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최고구속 신기록+2이닝 완벽투+세리머니까지 '대전의 왕' 가을 대관식 [스춘 PO1]

161.6km 신기록 작성한 대전 왕자... 가을야구 데뷔전 2이닝 완벽 구원

2025-10-18     황혜정 기자
문동주가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스포츠춘추=대전]

'대전 왕자님'을 넘어 이제는 '대전의 왕'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한화 이글스 영건 문동주가 환상적인 가을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2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켜냈고, 개인 최고 구속 신기록을 새로 썼으며, 멋진 세리머니로 관중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문동주는 1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회부터 불펜으로 등판해 2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9대 8 승리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에이스 코디 폰세가 6회까지 6실점하고 물러난 가운데 7회초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는 강력한 구위로 한창 기세가 오른 삼성 타선을 찍어눌렀다. 초구부터 시속 158km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다. 가을야구 첫 등판인데도 전혀 쫄거나 긴장하는 모습은 없었다.

2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선 삼성 김지찬을 상대로 던진 4구째 포심이 시속 161.6km로 측정됐다. 개인 최고 구속 신기록이자,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이었다. 문동주의 종전 최고 구속은 지난 9월 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세운 시속 161.4km였다.

7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문동주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크게 포효했다. 관중들을 향해 팔을 벌리고 들어올리며 환호를 유도했다. 8대 6으로 앞선 8회초에도 등판한 문동주는 또다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2이닝 무실점으로 임무를 마쳤다. 9회 삼성의 맹추격을 막아낸 한화는 9대 8로 승리했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을야구 승리를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문동주는 "(포스트시즌) 첫 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잘 해낸 것 같아서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7회를 마친 뒤엔 세리머니를 크게 했는데 8회엔 작게 한 이유에 대해 묻자 "목이 아파서 그랬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너무 상대를 자극하는 것 같아서 그랬다. 채은성 선배가 적시타를 쳐주시고, 7회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상황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저 스스로 알아서 집중했고, 자연스럽게 그 세리머니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록한 개인 최고 구속에 관해 문동주는 "아직 구속이 떨어질 정도로 날이 춥지 않아서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 채은성 선배의 적시타가 터진 뒤 중요한 상황에서 집중해서 올라가 그렇게 된 것 같다"면서 "(평상시와) 비슷하게 던졌고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161.6km 개인 최고 구속 신기록을 세운 문동주. (사진=한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몬스터' 류현진에게 받은 조언에 대해 문동주는 "어제 경기 시작 전에 (류현진 선배가) 투수조를 다 모으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하셨다"고 전했다. "우리가 나가는 상황이 어떤지 알고 투구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런 생각을 하며 경기에 임했다. 오늘 등판 때도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정규시즌 삼성전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 2.50으로 유독 강했던 문동주는 포스트시즌에서도 강세를 이어갔다. 이유를 묻자 "강한 이유는 잘 모르겠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결과가 따라왔다. 좋은 결과가 계속되니 자신감을 갖고 투구하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정규시즌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문동주는 생애 첫 가을야구인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불펜으로 첫 등판했다. 선발이 아니라서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문동주의 대답은 분명했다. "아쉽지 않다. 1차전부터 가을무대를 경험해서 영광이다.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는데, 함께할 수 있어서 기분 좋고 영광이다."

이어 문동주는 "어떤 보직이든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 정말 팀이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 나가게 되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을야구에 오른 한화. 문동주의 활약이 남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져 한화를 더 높은 곳으로 인도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