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츠는 왜 프로 경력 전무한 대학야구 감독을 데려왔을까...위약금 300만 달러까지 지급 '파격' [스춘 MLB]
테네시대 토니 비텔로 발탁...바이아웃만 300만 달러
[스포츠춘추]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프로야구 경험이 전혀 없는 대학야구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혔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례없는 파격 인사다.
ESPN 등 현지 매체는 23일(한국시간) 자이언츠가 테네시대학교 토니 비텔로(47) 감독을 프랜차이즈 40번째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보도했다. 비텔로는 선수로든 코치로든 프로야구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미주리대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곧바로 대학야구 코치의 길로 들어섰다.
자이언츠는 밥 멜빈 전임 감독이 9월 말 경질된 뒤 새 사령탑을 물색했다. 자이언츠는 지난 시즌 81승 81패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팀에는 라파엘 데버스, 윌리 아다메스, 맷 채프먼 같은 고액 연봉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이제 이런 스타들을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한 대학 출신 감독이 지휘해야 한다.
자이언츠 야구운영부문 사장 버스터 포지는 초기 유력 후보였던 닉 헌들리가 가정 문제로 사퇴하자 주저 없이 비텔로로 방향을 틀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출신 브랜든 하이드 전 감독과 포수 출신 지도자들을 제치고 내린 결정이다. 비텔로를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연봉 300만 달러(42억원)에 바이아웃 300만 달러(42억원)까지 치러야 했다. 포지는 비텔로의 선수 육성 능력과 팀 문화 구축 역량에 주목했다.
메이저리그가 대학야구 감독을 직접 영입한 사례는 손에 꼽는다. 1980년 뉴욕 양키스가 플로리다주립대 딕 하우저를 선임했지만, 하우저는 메이저리그 8년 경력의 선수 출신이었고 양키스 코치진에서도 10년을 보냈다. 1973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가 선임한 애리조나주립대 감독 출신 바비 윙클스도 이미 에인절스 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비텔로처럼 대학 현장에서 메이저리그 더그아웃으로 직행하는 건 전례가 없다.
비교적 가까운 선례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팻 머피 감독이다. 머피는 25년간 대학야구 지도자로 일한 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너리그 감독을 거쳐 브루어스 벤치코치로 8년을 보냈다. 2024년 감독으로 승격된 그는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로 팀을 이끌며 올해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 수상이 유력하다. 머피는 한 팟캐스트에서 "비텔로가 성공할 수 있다고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텔로는 2018년 테네시대를 맡아 8년간 341승 131패를 기록했다. 남동부컨퍼런스(SEC) 최하위권이던 팀을 2021년, 2023년, 2024년 세 차례 칼리지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켰고, 지난해엔 학교 역사상 첫 야구 전국 우승을 안겼다. 비텔로 지도 하에 10명의 1라운드 지명 선수가 배출됐다. 보스턴 레드삭스 좌완 개릿 크로셰, LA 에인절스 마무리 벤 조이스가 대표적이다.
비텔로의 가장 유명한 제자는 사이영상 3회 수상자 맥스 셔저다. 미주리대 시절 비텔로의 지도를 받은 슈어저는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승부욕과 열정, 소통 능력을 갖췄다"며 "진정한 선수들의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프로 경험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테지만, 선수들과 교감하는 능력이 클럽하우스 모든 이에게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인절스 투수 벤 조이스도 "비텔로가 SEC 최하위였던 테네시를 2~3년 만에 전국 최고 프로그램으로 만든 건 기록적인 속도"라며 "메이저리그 감독 후보로 거론된 것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자이언츠는 올 드래프트에서 테네시대 내야수 개빈 킬런을 13순위로 지명했고, 7월엔 트레이드로 테네시대 출신 외야수 드류 길버트와 우완 블레이드 타이드웰을 영입했다. 길버트는 8월 메이저리그 데뷔 후 더그아웃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포지가 비텔로를 후보로 고려하게 된 데는 길버트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텔로는 22일 테네시대에서 팀 자체 연습경기를 지휘했다. 팬들은 그의 이름을 외쳤고 남아달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테네시대 대니 화이트 체육국장은 23일 성명을 통해 "토니의 새로운 커리어에 행운을 빈다"며 "테네시 야구부를 우승팀으로 만든 그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