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도로 야구장 찾는 건 거의 불가능. 한국에선 구글 먹통”…야구장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외국인 야구팬들 [더게이트 탐사]
-KBO '1200만' 시대, 외국인 '북적' -'구글맵 먹통', 길찾기 '산 넘어 산'..외국인 "네이버 지도 너무 어려워" -티켓 예매, 외국인에겐 '그림의 떡' -'K-야구', 글로벌 접근성이 '숙제'
[더게이트]
KBO리그가 정규시즌 누적 관중 1,231만 명을 기록하며 사상 첫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한국 야구가 매력적인 콘텐츠로 인정받으면서 야구장을 드나드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경기장을 찾아오기엔 불편함이 많다. 2021년 100억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해 지도 앱 '글로벌 스탠다드'라 할 수 있는 구글 지도의 길찾기 기능은 한국에서 '먹통'이다. 네이버 지도·카카오맵 등 국내 앱이 아니면 길안내를 제공하지 않는데, 한국의 고정밀 지도는 원칙적으로 국외 반출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관광 상품으로 발돋움 중인 KBO리그, 외국인 관객도 급증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9월 방한한 외래 관광객은 약 170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3% 증가했다. 한국프로야구 관람객이 2024년부터 급속도로 증가한 덴 10·20대 젊은 팬들과 여성 팬들의 관람 비중 증가에 더해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들어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야구장이 '관광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올 시즌 야구장을 찾았던 외국인 관광객 A 씨는 "한국 야구 경기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가장 좋았던 경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공공 부문에선 이런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한국관광공사는 3월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 야구 응원문화 연계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키움 홈경기를 일정에 포함한 여행 상품을 기획했다. 또 서울외국인주민센터는 6월 고척돔 단체 관람을 운영해 외국인 거주자들의 야구장 직관을 지원했다. '익스피디아'등 여행 웹사이트에는 한국 여행 상품에 야구장을 관광 코스로 포함하고 있다.
"네이버 지도, 인터페이스 익숙지 않아 불편" "구글 지도는 한국에서 거의 안 돼"
관광 상품을 통해 야구장을 방문하는 경우 야구장 방문부터 티켓 예매까지 많은 부분을 여행사에서 대행해 준다. A 씨는 "야구장 가는 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익스피디아에서 티켓을 예약할 수 있어서 쉬웠다"고 했다. 다만 여행사가 동반되지 않은 경우, 길 찾기부터 난이도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A 씨는 "여행 도중 구글 지도를 사용했지만, 한국에선 이상하게 길을 잘 찾지 못해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야구장을 찾았던 또 다른 외국인 관광객 B 씨는 "평소엔 구글 지도를 사용하는데, 한국에 올 때만 네이버 지도를 다운해야 해서 번거롭다"며 "네이버 지도가 사용하기 어려웠지만, 선택지가 없어 사용했다"고 했다. 이어 B 씨는 "네이버 지도는 인터페이스가 익숙지 않아 처음 길을 찾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 뒤 "영어 표기가 부족한 경우가 있어 검색이나 경로 확인이 매우 불편했다. 솔직히 네이버 지도로 어디를 간다는 건 매우 어렵고 불편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다행히 B 씨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에 체류했던 경험이 있어 한국어에 익숙했지만, "한국어를 할 수 없다면 사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구글 지도에 적응한 외국인들이 네이버 지도·카카오맵의 UI·UX에 불편함을 겪을 뿐 아니라, 영어 환경에서의 표기 문제도 불편함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외국인들 익숙한 구글 맵, 왜 한국서 쓰기 어렵나?
구글 지도를 켜고, 현재 위치에서 잠실야구장까지 길찾기를 시도해 보라. 대중교통 길찾기는 제공하지만, 차량 길찾기와 도보 길찾기는 불가능하다. 도보 길찾기가 불가능하기에,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정류장까지의 상세 도보 경로는 제공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구글 지도의 길찾기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셈이다. 반대로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에서는 도보 상세 경로까지 상세히 제공한다. 국내 지도 앱에 익숙하지 않다면 길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글 지도에서 국내 길찾기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는 이유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16조 '기본측량성과의 국외 반출 금지' 조항 때문이다. 기본측량성과, 즉 고정밀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만 하기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없는 국외 기업 구글은 국내에서 정밀한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 구글과 애플이 정밀 지도에 대한 국외 반출을 건의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11월 13일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안보를 우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내 기업은 국방부에서 조정 통제가 가능한데, 구글을 포함한 해외 기업은 통제가 원천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1: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는 군사기지 등 보안 시설 정보가 담겨 있다. 국토교통부도 보도 자료를 통해 "구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은 정부 관계 기관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 밝혔다.
관광객 불편, 지도뿐 아냐...티켓 예매도 어렵다
지도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했던 B 씨는 "혼자서 티켓을 구매하는 과정이 정말 어려웠다"고 했고, C씨도 "여행사를 끼지 않고 직접 티켓을 구매하는 게 가장 불편한 경험이었다"며 "어떻게, 어디서 구매해야 하는지 불분명했다"고 했다. '티켓링크'와 'NOL 티켓', 각 구단 앱 등 분산된 예매 경로에 외국인으로서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또 B 씨는 "한국 전화번호나 계좌가 없으면 온라인으로 뭔가를 구매하는 게 외국인에게는 정말 불편했다"며 "좌석을 선택하지 못했고, 일단 가능한 좌석을 아무거나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단 예매처를 찾아도, 회원가입에 한국 전화번호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은 기존 사용하던 결제 수단 이용에도 번거로움을 느꼈다.
올 시즌 KT 위즈는 공식 앱인 'Wizzap(위잽)' 영문 버전을 런칭해 외국인들의 회원가입과 해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외국인들의 야구장 방문 장벽을 낮추기 위해 시도했다. 두산 베어스를 포함한 KBO 구단들도 디지털 취약계층과 외국인을 위한 티켓 현장 판매를 시작했다.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현장 판매는 호평받았지만, 몇몇 구단에선 만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정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1,200만 시대' 야구라는 콘텐츠는 완성...글로벌 접근성이 숙제
국내 야구 인기 급증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야구장을 향하고 있지만, 야구장을 향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마냥 경쾌하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글로벌 콘텐츠이자 관광 상품으로 성장 중이지만, 여러 장벽이 이들의 야구장 출입을 막아서고 있다. 외국인들의 야구장 접근성 완화가 '1,200만 시대'를 연 KBO의 다음 시즌 숙제가 될 전망이다.