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구적 기후재앙에 PGA 투어 직격탄...가뭄 때문에 센트리 대회 취소, 산불로 개최지 옮긴 대회도 [스춘 골프]

센트리 대회 취소, 제네시스는 산불로 장소 이동

2025-10-23     배지헌 기자
PGA 투어가 센트리 대회 취소를 발표했다(사진=NBC 골프 방송화면)

 

[스포츠춘추]

PGA 투어가 기후재앙의 직격탄을 맞았다. 가뭄과 산불이 대회 일정을 뒤흔들고 있다.

PGA 투어는 23일(한국시간)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2026시즌 개막전 센트리 대회 취소 소식을 전했다. 센트리는 원래 2026년 1월 8일부터 11일까지 마우이섬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1999년부터 대회를 개최해온 곳이다.

그러나 지난달 투어 측은 이곳에서 대회를 열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섬 전역에 가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투어 측은 물 절약 조치를 준수하고 지역 주민들의 식수 공급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골프 코스 관리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마우이섬의 상황에서 골프장에 물을 쓸 수는 없었다.

PGA 투어는 대회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체 개최지가 되려면 날씨와 경기 진행 가능성, 인프라 측면에서 PGA 투어 대회를 치를 수 있어야 했다. 스폰서의 선호도도 고려해야 했다. 1월은 관광 성수기라 이 시기에 대회를 개최할 의향이 있는 곳을 찾기도 어려웠다.

타일러 데니스 PGA 투어 대회운영 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경기를 치를 수 없을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이후, 우리는 센트리와 긴밀히 협력하며 2026년 대회 개최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결정을 내리게 돼 안타깝지만, 우리의 훌륭한 파트너인 센트리 인슈어런스의 협력과 헌신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기후재앙이 PGA 투어를 흔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그랬다. 로스앤젤레스 전역에 번진 산불이 리비에라 컨트리클럽 주변을 휩쓸었다. 대회는 예정된 장소에서 열릴 수 없었다. 결국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로 옮겼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개최지였다.

산불과 가뭄은 모두 기후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캘리포니아의 산불은 해마다 더 자주, 더 크게 번진다. 하와이의 가뭄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PGA 투어는 이제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왔다.

센트리는 PGA 투어의 고액 상금 시그니처 대회 중 하나였다. 정식 명칭은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지난 시즌 PGA 투어 우승자 전원과 페덱스컵 상위 50위 선수들이 출전하는, 시즌 최강 필드를 자랑하는 대회였다. 마쓰야마 히데키가 디펜딩 챔피언이다.

센트리는 골프 팬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새 시즌 첫 대회라는 상징성도 있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미국 동부 시간 기준 황금 시간대에 중계됐고, 겨울 추위에 집 안에 갇힌 팬들에게 열대 지역의 풍광을 선사했다. 이제 그 풍경을 볼 수 없게 됐다.

2026년 PGA 투어 시즌은 1월 15일 소니 오픈으로 시작된다. 하와이 와이알라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시그니처 대회는 아니다. 첫 시그니처 대회는 2월 둘째 주 AT&T 페블비치 프로암이다.

투어 측은 대회 취소에 따른 조치도 발표했다. 2025시즌을 페덱스컵 상위 5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은 4월에 열리는 RBC 헤리티지에 출전할 수 있다.

2026년 PGA 투어 일정은 시그니처 대회가 9개가 아닌 8개로 구성된다. 4월 말 트럼프 내셔널 도럴의 블루 몬스터 코스에서 열리는 새 대회 마이애미 챔피언십이 포함된다. 센트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스폰서인 센트리 인슈어런스와 PGA 투어의 계약은 2035년까지 유효하다.

기후변화는 이제 스포츠 일정을 바꾸는 변수가 됐다. PGA 투어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