며 wRC+ 129.7을 기록했다.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역대 타격왕들의 평균 wRC+가 178.3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득점 창출력이 떨어졌다.
반면 가장 높은 wRC+를 기록했던 선수는 1982년의 백인천인데, 무려 wRC+ 237.9를 기록했다. 뒤이어 2015년 NC 소속으로 타율 0.381을 기록했던 에릭 테임즈가 wRC+ 231.8을 기록했는데, 이 시즌 리그 최초 40홈런 4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등 콘택트와 힘, 주력을 동시에 겸비해 NC를 제외한 9개 구단 팬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