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친화 구장' 라팍, 알고보면 '장애인 친화' 구장이기도 합니다..."다른 구장은 갈 엄두 안 나요" [스춘 현장]

라팍 장애인석 두고 이용 관객들 호평

2025-10-15     박승민 기자
지난 13일 대구에서 열린 준PO 3차전에서 장애인석을 이용 중인 팬이 취재진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스포츠춘추 박승민 기자)

[스포츠춘추=대구]

야구장은 모두를 위한 곳이어야 한다. 야구장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 지난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25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야구팬들의 '축제'를 장애인들이 즐기는 데 불편함은 없었을까.

스포츠춘추는 이날 라이온즈파크 장애인석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중들에게 포스트시즌 축제를 즐기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라이온즈파크 장애인석은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였다.

지난 2016년 개장한 라이온즈파크는 짧은 좌중간 담장으로 타자친화적 구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관중친화적이기도 하다. 관중석 복도에서도 경기장 내부를 볼 수 있게 시야가 트여 있고, 관중 이동 동선도 복잡하지 않다. 장애인 관중에게도 좋은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복도에 붙어 있는 장애인석은 펜스로 구분돼 있어 이동하는 관중에게 방해받을 우려가 없다. 응원석 바로 뒤에 자리 잡고 있기에 현장감도 생생하다. 이날 만났던 한 팬은 "라팍은 장애인석 이용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차장에서 이동하기도 편하고, 엘리베이터 이용도 수월하다"며 "직원분들께서 잘 도와주신다"고 덧붙였다. 자차로 야구장을 찾았는데, 관중석으로 이동하기까지 큰 불편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대구에서 열린 준PO 3차전에서 장애인석을 이용 중인 팬이 취재진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스포츠춘추 박승민 기자)

다만 라이온즈파크가 아닌 곳에서는 원활한 관람이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대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는 "장애인석 이용이 라팍만큼 편하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다치기 전에는 야구를 좋아해서 타 구장도 돌아다녔다. 하지만 요즘에는 엄두가 안 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됐던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의 장애인석 불법 개조를 두고는 "그러면 안 됐다"며 다소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화 이글스는 시즌초 한화생명 볼파크의 2층 장애인석 90석을 철거한 뒤 인조잔디를 설치, 프리미엄석으로 전환해 판매했다. 한화가 약 2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사건은 오는 국정감사를 통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라이온즈파크 관람객들은 장애인석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한화생명 볼파크 사건과 더불어 여전히 장애인들의 관람 환경 개선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공연장·관람장은 전체 좌석의 1% 이상을 장애인석으로 두어야 한다. 하지만 5개 구장이 이 기준에 못 미치는 비율로 장애인석을 확보하고 있다. 관객에게 편의로 호평을 받았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도 0.27%에 불과하다. 야구장은 모두를 위한 곳이어야 한다. 법적 기준조차 지키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