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고우석 영입한 단장의 자리가 위태롭다? "구단주 사망 후 내부 권력관계 변화...거취 불확실" [스춘 MLB]
구단주 사망 후 흔들리는 입지...1년 계약기간 남았는데, 아직 연장 계약 못 받았다
[스포츠춘추]
김하성과 고우석을 메이저리그로 데려온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A.J. 프렐러 단장이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두고 거취 불안에 휩싸였다. 연장 계약을 받지 못한 가운데 구단 내 권력 구도가 크게 요동치는 분위기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데니스 린, 켄 로젠탈 기자는 17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또 다른 감독 선임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A.J. 프렐러 단장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프렐러의 불안한 구단 내 입지 문제를 다뤘다.
프렐러는 2014년 8월 샌디에이고 단장으로 부임한 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단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를 FA로 영입했고, 블레이크 스넬, 조 머스그로브, 조시 헤이더, 후안 소토를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역시 2014년 트레이드를 통해 획득한 선수다.
2020년 12월엔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의 김하성 포스팅에 참전해 4년 계약으로 영입했다. 김하성은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안착했다. 2023시즌 뒤엔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역시 포스팅을 통해 영입하기도 했다.
성과도 뚜렷했다. 프렐러 체제에서 샌디에이고는 최근 4년 중 3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년 연속 90승 이상을 거두며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안정적인 강팀 반열에 올랐다. 한동안 침체됐던 샌디에이고는 매 경기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인기 구단으로 탈바꿈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제치고 NL 서부지구에서 LA 다저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구단으로 떠올랐다.
프렐러는 그동안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 전 구단주 피터 사이들러는 생전 프렐러에게 전례 없는 재량권을 줬고, 두 사람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3년 11월 사이들러가 타계하면서 구단 내부의 권력 구도가 변했다.
사이들러의 미망인과 형제들 간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가운데, 에릭 그뤼프너 최고경영자(CEO)의 영향력이 커졌다. 구단 지분을 보유한 그뤼프너는 지난해 93승과 최다 관중 동원을 기록한 뒤 조용히 다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기존 계약이 2026년까지인 프렐러는 아직 연장 계약을 받지 못했다.
권력 이동의 신호는 쉴트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프렐러는 당시 벤치코치였던 라이언 플래허티를 선호했지만, 최종적으로 쉴트가 낙점받았다. 업계에선 프렐러가 그뤼프너와 에릭 쿠첸다 임시 구단주에게 밀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프렐러 단장은 디 애슬레틱의 질의에 "그뤼프너와 강하고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구단이 돌아가는 여러 정황을 보면 프렐러의 대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프렐러 체제에서 샌디에이고는 지난 10년간 6명의 감독을 거쳤다. 버드 블랙, 팻 머피, 앤디 그린, 제이스 팅글러, 밥 멜빈에 이어 이번에 쉴트까지 떠났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한 라이벌 구단 감독은 "프렐러 체제에서 또 감독을 자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잦은 감독 교체의 책임이 결국 프렐러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쉴트 감독은 계약 1년을 남겨둔 채 사임했다. 만약 프렐러가 새 감독을 선임하면 단장과 감독의 계약 기간이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한 샌디에이고 관계자는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완벽하다면 단장과 감독의 계약 기간이 맞아떨어지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렐러는 이번 주초 취재진 화상 인터뷰에서 그간의 감독 교체에 관해 "상황마다 이유가 달랐다"며 "10년간 함께할 감독을 찾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보다 먼저 프렐러가 샌디에이고를 떠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프렐러 단장은 기자들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파드리스와 샌디에이고를 사랑한다. 우리가 여기서 이룬 것이 자랑스럽고 앞으로의 작업을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거취와 관련한 여러 질문엔 명확한 답을 피했다. 샌디에이고를 LA 다저스와 맞설 강팀으로 키운 단장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