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KIA '발야구 명가' 만든 주루코치, 이번엔 롯데 도장깨러 간다..."김태형 감독이 직접 제안" [더게이트 FOCUS]
신일고 선배 김태형 감독 제안에 미국 연수계획 접고 합류
[더게이트]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를 리그 최고의 '발야구' 팀으로 이끈 조재영 코치가 이번엔 롯데 자이언츠라는 '험지' 도전에 나선다. 두 팀을 거치며 증명한 코칭 능력이 사직에서도 통할지 주목된다.
야구계에 따르면 롯데는 최근 조재영 KIA 작전/주루 코치를 2026시즌 코칭스태프로 영입하고 계약을 완료했다. 기존 고영민 코치가 KIA로 이적한 가운데 조 코치를 영입하면서 양 팀이 주루코치를 맞트레이드한 셈이 됐다.
조 코치의 영입은 김태형 감독이 직접 합류를 요청해서 이뤄졌다. 사정을 잘 아는 야구 관계자에 따르면 조 코치는 2025시즌을 마친 뒤 미국에서 야구 연수를 계획 중이었으나, 신일고 선배이자 리그 대표 명장인 김태형 감독의 합류 제안을 받고 롯데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코치는 1980년생으로 신일중-신일고를 거쳐 1999년 신인 2차 2순위로 LG 트윈스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프로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은퇴 이후 잠시 야구계를 떠났던 조 코치는 2016년 넥센(현 키움) 육성팀 수비코치로 프로야구에 복귀했고, 2017년부터 1군 작전/주루 코치를 맡아 2021년까지 5년간 활동했다.
조 코치가 1군 작전/주루를 맡은 뒤 히어로즈는 리그 최고의 발야구 군단으로 올라섰다. 조 코치가 1군에 합류하기 전인 2016년 키움의 도루 RAA(추가 득점 생산)는 -5.94로 전체 꼴찌였다. 도루성공률도 65%로 전체 7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7년 도루 RAA 2.98을 기록하며 3위로 올라섰고, 2018년에는 도루 RAA 4.98로 전체 2위로 뛰어올랐다. 도루성공률은 전년도 67.3%에서 75.4%로 크게 향상됐다. 주루 RAA도 4.25로 전년도 6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김혜성은 31개 도루로 리그 3위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도루 RAA 4.59로 1위, 성공률도 76.9%로 1위를 차지했다. 주루 RAA도 3.70으로 3위에 올랐고 김하성이 33도루로 리그 2위를 차지했다. 2020년에도 도루 RAA 9.50으로 1위, 도루성공률 80.7%로 1위를 달렸다. 주루 RAA는 10.16으로 2위였다. 김혜성 25도루(3위), 서건창 24도루(4위), 김하성 23도루(5위)를 기록했다.
키움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인 2021년에는 도루 RAA 6.05(1위), 도루성공률 78.9%(1위), 주루 RAA 6.81(1위)을 기록했고 김혜성이 46도루로 도루왕에 올랐다. 전통적으로 뛰는 야구 효율이 떨어졌던 키움은 조 코치가 주루 파트를 맡은 5년간 리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리면서도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는 팀이 됐다.
조 코치를 눈여겨본 KIA가 2022시즌을 앞두고 손을 내밀었다. 조 코치가 합류한 뒤 KIA는 뛰는 야구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2021년만 해도 도루 RAA 0.48(4위), 도루성공률 70.2%(5위), 주루 RAA -4.26(9위)이었지만 합류 첫해인 2022년 도루 RAA 2.53(2위), 도루성공률 75.2%(3위), 주루 RAA 1.82(4위)로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유격수 박찬호는 42도루로 생애 첫 도루왕에 올랐다.
2023년에도 도루 RAA 5.05(1위), 도루성공률 78.2%(2위), 주루 RAA 6.93(1위)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뛰는 야구를 펼쳤다. 박찬호는 30도루(3위)를 기록하며 조 코치와 좋은 궁합을 이어갔고 신예 김도영이 25도루로 뒤를 이었다.
