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관중 시대에 쏟아지는 '암표'...WC1 앞두고 미친 듯이 올라온다 [스춘 이슈]
경찰, 대대적 단속 발표
[스포츠춘추]
한국 스포츠의 열기가 12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인기 경기와 공연을 둘러싼 '암표 거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KBO리그 포스트시즌과 '와일드카드 1차전(WC1)' 티켓을 노린 암표상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물밀듯이 매물을 올리고 있다.
스포츠춘추가 직접 중고거래 플랫폼을 확인한 결과,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2025 KBO리그 삼성과 NC의 와일드카드(WC) 1차전을 앞두고 암표가 쏟아지고 있는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다수의 판매자는 1루 프리미엄석을 정상가 대비 2배 이상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으며, 거래 즉시 '티켓 선물', '자리 보장', '안전 거래' 등 조건을 내세운 게시글이 다수 발견됐다. 이러한 거래는 단순 개인 간 티켓 판매를 넘어, 조직적 암표 유통 구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5일, 오는 12월 31일까지 전국 경기장 및 공연장 주변에서 암표매매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하반기 프로야구, 축구는 물론 연말 콘서트 등 대중행사가 몰리는 시기를 맞아 암표 근절을 위한 강력 대응의 일환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암표 관련 민원은 총 549건 접수됐으며, 2022년 136건, 2023년 192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 역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총 114건의 암표매매를 단속했다.
특히 최근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좌석 선점 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의 고가 재판매라는 조직적 범죄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콘서트를 앞둔 가수 임영웅의 티켓(정가 10만원)은 5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고, 지난달 오승환 선수의 은퇴 경기 티켓 역시 수십, 수백배 가격으로 판매된 정황이 포착됐다.
권익위 분석에 따르면 암표 거래의 97%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거래 채널은 네이버 카페(37%), 오픈채팅방(23%), 중고거래 앱(19%), SNS(13%) 순으로 나타났다. 암표상들은 입장권 수령 주소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취소 후 재구매 방식, 현장 전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법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경기장 및 공연장 인근 순찰을 강화하고, 현장 내 온라인 암표거래 적발 시 즉각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와의 협력을 통해 암표 근절을 위한 공식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도적 미비점은 여전하다. 최근 3년간 암표 관련 신고는 5,405건에 달했지만, 실제 조치까지 이어진 건수는 207건(3.8%)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2,161건, 2024년 2,224건, 2025년 8월까지 1,020건이 접수됐으나, 대부분 실효성 있는 대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현장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티켓팅 시스템의 허점을 노리는 암표상이 활개치는 동안, 실제 팬들은 정가에 예매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암표 거래가 K-스포츠와 공연 산업의 신뢰도까지 흔드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프로야구 1200만 관중 시대의 암울한 이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