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만 오타니 있나...한국 대표팀에도 '투타 겸업' 대활약 펼친 '히어로즈 리틀' 출신 있다 [아시안컵]
제3회 아시안컵 땐 투수로 2이닝 무실점 제4회 아시안컵 땐 타자로 첫 경기부터 결승타
[더게이트]
일본에만 '투타겸업'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에도 ‘투타 겸업’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히어로즈 리틀야구단 출신, 19살 내야수 이유진이다.
이유진은 지난 26일부터 중국 항저우 샤오싱 과리 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4회 여자야구 아시안컵'에서 타자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센스 넘치는 타격과 단단한 수비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의 활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는 투수로 출전해 3경기 2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치며 필승조로 대표팀에 동메달을 안긴 바 있다. 명실상부 ‘투타 겸업’의 주인공이다.
야구와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야구를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 7살 때부터 자연스레 텔레비전(TV) 중계를 보며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목동야구장에 자주 가면서 야구에 대한 꿈이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히어로즈 리틀야구단 어린이 회원 모집’이라는 안내문을 본 뒤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남자 아이들 사이에서도 거침없이 공을 던지며 성장해 나갔다. 영등포구 리틀야구단 출신으로, 키움 포수 김동헌과는 서로를 아는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이유진은 8년 넘게 야구에 매진했고, 결국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서는 국가대표가 됐다. 2023년 7월 28일, 키움 히어로즈의 초청을 받아 고척스카이돔에서 시구를 하며 팬들 앞에 섰을 때, 그는 “어릴 적 히어로즈 경기를 보며 키운 꿈을 이렇게 고척돔에서 이룰 수 있어 정말 영광”이라고 감격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시구 지도와 시포는 김동헌이 직접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에는 학업에 집중하며 잠시 야구를 내려놓았지만, 올해 경희대학교에 당당히 합격한 후 다시 야구에 전념했다. 레슨장에서 땀을 흘리며 다시 대표팀 발탁을 노렸고, 이때 전 NC·LG·삼성 내야수였던 최재원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타격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그는 “최 코치님께서 하체 쓰는 법, 타이밍 잡는 법, 스윙 방법 등 많은 부분을 개선해주셨다”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또한 대표팀 타격 코치 장지훈 코치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오늘 장 코치님이 필리핀 선발투수가 컷패스트볼처럼 공 끝에서 휘는 타입이라며 '받아놓고 치라'고 하셨다. 덕분에 공을 끝까지 보고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유진의 목표는 단순히 메달 획득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번엔 3위를 했으니, 이번에는 1위 또는 2위까지 도전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녀는 더 나아가 “여자야구도 큰 무대에서 활약해 여자배구처럼 인기 있는 종목이 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이유진은 지금도 야구장이 가장 즐거운 놀이터라고 말한다.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또 결과를 만들어내는 19살 젊은 청춘의 도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