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유로파리그 우승 감독이야! '7G 무승' 위기의 포스테코글루, 5분 넘게 토트넘 시절 변명 늘어놨다 [스춘 해축]
7경기 무승 행진 속 자신감... "시간만 주면 결국 우승한다"
[스포츠춘추]
손흥민의 토트넘 시절을 함께했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벼랑 끝에 섰다. 지난 9월 5일 노팅엄 포레스트 사령탑을 맡은 뒤 7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했다. 2무 5패라는 민망한 성적표다. 18일(한국시간) 홈에서 열리는 첼시전은 8번째 경기이자,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는 전혀 기가 죽지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기세가 등등하다. 17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나를 실패한 감독이라 부른다. 운 좋게 이 자리를 얻었다고 한다. 신문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며 자신을 향한 비판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시간만 주면 언제나 결말은 같다. 이전 구단들에서 모두 그랬다. 트로피로 끝난다"고 떠벌렸다.
물론 포스테코글루가 과거 화려한 실적을 낸 감독인 건 맞다. 호주 사우스멜버른과 브리즈번 로어, 일본 요코하마 F. 마리너스를 우승시켰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는 트레블(3관왕)을 이뤘다. 지난 5월엔 토트넘을 이끌고 빌바오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우승했다. 이게 그가 감독으로서 거둔 마지막 승리다.
회견에서 포스테코글루는 토트넘 시절 얘기를 5분 넘게 길게 늘어놨다. 조제 모리뉴와 안토니오 콘테가 떠난 뒤 '상처 입은 팀'을 맡았다고 했다. 2022-23시즌 8위였고, 첫 경기 직전 구단 최다 득점자 해리 케인을 잃었다고 했다. 케인은 2023년 8월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다. 그는 "케인이 골 넣을 때마다 한 시즌만 더 함께했으면 싶었다"고 했다.
2023-24시즌 토트넘은 5위를 기록했다. 케인 없이 새 전술로 바꾸며 거둔 성적치고 나쁘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는 "그 시즌은 어째서인지 기록에서 사라졌다"고 불평했다. 토트넘이 자신의 해임 보도자료에서 처음 10경기를 제외하고 성적을 평가했다는 불만이다. 8승 2무로 질주한 초반 10경기를 '이상치'로 취급하며 빼버렸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즌의 실패에 대해선 유로파리그 우승을 근거로 '정신승리'를 시전했다. 2024-25시즌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17위로 떨어졌다. 구단 역대 최다인 22패를 당했다. 포스테코글루는 "사람들이 17위라는 결과만 보고 나를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판단한다면 결국 내가 프리미어리그 감독으로는 부적합하다고 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포스테코글루의 변명은 계속됐다. "17위라는 결과가 왜 나왔는지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다"며 "지난 시즌 마지막 5~6경기 때 누구를 선발로 내보냈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무엇에 집중했는지"라고 강변했다. 유로파리그 우승에 올인하느라 리그 성적은 사실상 포기했다는 얘기다. 브라이튼과 시즌 마지막 리그 경기를 앞두고선 선수들에게 이틀간 파티를 허락했다. "그들이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이유에서다.
유로파리그 우승은 토트넘에 17년 만의 트로피를 안겼다. 언젠가부터 토트넘에 따라붙은 '스퍼시'(중요한 순간마다 무너지는 토트넘을 비꼬는 말)라는 오명을 벗겨냈다. 포스테코글루에게 이 우승컵은 리그 17위를 포함한 모든 것을 정당화해주는 면죄부다.
하지만 이런 포스테코글루의 자기 합리화를 바라보는 언론의 평가는 냉소 그 자체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댄 킬패트릭 기자는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우승에 대해 "챔피언스리그 탈락팀이 유로파리그로 내려오지 않는 규칙 변경 덕을 봤고, 결승까지 가는 과정에 강한 팀을 이긴 적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겨울 내내 부상자가 쏟아지고 유로파리그에 집중했다는 변명을 감안해도, 리그 17위는 너무 큰 대가였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가 토트넘에서 쫓겨난 뒤 후임 감독으로는 덴마크 출신의 토마스 프랭크가 부임했다. 킬패트릭 기자는 "프랭크의 토트넘에서 초반 성적(4승 2무 1패, 3위)과 포스테코글루의 노팅엄 포레스트 성적(2무 5패)을 보면, 감독 교체가 실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들이 비웃거나 말거나, 포스테코글루는 미래를 말한다. 그는 "잡초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뭐가 자라는지를 본다"면서 "여기서 처음 5주를 보고 나를 운 좋은 감독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큰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는 경기 방식을 바꾸고 있다. 아직 선수들이 적응 중인데 기복이 있다"고 했다.
포스테코글루는 "여기서의 기회가 여전히 기대된다"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 그게 먼저다. 나는 그 길로 간다"고 했다. 18일 첼시전에 대해선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다음 경기 승리가 중요하다. 내일도 마찬가지"라며 "홈 경기라서 좋다. 도전이 기대된다"고 했다.
킬패트릭 기자는 "포스테코글루의 열정적인 말이 팬들과 구단주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를 설득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포스테코글루는 과거 토트넘에서도 말솜씨로 잘릴 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 하지만 노팅엄 포레스트 팬들이 원하는 건 말이 아니라 승리다. 포스테코글루가 토트넘 얘기를 꺼내며 자신을 증명하려 할수록, 지금 결과를 못 내고 있다는 사실만 두드러진다. 과거에 쌓은 업적과 화려한 언변이 감독직을 지켜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