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발표"라며 팬들 낚은 르브론, 은퇴 발표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술 광고였다...비난 여론 폭주 [스춘 NBA]
'더 디시전' 패러디했지만 결국 헤네시 광고...분노한 팬들 비난 여론
[스포츠춘추]
'킹' 르브론 제임스가 팬들을 상대로 낚시질을 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15년 전 마이애미 이적 당시 '더 디시전'을 떠올리게 하는 중대 발표 예고로 은퇴 루머를 자극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술 광고였다. 현지 매체는 물론 팬들조차 "중대 발표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며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르브론은 지난 6일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모든 결정 중 최고의 결정"이라는 제목과 함께 7일 정오(미국 동부시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팬들은 술렁였다. 12월이면 41세가 되는 르브론의 은퇴 발표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돌았다.
티켓 재판매 사이트에선 LA 레이커스 홈 최종전 티켓 가격이 치솟았다. 가장 저렴한 티켓이 374달러(52만원)에 거래됐고 일부는 700달러(98만원)를 넘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유명 코냑 브랜드인 헤네시 광고였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댄 샤노프 칼럼니스트는 8일(한국시간) "르브론의 '두 번째 디시전'은 그의 화려한 커리어에서 가장 민망하고 진부한 일이었다"고 혹평했다. 7일 오전 10시30분쯤 헤네시 소셜미디어 계정이 먼저 영상을 올렸고, 그로부터 몇 분 뒤 르브론이 이모티콘 몇 개와 함께 헤네시 게시물을 리포스트했다. 샤노프는 "르브론이 이게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꼬집었다.
영상에서 헤네시 관계자가 물었다. "이번 가을, 당신의 재능을 어디로 가져갈 건가요?" 르브론이 답했다. "이번 가을엔, 이건 어려운 선택인데, 내 재능을 헤네시 VSOP로 가져갈 겁니다." 2010년 '더 디시전'에서 "내 재능을 사우스 비치(마이애미)로 가져가겠다"고 말했던 문구를 차용한 것이다.
'더 디시전'은 2010년 7월 방송된 ESPN 특집 프로그램이었다. 르브론이 클리블랜드를 떠나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한다고 발표한 순간이다. 무려 1300만 명이 시청했다. 2025년 NBA 파이널 평균 시청자보다 많은 숫자다. 하지만 분노도 컸다. 오하이오 거리에서 사람들이 르브론 유니폼을 불태우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뒤덮었다.
샤노프는 "'더 디시전'을 끄집어냄으로써 르브론은 이날 발표에 엄청난 기대감을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결국 술 광고로 끝나다니?" 그는 "21세기 NBA 코트 밖에서 벌어진 최대 사건인 '더 디시전'을 들먹이며 스스로 기준을 높여놓고는 이 모양이냐"며 "이런 식의 기대와 실망은 르브론답지 않다"고 비판했다.
팬들의 반응은 더 냉소적이었다. 한 팬은 "주목받고 싶어 안달 난 르브론에겐 술 광고를 홍보하는 게 딱 어울린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팬은 "르브론이 비난받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명백히 우리 세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이지만, 동시에 가장 자의식 없는 선수"라고 꼬집었다.
"나는 르브론이라는 훌륭한 농구 선수를 존경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계산적이고, 영혼 없이 상업적이며, 진부한 페르소나를 만들어낸 그를 그리워할지는 모르겠다"는 댓글도 달렸다. 한 팬은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팬은 "광고가 뭔지도 안 봤고, 지금도 모른다. 완전히 쓸모없는 마케팅"이라고 했다. "흥분하면서 두 번째 디시전을 봤는데 광고라는 걸 알게 됐다면, 그게 뭐든 사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팬은 "마케팅 회사의 꿈은 훌륭한 광고를 만들어 고객 수익을 높이는 것"이라며 "나이키와 마이클 조던, 보 잭슨처럼 말이다"고 했다. 이어 "헤네시 매출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멍청한 광고에 대한 기사만 읽게 만든 꼴"이라고 일침을 놨다.
샤노프는 "르브론이 대규모 광고 계약을 따내는 걸 탓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다만 그와 그의 팀이 이런 마케팅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는 게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분명 엄청난 계약금을 받았을 것이다."
르브론은 지난달 29일 미디어데이에서 "끝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곧이라는 건 안다"고 말했다. 커리어 평균 27득점 7.5리바운드 7.4어시스트를 기록한 그는 21일 골든스테이트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NBA 23번째 시즌, 레이커스에서 여덟 번째 시즌을 맞는다.
샤노프는 "만약 이번이 르브론의 마지막 시즌이라면, 진짜 은퇴 발표는 '더 디시전 3'이 될까. 아니면 오늘의 실패작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영화 속편처럼 완전히 지워버릴까"라고 물었다. 이어 "르브론의 은퇴 발표는 '더 디시전' 수준의 거대한 이벤트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15년 전 '더 디시전'이 지금까지 이어진 르브론 브랜드의 시작이었던 만큼, 은퇴 역시 그에 걸맞은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