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의 탈을 쓴 ‘장사’…게임 창작자 옥죄는 게관위

방 한 칸에서 만든 게임, 수천억원짜리 영화보다 비싼 심사비 창작의 자유를 지켜야할 기관은 창작의 족쇄인가 게관위는 ‘심사위원회’가 아니라 ‘장사위원회’?

2025-10-24     신경환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 서태건 위원장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더게이트]

■ 과도한 심사비로 창작 제동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는 PC·콘솔용 게임 한 건을 심사하는 데 356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제작비 5000억원의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낸 심사비는 228만원이다.

상식의 세계에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게관위는 “게임은 복합적 구조를 가진 콘텐츠기 때문”이라지만 그 말은 ‘그래서 더 받겠다’는 선언이다.

한 청년 개발자는 “1000원짜리 게임을 팔기 위해 160만원을 냈다”며 “그래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심사비가 창작의 첫 번째 장벽이 된 나라, 그 이름이 ‘게임 강국 대한민국’이라면 웃픈 일이다.

■ 2000년식 잣대로 2025년 게임을 잰다

심사비 산정 방식은 20년 전 그대로다. 기본료 36만원에 ‘이용 형태’, ‘장르’, ‘한글화 여부’ 같은 계수를 붙이는 구조다.

게다가 기준 데이터 용량은 ‘300MB 이하’로 플로피디스크 시절에나 통하던 기준이다. 요즘 300MB짜리 게임을 찾는 게 더 어렵다. 게관위는 여전히 CD-ROM 시대의 잣대로 클라우드 시대의 게임을 재고 있는 것이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시대는 2025년인데 제도는 2000년에 멈춰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심사 제도의 현주소다.

■ 같은 게임, 다른 플랫폼…심사비 재청구

더 기가 막힌 건 중복 심사 구조다. PC에서 심사받은 게임이 콘솔로 이식되면 심사비를 또 내야 한다.

반려돼도 환불은 없고 재심사 시 비용의 75%를 다시 납부해야 한다. 심사비가 늘면서 개발자는 줄어드는 이유다.

게관위가 심사를 통해 창작을 돕기보단 창작자를 수수료 구조 속에 가둬버린 것이다.

사진=게임물관리위원회

■ 부산 기관, 부산 업체 심사도 출장비 50만원

게관위는 부산에 있다. 그런데 부산의 게임 업체를 심사하러 가면서도 출장비 50만원을 청구한다.

이미 공무출장비가 지급되는데도 이중으로 업체에 돈을 받고 있다. 이쯤 되면 ‘공공기관’이라기보다 ‘견적서 기관’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즉 게임 심사가 아닌 출장비 심사다.

■ 신뢰를 잃은 제도, 존재 이유를 잃다

“게관위를 폐지하자.” 이제는 일부 정치인의 발언이 아니라 개발자 커뮤니티의 자조가 됐다. 20년 동안 게관위는 단 한 번도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한 적이 없다.

게임 산업은 20조원 수출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게관위 제도는 2000년대 초 행정 편의에 갇혀 있다.

정연욱 의원은 “게관위가 신뢰를 잃은 건 남 탓이 아니”라며 “스스로 만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 게관위, 과도한 제도보단 지원 책임

이제 게관위는 선택해야 한다. 심사로 남을 것인지 지원으로 거듭날 것인지. 지금처럼 비용과 서류로 창작자를 누르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게관위는 심사를 위해 존재하는 단순한 심사기관으로 남을 것이다.

게임 산업의 성장은 제도의 진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과도한 제도는 산업을 죽이는 칼날이 된다. 게관위의 사회적 책임은 심사뿐만 아니라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도 지원하는 일이다.

당연한 진리를 이제라도 기억해야 한다. 게관위는 심사로 생태계를 옥죄는 기관이 아니라 창작의 숨통을 트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