다만 통합 우승 시즌인 지난해에는 전략적으로 도루를 자제하는 팀 방향성에 따라 예년보다 도루가 줄었다. 김도영이 40도루(6위)를 기록했지만 도루 RAA -0.32(6위), 도루성공률 74%(6위), 주루 RAA -3.83(8위)로 뛰는 야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KIA의 타선 화력이 워낙 막강해 굳이 뛸 필요를 느끼지 못한 면도 있었다. KIA는 이 시즌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시즌에는 다시 뛰는 야구로 적극 전환했다. 전체적인 타선의 화력이 예년보다 떨어지면서 득점 창출을 위해 뛰는 야구의 비중이 커졌다. KIA는 도루 RAA 2.80(2위), 도루성공률 77.8%(2위), 주루 RAA 0.82(6위)를 기록했고 박찬호가 27도루(8위)를 기록했다.
조 코치는 성실함과 학구열로 야구계에서 인정받는 지도자다. 전력분석팀이 제공하는 자료를 받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밤을 새가며 직접 영상을 분석하고 기록을 정리해 코칭에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복잡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가르치는 능력이 좋아 선수들이 잘 따른다. 키움 시절에는 김혜성, KIA에서는 박찬호와 특히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조 코치가 합류할 롯데 자이언츠는 뛰는 야구가 절실하게 필요한 팀이다. 올해 팀 홈런 75개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에 머문 소총 부대로 장타를 쳐줄 선수가 거의 없다. 다만 팀 출루율은 0.346(3위)으로 나쁘지 않다. 단숨에 팀 홈런을 늘릴 수 없다면, 단타와 볼넷으로 출루한 주자들을 한 베이스 더 보내는 야구로 득점 효율을 높이는 게 해법이다.
다만 선수 구성상 뛰는 야구에 적합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롯데는 올해 팀 도루 91개로 전체 7위였다. 도루성공률은 76.5%로 나쁘지 않았지만 도루시도율 6.0%(7위)로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펼치는 팀은 아니었다. 도루에 '능하다'는 인상을 주는 선수도 많지 않다. '마황' 황성빈이 25도루에 성공률 86.2%로 그나마 잘 뛰는 선수다. 빠른 발에 비해 늘 도루성공률이 떨어졌던 장두성이 올해 17도루에 성공률 77.3%를 기록하며 발전한 점, 13도루에 성공률 76.5%를 기록한 김동혁의 가능성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빠른 발을 갖춘 선수들의 도루능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다지 빠르지 않은 선수들까지도 필요할 때 뛸 수 있게 준비시키는 것도 코치의 역할이다. 이와 관련해 조 코치는 시즌 중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안토안 리처드슨 코치가 주루 파트를 맡은 올해 메츠는 팀 도루 147개, 실패 18개로 89.1%의 놀라운 성공률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수준 높은 발야구를 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평생 도루와는 거리가 멀었고 발도 빠르지 않은 거포 후안 소토가 올해 38도루로 리그 2위를 차지한 것도, 철저한 분석으로 완벽한 타이밍에 뛰는 야구를 구사한 덕분이다. 현지 매체에서 "메츠는 정말로 언제 뛸지 알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소토의 모든 도루 영상을 찾아봤다"는 조 코치가 연구 결과를 롯데에 어떻게 접목할지 궁금하다.
키움과 KIA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조 코치에게 8년 연속 하위권에 머문 팀 롯데는 새로운 도전이다. 그간 주루, 작전, 수비 등 '디테일'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롯데는 뛰는 야구 개선으로 내년 시즌 도약을 노린다. 올시즌 한때 리그 3위를 달리면서 2017년 이후 첫 가을야구 진출을 꿈꿨지만 후반기 추락으로 좌절했던 롯데가 내년 시즌에는 뛰는 야구로 일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